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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24권 2-마지막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9.

제24권 1 보기

 

 

라에르테스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깊은 슬픔의 구름이 그를 뒤덮었다. 그는 두 손으로 땅의 흙을 한 움큼 움켜쥐어 백발 위에 뿌리며 크게 신음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오디세우스의 마음은 깊이 동요했고, 그의 콧날은 떨려왔다. 그러더니 아버지에게 달려가 두 팔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가 찾고 계신 그 아들입니다. 저는 스무 해 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이제 한숨과 탄식은 그만하십시오. 우리에게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는데, 저는 지금 제 집에서 오만과 죄를 저지른 구혼자들을 처단하고 왔습니다.”
라에르테스가 대답했다.
“정말 당신이 내 아들 오디세우스이고, 다시 돌아온 것이라면, 내가 납득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시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먼저 이 흉터를 보십시오. 제가 파르나소스산에서 사냥하다 멧돼지의 엄니에 찔려 생긴 흉터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주겠다고 약속했던 선물을 받아오게 하려고 저를 외가에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제게 주신 포도밭의 나무들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따라 정원을 돌아다니며 그 나무들에 대해 하나하나 여쭈었지요. 우리는 그 나무들을 모두 살펴보았고, 아버지는 각각의 이름과 종류를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배나무 열세 그루와 사과나무 열 그루, 무화과나무 마흔 그루를 제게 주셨습니다. 또 포도나무 쉰 줄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포도나무 줄과 줄 사이에는 곡식이 심겨 있었고, 하늘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면 온갖 종류의 포도가 열렸습니다.”
아들이 들려준 확실한 증거를 듣자 라에르테스는 너무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아들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오디세우스가 그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기운을 되찾자 그가 말했다.
“아버지 제우스여, 구혼자들이 정말로 그들의 오만과 어리석음에 대한 벌을 받았다면, 신들은 아직도 올림포스에 계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타카의 모든 마을 사람이 당장 이곳으로 몰려올까 봐 몹시 걱정되는구나. 그리고 그들은 케팔레니아인들의 여러 성읍으로 사방에 사자를 보낼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마음을 놓으시고 그런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원 가까이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시지요. 저는 이미 텔레마코스와 필로이티오스, 에우마이오스에게 그곳으로 먼저 가서 가능한 한 빨리 식사를 준비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집을 향해 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텔레마코스가 소치기와 돼지치기와 함께 고기를 썰고 물에 포도주를 타고 있었다. 늙은 시켈리아 여인은 라에르테스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그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 주었다. 그리고 좋은 외투를 입혀 주었다. 아테나가 그에게 다가가 더욱 위엄 있는 풍채를 더해 주었으며, 전보다 키가 크고 몸집도 건장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를 본 오디세우스는 아버지가 불사신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놀라 말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신들 가운데 누군가 아버지를 훨씬 더 키가 크고 잘생긴 모습으로 만들어 주신 모양입니다.”
라에르테스가 대답했다.
“아버지 제우스와 아테나와 아폴론께서 바라시는 대로 내가 케팔레니아인들을 다스리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구나. 그때 나는 곶에 있는 강력한 요새 네리쿰을 함락시켰지. 내가 그때처럼 여전히 건장했고, 어제 갑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면 너희 곁에 서서 구혼자들과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들 가운데 아주 많은 자들을 죽였을 것이고, 너도 그 모습을 보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이들은 하던 일을 마쳤다. 잔치 준비가 끝나자 그들은 일손을 놓고 각자 긴 의자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얼마 뒤 늙은 돌리오스와 그의 아들들이 일을 그만두고 올라왔다. 이제 나이가 들어 가는 라에르테스를 돌보고 있던 시켈리아 여인이 그들을 불러왔던 것이다. 그들은 오디세우스를 보고 그가 바로 라에르테스의 아들임을 확인하자, 놀라움에 휩싸여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온화하게 말했다.
“여보게, 자리에 앉아 식사하게. 그렇게 놀랄 것 없네. 우리는 진작 식사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네.”
그러자 돌리오스가 두 손을 내밀고 오디세우스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그가 오디세우스의 손을 잡고 손목에 입을 맞추었다.
“저희는 오랫동안 주인님이 돌아오시기를 바랐습니다. 이제는 돌아오리라는 희망마저 포기했는데, 하늘이 주인님을 다시 저희에게 돌려주셨습니다. 그러니 부디 무사하시기를 빌며, 신들께서 주인님께 복을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페넬로페 님께서는 이미 주인님이 돌아오셨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누군가를 보내 알려 드릴까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돌리오스여, 그녀는 이미 알고 있으니 그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오디세우스는 자리에 앉았다. 돌리오스의 아들들은 오디세우스 주위에 모여 차례로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끌어안은 뒤, 아버지 돌리오스 곁에 차례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온 마을에 소문이 퍼져 구혼자들에게 닥친 끔찍한 운명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사방에서 몰려와 오디세우스의 집 앞에서 신음하고 야유했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데려가 각자 자기 사람을 묻었으며, 타향에서 온 자들의 시신은 어부들이 각각의 고향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어선에 실었다.
분노한 사람들은 집회가 열리는 곳에 모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에우페이테스가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처음으로 죽임을 당한 자신의 아들 안티노오스 때문에 몹시 울며 말했다.
“친구들이여, 오디세우스는 아카이아인들에게 큰 해를 끼쳤소. 그는 많은 우리 용사를 함대에 태우고 떠났고, 그 과정에서 배와 사람을 모두 잃었소. 그런데 이제 돌아와서는 케팔레니아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소. 그가 필로스나 에페이오스인들이 다스리는 엘리스로 달아나기 전에 우리가 서둘러 나서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오. 우리 아들과 형제들의 죽음에 복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수치가 될 것이오. 나로 말하자면 이제 더는 살아 있는 것이 즐겁지 않소. 차라리 당장 죽는 편이 낫소. 그러니 어서 나섭시다. 그들이 본토로 건너가기 전에 뒤쫓아 갑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울었고, 모두가 그를 불쌍히 여겼다. 그런데 그때 메돈과 음유 시인 페미오스가 이제 잠에서 깨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모두 놀랐지만, 두 사람은 집회 한가운데에 섰고, 메돈이 말했다.
“이타카 사람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오디세우스가 이런 일을 한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른 것이 아니오. 불사의 신이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곁에 서 있는 것을 직접 보았소. 그 신은 때로는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나 그를 격려했고, 때로는 뜰을 사납게 돌아다니며 구혼자들을 공격했소. 그러자 구혼자들은 서로 겹쳐 쓰러졌소.”
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창백해질 정도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때 마스토르의 아들인 늙은 할리테르세스가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들에게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이타카 사람들이여,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여러분 자신의 잘못이오. 나와 멘트르가 여러분에게 구혼자들의 어리석음을 막으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그 말을 듣지 않았소. 여러분의 아들들은 제멋대로 행동하여 큰 잘못을 저질렀소. 왕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그의 아내를 욕되게 했소. 이제는 내가 일러주는 대로 하시오. 오디세우스와 맞서 싸우러 나가지 마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 자신이 재앙을 불러들이게 될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절반이 넘는 이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즉시 집회장을 떠났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았다. 할리테르세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에우페이테스의 편에 섰고, 서둘러 무장을 하러 갔다. 무장을 마친 그들은 성읍 앞에 모였고, 에우페이테스가 그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이끌었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복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그러다가 목숨을 잃을 운명이었다.
이를 지켜본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말했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아들이시며 왕 중의 왕이신 분이여,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들이 계속 싸우도록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들 사이에 평화를 이루시겠습니까?”
제우스가 대답했다.
“내 딸아, 어찌하여 내게 묻느냐? 오디세우스가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복수하도록 한 것이 네 뜻이 아니었느냐?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합당한 방법을 말해 주겠다. 이제 오디세우스가 복수를 마쳤으니, 그들에게 엄숙한 맹약을 맺게 하여 그가 계속 왕으로 다스리도록 하되,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아들과 형제들이 학살당한 일을 용서하고 잊게 하거라. 그러고 나서 모두 예전처럼 친구가 되게 하고, 평화와 풍요를 누리게 하거라.”
아테나는 이미 그것을 이루고 싶어 했으므로, 올림포스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곧장 아래로 날아 내려왔다.

 

라에르테스와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자 오디세우스가 먼저 말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밖으로 나가서 그들이 가까이 오고 있는지 살펴보아라.”
돌리오스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이 명령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문간에 서서 사람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보고 오디세우스에게 말했다.
“저들이 왔습니다. 당장 무장합시다.”
그들은 최대한 서둘러 무장했다. 오디세우스와 세 사람, 그리고 돌리오스의 여섯 아들이 무장하고 준비했다. 라에르테스와 돌리오스도 똑같이 무장했다. 백발의 노인들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전사가 되었다. 모두 무장을 마치자 오디세우스가 앞장을 서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제우스의 딸 아테나가 멘토르의 모습과 목소리를 하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디세우스는 그녀를 보고 기뻐하며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말했다.
“텔레마코스, 이제 네가 싸움에 나서게 되었으니, 모든 사람에게 네 용맹을 보여 줄 기회가 왔다. 힘과 용기로 이름난 네 조상들을 욕되게 하지 않도록 명심하거라.”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아버지 말씀이 옳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우리 가문의 용맹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에르테스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이 있나! 정말 기쁘구나. 내 아들과 손자가 용맹을 겨루고 있다니!”
그러자 아테나가 라에르테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르케이시오스의 아들이여, 세상 누구보다 내가 아끼는 친구여, 푸른 눈의 여신에게,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제우스에게 기도하라. 그런 다음 창을 겨누어 던져라.”
아테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라에르테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라에르테스가 그녀에게 기도를 올린 뒤 창을 겨누어 던지자, 창은 에우페이테스의 투구를 그대로 꿰뚫었다. 투구는 창을 막지 못했고, 갑옷이 요란하게 달그락거리며 울리는 가운데 에우페이테스는 무겁게 땅에 쓰러졌다.
그동안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들은 적의 선두 대열을 덮쳐 칼과 창으로 그들을 공격했다. 사실 그대로 두었다면 그들은 적들을 모두 죽여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테나가 큰 소리로 모두를 멈추게 했다.
“이타카 사람들이여, 이 끔찍한 싸움을 멈추고 더 이상의 피 흘림 없이 당장 이 일을 해결하시오.”
모두에게 창백한 공포가 엄습했다. 그들은 여신의 목소리를 듣자 너무나 두려워 무기를 땅에 내던지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성읍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크게 소리치며 몸을 웅크렸다가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때 크로노스의 아들이 불타는 벼락을 보내 아테나 바로 앞에 떨어뜨렸다. 그때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에게 말했다.
“라에르테스의 고귀한 아들 오디세우스여, 이 격렬한 싸움을 멈추어라. 그렇지 않으면 제우스가 너에게 노할 것이다.”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자 오디세우스는 기꺼이 그녀의 명령에 따랐다. 아테나는 다시 멘토르의 모습과 목소리를 하고, 곧 서로 싸우던 두 편 사이에 평화의 맹약을 맺게 했다.

 

끝

 

★ 글 전체에서 수금은 '리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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