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권 1 보기
이어 오디세우스 일행도 구혼자들 무리 속으로 창을 던졌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리다마스를 맞혔고, 텔레마코스는 암피메돈을 맞혔으며, 에우마이오스는 폴리보스를 맞혔다. 그 뒤 소치기가 크테시포스의 가슴을 찌르고 그를 조롱하며 말했다.
“입이 험한 폴리테르세스의 아들이여, 다시는 어리석게 악담하지 말고, 네 말은 하늘에 맡겨라. 신들은 인간보다 훨씬 강하니 말이다. 이것은 이전에 오디세우스께서 거지꼴로 구걸하실 때 네가 던졌던 암소 발에 대한 보답이다! ”
소치기가 이렇게 말하자 오디세우스는 바로 옆에서 다마스토르의 아들을 창으로 찔렀다. 텔레마코스는 에우에노르의 아들 레오크리토스의 배를 찔렀고, 창은 그의 몸을 완전히 꿰뚫었다. 그는 얼굴을 앞으로 향한 채 땅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자 아테나는 서까래 위에서 사람을 파멸시키는 아이기스 방패를 들어 올렸다. 구혼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초여름, 낮이 가장 긴 때에 등에(gadfly)★가 미쳐 날뛰게 만든 소 떼처럼 연회장 안을 사방으로 도망쳤다. 이것은 마치 산에서 내려온 독수리와 굽은 발톱을 가진 매들이 땅에 무리를 지어 웅크리고 있는 작은 새들을 덮쳐 죽이는 것과 같았다. 작은 새들은 싸울 수도 날아갈 수도 없고,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즐겼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디세우스와 그의 편 사람들은 구혼자들에게 달려들어 사방에서 그들을 내리쳤다. 구혼자들의 머리가 짓이겨지는 동안 끔찍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땅은 그들의 피로 들끓었다. 그러자 레이오데스가 오디세우스의 무릎을 붙잡고 말했다.
“오디세우스여,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대의 집에 있는 여자들 가운데 누구에게도 말이나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자들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그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제 말을 듣지 않았고, 이제 그들은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제사를 담당하는 사제였습니다. 저를 죽이신다면 저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는데 죽게 되고, 제가 베푼 모든 선행에 대해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그를 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가 그들의 제사장이었다면,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일이 최대한 늦어지기를, 그리고 네가 내 아내와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되기를 수없이 기도했겠지. 그러니 넌 죽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아겔라오스가 죽을 때 떨어뜨린 칼을 집어 들었다. 오디세우스는 그 칼로 레이오데스의 목 뒤를 내리쳤고, 그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머리는 잘려 나가 먼지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테르페스의 아들인 음유 시인 페미오스는 구혼자들에게 강제로 노래를 불러 주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 그는 덮개문 가까이에 서 있었고, 손에는 수금을 들고 있었다. 그는 회랑에서 빠져나와 바깥뜰에 있는 제우스의 제단 곁에 앉아야 할지, 아니면 곧장 오디세우스에게 가서 그의 무릎을 붙잡아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결국 그는 오디세우스의 무릎을 붙잡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그는 혼합주를 담는 큰 그릇과 은장식이 박힌 의자 사이의 땅바닥에 수금을 내려놓고 오디세우스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을 붙잡고 말했다.
“오디세우스여,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저처럼 신들과 인간 모두를 위해 노래할 수 있는 음유 시인을 죽이신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저는 제 노래를 모두 직접 지으며, 하늘로부터 온갖 종류의 영감을 받습니다. 제가 마치 신을 대하듯 당신을 위해 노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제 목을 베지 마십시오. 당신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말해 줄 것입니다. 제가 그대의 집에 드나들며 식사가 끝난 뒤 구혼자들에게 노래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수가 너무 많고 힘도 너무 강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텔레마코스가 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멈추십시오! 이 사람은 죄가 없으니 해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메돈도 살려 줍시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저에게 잘해 주었던 사람입니다. 필로이티오스나 에우마이오스가 이미 그를 죽인 것이 아니라면, 또는 아버지가 뜰을 휘젓고 다니며 분노하던 중에 그를 만나 죽인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메돈은 숨어 있던 자리에서 텔레마코스의 이 말을 들었다. 그는 갓 벗긴 암소 가죽으로 몸을 덮어 자신을 숨긴 채 의자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죽을 벗어 던지고 텔레마코스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을 붙잡았다.
“여기 있습니다, 사랑하는 도련님. 그러니 손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구혼자들이 주인의 재산을 탕진하고 도련님께 그토록 어리석고 무례하게 행동한 것에 분노하신 나머지, 주인님께서 저까지 죽이실 것입니다.”
오디세우스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텔레마코스가 네 목숨을 구했으니, 너는 앞으로 악한 행동보다 선한 행동이 얼마나 더 큰 결실을 맺는지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도록 하라. 너와 음유 시인은 회랑을 빠져나가 바깥뜰로 가서 살육이 끝날 때까지 이곳을 피하도록 하라.”
두 사람은 최대한 서둘러 바깥뜰로 나가 제우스를 위한 거대한 제단 곁에 앉았다. 그들은 여전히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오디세우스는 뜰 전체를 꼼꼼히 살펴보며 혹시 숨어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나 모두가 먼지 속에 쓰러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마치 어부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그물로 건져 해변에 내던져 놓으면, 물고기들이 물을 찾아 헐떡거리다가 햇볕의 열기에 결국 죽는 것과 같았다. 구혼자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서로 뒤엉킨 채 모두 쓰러져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텔레마코스에게 말했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를 불러라.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
텔레마코스는 여자들이 머무는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이 집의 모든 여자를 맡아 돌보는 늙은 유모여. 나오시오. 아버지께서 그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 하오.”
에우리클레이아는 이 말을 듣고 여자들이 머무는 방의 문을 열고 나와 텔레마코스를 따라갔다. 그리고 시체들 사이에 서 있는 오디세우스를 보았다. 그는 방금 황소를 잡아먹은 사자처럼 피와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가슴과 두 뺨이 온통 피투성이여서 그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오디세우스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에우리클레이아는 시체가 모두 쓰러져 있고 피가 그토록 많이 흘러 있는 것을 보자, 위대한 일이 이루어진 것을 깨닫고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그녀를 제지했다.
“유모, 속으로만 기뻐하시오. 자제하고 소란을 피우지 마시오. 죽은 자들을 두고 기세를 올리거나 자랑하는 것은 경건하지 못한 짓이오. 하늘의 심판과 그들 자신의 악행이 이들을 파멸로 이끌었소.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이가 부자든 가난한 자든 누구도 존중하지 않았고, 결국 그 사악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벌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오. 자, 이제 내게 말해주시오. 이 집의 여인들 중 누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고, 누가 결백한지 말이오.”
에우리클레이아가 대답했다.
“내 아이여, 내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양털을 빗는 일과 온갖 집안일을 가르치는 여자들이 모두 쉰 명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열두 명이 모두 잘못을 저질렀고, 나와 페넬로페에게도 불손하게 대했지요. 텔레마코스 님께는 무례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이제야 다 자랐고, 어머니께서도 그분이 여자 종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제가 위층으로 올라가 마님께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어떤 신께서 마님을 깊이 잠들게 하신 것 같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아직 깨우지는 마시오. 대신 잘못을 저지른 여자들을 내게 데려오시오.”
에우리클레이아는 회랑을 떠나 여자들에게 가서 오디세우스에게 가라고 알렸다. 그동안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코스와 소치기와 돼지치기를 불렀다.
“시작해라. 죽은 자들을 치우고 여자들이 너희를 돕게 해라. 그런 다음 해면과 깨끗한 물을 가져다가 식탁과 의자를 깨끗이 씻어 내라. 회랑 전체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여자들을 둥근 지붕이 있는 방과 바깥뜰의 벽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데려가서, 칼로 찔러 모두 죽여라. 그들이 완전히 숨이 끊어져 사랑에 대한 기억도, 구혼자들과 은밀히 잠자리를 같이했던 일도 모두 잊게 만들어라.”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오면서 몹시 울고 통곡했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시체를 밖으로 나르고, 문간에 서로 기대어 세워 놓았다. 오디세우스가 여자들에게 일을 서두르게 했으므로, 그들은 시체를 계속 밖으로 날라야 했다. 일을 마치자 그들은 해면과 물로 모든 식탁과 의자를 깨끗이 닦았고, 텔레마코스와 다른 두 사람은 땅에 흘러 있는 피와 오물을 삽으로 퍼냈다. 여자들은 그것을 모두 치워 바깥으로 내다 버렸다. 그리고 온 장소를 깨끗하고 질서 있게 정돈한 다음, 여자들을 데리고 나가 둥근 지붕이 있는 방의 벽과 뜰의 벽 사이에 있는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텔레마코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이 여자들이 편안하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이들은 나와 내 어머니에게 무례하게 굴었고, 구혼자들과 함께 잠자리를 같이했다.”
그는 둥근 지붕이 있는 방의 기둥 하나에 배의 밧줄을 단단히 묶고, 건물 전체를 따라 밧줄을 팽팽하게 걸었다.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이었다. 숲속에 둥지를 틀려고 막 들어가려는 때에 자신들을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개똥지빠귀나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걸려들어 끔찍한 운명을 맞는 것처럼, 여자들도 차례로 목을 올가미에 넣고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했다. 그들의 발은 한동안 경련하듯 움직였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멜란티오스는 회랑을 지나 안뜰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그의 코와 귀를 잘라내고, 내장을 끄집어내어 개들에게 날것으로 던져 주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의 손과 발을 잘라냈다.
이 일을 모두 마친 뒤 그들은 손과 발을 씻고 집 안으로 돌아갔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사랑하는 늙은 유모 에우리클레이아에게 말했다.
“모든 부정을 씻어 내는 유황을 가져오고 불도 가져오시오. 내가 그것을 태워 회랑을 정결하게 하겠다. 그리고 가서 페넬로페에게 시녀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라고 전하시오. 이 집에 있는 시녀들도 모두 오게 하시오.”
에우리클레이아가 대답했다.
“말씀하신 것은 모두 옳습니다. 하지만 제가 깨끗한 옷을 가져오게 해 주십시오. 튜닉과 망토를 가져오겠습니다. 더 이상 그 누더기를 등에 걸치고 계시지 마십시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먼저 불부터 피우시오.”
에우리클레이아는 그의 명령대로 불과 유황을 가져왔고, 오디세우스는 회랑과 안뜰과 바깥뜰을 모두 철저히 정화시켰다. 그런 다음 에우리클레이아는 안으로 들어가 여자들을 불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 주었다. 그러자 여자들은 손에 횃불을 들고 자신들의 방에서 나와 오디세우스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를 껴안고 그의 머리와 어깨에 입을 맞추며 손을 잡았다. 오디세우스는 그녀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등에(gadfly): 소, 말 같은 가축과 사람에 붙어 피를 빨아 먹는 곤충
'술술 읽는 고전 > 오디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디세이 제22권 1 (0) | 2026.10.27 |
|---|---|
| 오디세이 제21권 2 (0) | 2026.10.26 |
| 오디세이 제21권 1 (0) | 2026.10.26 |
| 오디세이 제20권 2 (0) | 2026.10.25 |
| 오디세이 제20권 1 (0) | 202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