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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5권 2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19.

 

제15권 1 보기

 

 

한편 오디세우스와 돼지치기는 오두막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부리는 사람들도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디세우스는 돼지치기가 자신을 계속 친절히 대하며 오두막에 머물게 할지 아니면 성읍으로 보낼지 알아보기 위해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일꾼들이여, 내일 나는 이곳을 떠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싶소. 여러분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요. 그러니 내게 좋은 방법을 알려 주고, 나와 함께 가서 길을 안내해 줄 사람도 붙여 주시오. 성읍을 돌며 빵 한 조각이나 마실 물을 내어줄 이가 있는지 구걸해 보겠소.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집에도 가서 왕비 페넬로페에게 남편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싶소. 그러고 나면 구혼자들 사이에 섞여 그 풍족함 속에서 내게 저녁을 내어줄지 알아보고 싶소. 나는 온갖 일에서 그들에게 훌륭한 종이 될 수 있소. 모든 사람의 일에 은혜와 명성을 내리시는 헤르메스 신의 축복 덕분에, 나만큼 손재주가 뛰어난 종은 없을 것이오. 불을 지피고, 땔감을 패고, 고기를 자르고 구우며, 포도주를 따르고, 가난한 이들이 잘사는 이들을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수발을 들 수 있소.”
돼지치기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당황하여 외쳤다.
“이 무슨 소리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구혼자들에게 다가가겠다니 정녕 파멸하려는 것이오? 그들의 오만과 무례함은 하늘에 닿아 있소. 그들이 당신 같은 사람을 종으로 쓸 리가 없소. 그들의 종들은 모두 젊고 단정하며 좋은 겉옷과 튜닉을 입고, 잘생긴 얼굴에 머리가 늘 정갈한 자들이오. 식탁은 늘 깨끗하고 빵과 고기, 포도주가 가득하오. 그러니 이곳에 있으시오. 아무도 당신을 불편해하지 않소, 나 역시 그렇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요. 텔레마코스가 돌아오면 당신에게 튜닉과 겉옷을 주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보내줄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내가 겪을 뻔한 고생에서 나를 구해준 그대에게 신들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라오. 떠돌이 신세로 늘 길 위를 헤매는 것만큼 고된 일도 없소. 하지만 사람이 일단 밑바닥 신세가 되면, 그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온갖 고초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법이지. 그대가 굳이 나를 이곳에 머물게 하며 텔레마코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고 하니,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오디세우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오? 그가 트로이로 떠날 때 두 분은 이미 노년의 문턱에 들어서 계셨는데 말이오. 두 분은 아직 살아 계시오, 아니면 이미 세상을 떠나 하데스의 집으로 가셨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해 드리겠소. 라에르테스께서는 아직 살아 계시며, 자신의 집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하고 계시오.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몹시 괴로워하고 계시고, 아내의 죽음 때문에 크나큰 슬픔을 겪으시며, 그 무엇보다 급격히 늙어버렸소. 주인님의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슬픔에 잠겨 불행한 최후를 맞았소. 나에게 친절을 베푼 친구나 이웃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분과 같은 최후를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오. 그분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늘 슬퍼하면서도, 내가 안부를 물을 때면 좋아하셨소. 그분이 자신의 막내딸 클리메네와 함께 나를 키웠기 때문이오. 우리는 어릴 때 함께 자랐고, 그분은 우리를 거의 차별하지 않았소. 하지만 우리가 자라자 그분들은 클리메네를 사메로 시집보내고 엄청난 지참금을 받았소. 마님은 내게 좋은 튜닉과 겉옷, 샌들 한 켤레를 내어주고 시골 농장으로 보내시면서도 변함없이 나를 아껴주셨소.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소. 신들께서는 내가 맡은 이 일에 축복을 내리셨소. 나는 먹고 마실 것이 풍족하며, 이곳을 찾아오는 정결한 외지인에게 대접할 것도 있소. 그러나 집이 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기에 지금의 마님에게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나 친절을 기대할 수 없소. 종들은 때로 여주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법이지요. 집에서 먹고 마실 것을 얻어먹고 시골로 돌아갈 때 무언가 챙겨가는 것을 좋아하오. 이런 것들이 종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법이니까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에우마이오스여, 그대가 고향과 부모에게서 멀리 끌려왔을 때는 아주 어린아이였음에 틀림없구려. 내게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그대의 부모가 살던 마을이 약탈당하고 짓밟힌 것이오, 아니면 그대가 혼자 양이나 소를 치고 있을 때 적들이 그대를 이곳으로 끌고 와 주인에게 돈을 받고 판 것이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나그네여, 그 물음에 대해 말할 테니 편히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내 말을 들으시오. 이제 밤이 가장 길어졌으니 잠을 자거나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에 시간은 충분하오. 잠잘 시간이 되기 전에는 자러 갈 필요가 없소.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은 너무 안 자는 것만큼이나 해로운 법이오. 자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가서 자도 좋소. 푹 자고 내일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주인의 돼지들을 치러 나가면 될 것이오. 우리 두 사람은 오두막에서 먹고 마시며 서로가 겪은 불행 이야기를 나눕시다. 사람이 고초를 많이 겪고 세상을 떠돌고 나면, 오래전에 지나간 슬픔을 떠올리는 것에서도 위안을 느끼는 법이니까요. 그대의 물음에 대한 내 이야기는 이러하오.
그대는 오르티기아 위쪽에 ‘시라’라는 섬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소. 그곳은 땅이 방향을 바꾸어 다른 쪽을 향하기 시작하는 곳에 있소. 사람은 그리 많이 살지 않지만, 토질이 좋고 소와 양을 먹이기에 알맞은 넓은 목초지가 있지요. 포도주와 밀도 풍부하게 납니다. 그곳에는 흉년이 닥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도 생기지 않았소. 다만 사람들이 늙으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와서 고통 없는 화살로 그들을 죽입니다. 그곳에는 두 개의 공동체가 있고, 온 나라는 이 두 공동체로 나뉘어 있지요. 오르메노스의 아들이자 내 아버지인 크테시오스는 신들과 견줄 만큼 뛰어난 사람이었고, 두 공동체를 모두 다스렸소. 그런데 어느 날 이곳에 꾀 많은 페니키아인 상인들이 왔소. 페니키아인들은 뛰어난 항해자들이었고, 온갖 장신구와 자잘한 물건들을 배에 가득 싣고 있었소.
마침 내 아버지의 집에는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일도 아주 잘하는 페니키아 여자가 한 명 있었소. 이 악당들은 어느 날 그녀가 배 근처에서 빨래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접근했소. 그들은 그녀를 달콤한 말로 꾀었는데, 본래 아무리 정숙한 여자라도 그런 수법을 쉽게 뿌리치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그녀를 유혹한 남자가 그녀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소. 그러자 그녀가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말했소.
‘나는 시돈 출신입니다. 아버지는 아리바스라는 분인데, 엄청난 부자입니다. 어느 날 시골에서 도시로 들어오던 중 타피아 해적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들이 나를 이곳 바다 건너로 데려와 이 집의 주인에게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그녀를 유혹한 자가 말했소.
‘우리와 함께 당신 부모의 집과 부모를 보러 가지 않겠소? 그들은 아직 살아 있고 잘살고 있다고 하오.’
여인이 대답했소.
‘가는 동안 내게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엄숙히 맹세해주신다면 기꺼이 가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그녀가 말한 대로 맹세했고, 맹세를 마치자 여자가 말했소.
‘쉿! 길거리나 우물가에서 나를 만나더라도 말을 걸지 마세요. 누군가 내 주인에게 전하면 의심을 살까 두렵습니다. 주인은 나를 감옥에 가두고 여러분을 모두 죽일 것입니다. 그러니 비밀을 지키고 물건을 속히 산 뒤, 짐을 다 실으면 내게 소식을 전하세요. 손에 닿는 대로 많은 금을 가져오겠어요. 그리고 내가 이 집 귀한 분의 아들을 돌보는 유모인데, 아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 뛰어다니는 귀여운 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배로 끌고 가겠으니, 타국으로 데려가 팔면 엄청난 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하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소. 페니키아인들은 꼬박 1년 동안 머물며 배에 귀중한 물품들을 가득 실었고, 짐을 다 싣자 여인에게 사람을 보냈소. 아주 간교한 전령이 내 아버지의 집에 호박 알이 꿰어진 황금 목걸이를 가져왔소. 어머니와 시녀들이 그것을 손에 쥐고 감탄하며 가격을 흥정하는 동안, 그는 여인에게 슬쩍 신호를 보내고 배로 돌아갔소. 그러자 여인은 내 손을 잡고 집 밖으로 이끌었소. 집 앞 행랑에서 그녀는 아버지와 연회를 즐기던 손님들의 잔이 차려진 식탁을 보았소. 그들은 모두 집회에 참석하러 나가고 없었기에, 여인은 잔 세 개를 챙겨 품에 숨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녀를 따라갔소. 이제 해가 지고 온 땅에 어둠이 깔리자 우리는 서둘러 페니키아 배가 매여 있는 항구에 이르렀소. 배에 오르자 그들은 우리를 데리고 바다로 나아갔고, 제우스께서 순풍을 보내주셨소. 우리는 밤낮으로 엿새 동안 항해했고, 일곱째 날에 아르테미스께서 여인을 치시자 그녀는 바다 갈매기가 물에 앉듯 배 밑바닥으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소. 선원들은 그녀를 바다표범과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던져버렸고, 나는 슬픔 속에 홀로 남겨졌소. 이윽고 바람과 파도가 배를 이타카로 몰아왔고, 당신의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자신의 재물 일부를 내어주고 나를 샀소. 이렇게 해서 내가 이 땅을 보게 된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에우마이오스여, 그대의 불행한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듣자니 마음이 아프오. 하지만 제우스께서 그대에게 악뿐만 아니라 선도 내리셨구려. 온갖 고초 속에서도 훌륭한 주인을 만나 늘 먹고 마실 것을 풍족히 얻고 좋은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오. 반면에 나는 여전히 이 마을 저 마을로 구걸하며 떠돌아다니고 있소.”
그들은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고, 곧 동이 텄기에 잠잘 시간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텔레마코스와 선원들은 육지에 돛을 내리고 돛대를 접은 뒤 노를 저어 항구로 들어갔다. 배를 고정할 돌을 던져 넣고 밧줄을 매어둔 뒤 해변으로 나와 포도주를 섞고 저녁을 준비했다. 먹고 마시기를 마치자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배를 성읍으로 끌고 가라. 나는 농장에서 가축을 돌보는 사람들을 살펴보아야 하니 이곳에 남겠다. 원하는 것을 다 보고 나면 저녁에 성읍으로 내려갈 터이니, 내일 아침 고생한 대가로 고기와 포도주가 풍성한 좋은 식사를 대접하겠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노스가 말했다.
“내 친애하는 젊은 친구여,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 도성의 권세가들 중 누구의 집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그대의 집으로 곧장 가서 어머니를 만나야 하는가?”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다른 때라면 당신에게 내 집으로 가라고 했을 겁니다. 그곳에서는 당신이 환대를 받으며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 있어도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집을 비울 것이고, 어머니도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구혼자들 앞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을 피해 위층 방에서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계시지요. 하지만 당신이 갈 만한 집을 하나 알려 주겠습니다. 폴리보스의 아들 에우리마코스의 집입니다. 이타카의 모든 사람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지요. 그는 내 어머니에게 구애하며 오디세우스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가장 끈질긴 구혼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결혼하기도 전에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될지 어떨지는 하늘에 계신 제우스만이 아실 것입니다.”
텔레마코스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오른쪽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아폴론의 전령인 매였다. 매는 발톱으로 비둘기 한 마리를 움켜쥐고 있었고, 비둘기의 깃털을 뜯어낼 때마다 그 깃털이 텔레마코스와 배 사이의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테오클리메노스가 텔레마코스를 따로 불러내 손을 잡았다.
“텔레마코스여, 저 새가 그대의 오른쪽으로 날아온 것은 어떤 신이 보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그것을 보자마자 징조라는 것을 알았지요. 이것은 그대가 앞으로도 강력한 권세를 유지할 것이며, 이타카에 그대의 집보다 더 왕다운 집은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대에게 큰 호의를 베풀고 많은 선물을 주어, 그대를 만나는 모든 이가 그대를 축하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친구 피라이오스에게 말했다.
“클리티오스의 아들 피라이오스여, 그대는 나와 함께 필로스로 온 사람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성심껏 나를 도와주었네. 그러니 이 나그네를 그대의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대접해 주었으면 하네. 내가 그를 데리러 갈 때까지 말이네.”
피라이오스가 대답했다.
“텔레마코스여, 그대가 아무리 오래 돌아오지 않아도 좋네. 내가 그를 잘 돌보겠네. 내 집에서 환대가 부족한 일은 없을 것이네.”
피라이오스는 이렇게 말하고 배에 올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올라오라고 한 뒤 밧줄을 풀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배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한편 텔레마코스는 샌들을 신고, 배의 갑판에서 길고 튼튼한 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창끝은 날카롭게 갈아 만든 청동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피라이오스 일행은 밧줄을 풀고 배를 육지에서 밀어내어, 명령받은 대로 성읍을 향해 나아갔다. 텔레마코스는 최대한 빠르게 걸어, 수많은 돼지 떼가 먹이를 먹고 있고 훌륭한 돼지치기가 살고 있는 농장에 도착했다. 그 돼지치기는 자신의 주인에게 매우 헌신적인 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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