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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6권 1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0.

제15권 2 보기

 

제16권 오디세우스가 텔레마코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다

 

 

한편 오디세우스와 돼지치기는 동틀 녘 오두막에서 불을 피우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들은 이미 일꾼들을 시켜 돼지 떼를 바깥으로 내보낸 참이었다. 텔레마코스가 다가오자 개들은 짖지도 않고 다가가 꼬리를 쳤다. 오디세우스는 발소리를 듣고 개들이 짖지 않는 것을 알아채며 에우마이오스에게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발소리가 들리오. 개들이 짖지도 않고 반기는 걸 보니 그대의 일꾼이나 아는 사람이 오는 모양이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아들이 문 앞에 섰다. 에우마이오스는 놀라 일어섰고, 포도주를 섞던 잔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주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주인의 머리와 양 눈에 입을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십 년 동안 타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돌아온 외아들을 맞이하는 늙은 아버지의 기쁨도 이보다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듯 그를 껴안고 사방에 입을 맞추며 자애롭게 말했다.
“돌아오셨군요! 내 눈에 빛과 같은 텔레마코스여! 도련님이 필로스에 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서 들어와 앉으십시오, 귀한 도련님.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얼굴을 자세히 좀 뵙고 싶군요. 우리 같은 돼지치기들을 보러 시골까지 오시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까. 대개는 성안에만 머무시니까요. 구혼자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군요.”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오랜 친구여. 하지만 내가 지금 온 것은 그대를 만나 어머니가 아직 예전 집에 머무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어머니와 결혼하여 아버지의 침상이 거미줄로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닌지 알고 싶어서네.”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아직 집에 계십니다. 밤낮으로 끊임없이 눈물만 흘리며, 비통함에 잠겨 가슴 아파하고 계십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텔레마코스의 창을 받아 들었다. 텔레마코스가 돌로 된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오자, 오디세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자리를 내주려 했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나그네여, 앉아 계시오. 나는 다른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소. 여기 내 자리를 마련해 줄 사람도 있으니 말이오.”
오디세우스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에우마이오스는 바닥에 푸른 나뭇가지를 깔고 그 위에 양가죽을 덮어 텔레마코스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 다음 돼지치기는 전날 먹고 남은 차가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가져왔고, 서둘러 빵 바구니에는 빵을 가득 채웠다. 또 담쟁이덩굴 나무로 만든 그릇에 포도주를 섞은 뒤 오디세우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세 사람은 눈앞에 차려진 좋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텔레마코스는 충분히 먹고 마신 뒤 에우마이오스에게 말했다.
“오랜 친구여, 저 나그네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오? 그의 선원들은 어떻게 그를 이타카까지 데려왔으며, 그들은 누구였소? 틀림없이 육로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닐 테니 말이오.”
그러자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아드님이시여,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분은 크레타 출신으로 세상을 아주 많이 떠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지금은 테스프로티아인의 배에서 달아나 내 거처로 몸을 피한 상태이죠. 그러니 이제 이 사람을 도련님께 맡기겠습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하시든 도련님 마음대로 하시되, 다만 이 사람이 도련님께 보호를 청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기억해주십시오.”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그 말이 나를 매우 부담스럽게 하는구려. 내가 어떻게 이 나그네를 내 집에 모실 수 있겠소? 나는 아직 젊지만, 누군가 나를 공격해 온다면 내 몸 하나 지킬 힘도 없소. 어머니께서도 세간의 평판과 남편에 대한 도리를 지키며 이곳에 남아 집안을 돌보실지, 아니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혼자를 따라갈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계시오. 하지만 나그네가 그대의 농장에 왔으니, 내가 좋은 망토와 튜닉, 칼과 샌들을 내어주고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겠소. 아니면 그대가 이곳에 머물게 하셔도 좋소. 그러면 내가 옷과 음식을 보내어 그대나 그대의 일꾼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하겠소. 하지만 구혼자들 가까이 가는 것은 절대 반대요. 그자들은 매우 오만하여 나그네를 욕보일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플 것이오. 아무리 용맹한 사내라도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아 세력이 강할 때는 어쩔 도리가 없는 법이지요.”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젊은이, 나 역시 한마디하는 것이 좋겠구려. 당신 같은 분이 계심에도 구혼자들이 그토록 오만하게 굴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랐소. 당신은 그들의 무례함을 그저 참고만 있는 것이오, 아니면 어느 신이 당신 백성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오?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 형제들에게 호소할 수도 있지 않소? 아무리 큰 다툼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형제들이 아니겠소. 내가 당신만큼 젊고 지금과 같은 마음을 가졌다면, 혹은 오디세우스의 아들이거나 오디세우스 본인이라면, 누군가 내 목을 칠지라도 당장 집으로 달려가 그자들 모두에게 재앙을 내릴 것이오. 비록 혼자 싸우다 수적 열세로 죽을지언정, 날마다 내 집에서 나그네가 학대당하고 시녀들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포도주와 빵이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수치스러운 꼴을 보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소.”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나그네여,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소. 내 백성들과 적이 된 것도 아니며, 도움이 되어줄 형제가 없는 것도 아니오. 제우스께서 우리 가문을 외아들로 대를 잇는 집안으로 만드셨기 때문이오. 아르케이시오스는 라에르테스 하나만을 낳았고, 라에르테스는 오디세우스 하나만을 낳았으며, 오디세우스 역시 나 하나만을 남겨두고 떠나셨으니 내가 아버지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소. 이 때문에 내 집은 수많은 약탈자의 손에 넘어가 있소. 둘리키온, 사메, 자킨토스의 여러 섬과 이타카의 귀족들이 내 어머니에게 구혼한다는 핑계로 내 집을 집어삼키고 있소. 어머니는 거절하지도 못하고 일을 끝맺지도 못하시니, 그자들은 내 재산을 탕진하고 머지않아 나까지 죽이려 들 것이오. 하지만 이 일의 성패는 하늘에 달려 있소. 늙은 친구 에우마이오스여, 지금 당장 어머니께 가서 내가 필로스에서 무사히 돌아왔다고 전해주시오. 오직 어머니에게만 비밀리에 알리고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게 곧장 돌아와 주시오. 나를 해치려는 자들이 너무나 많소.”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제가 그쪽으로 가는 길이니, 라에르테스 님에게도 도련님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주인님에 대한 깊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농장의 일을 직접 돌보시거나 하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도 하셨는데, 도련님이 필로스로 떠난 날부터는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농장도 돌보지 않으며, 앉아서 울기만 하니 살이 빠져 뼈만 앙상해졌다고 합니다.”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오. 나도 그분이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분을 그대로 두어야 할 것 같소. 사람이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만 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것을 바라겠지만 말이오. 그대는 가서 내 소식을 전한 다음 서둘러 이곳으로 돌아오시오. 할아버지께 소식을 전하려고 일부러 길을 돌아가지는 마시오. 어머니께 말씀드려 시녀 가운데 한 사람을 몰래 보내어 즉시 소식을 전하게 하시오. 할아버지께는 그 시녀를 통해 내 소식을 듣게 하시오.”
이렇게 텔레마코스가 돼지치기에게 재촉하자 에우마이오스는 샌들을 발에 단단히 묶은 뒤 성읍을 향해 출발했다.
아테나는 에우마이오스가 농장을 벗어날 때까지 지켜본 다음, 아름답고 위엄 있으며 지혜로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농장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입구 옆에 서서 오디세우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지만, 텔레마코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신들은 모든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와 개들은 그녀를 보았지만, 개들은 짖지 않고 겁에 질려 낑낑거리며 농장의 다른 쪽으로 달아났다. 아테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썹으로 오디세우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오두막을 나와 그녀 앞에 섰다.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라에르테스의 고귀한 아들 오디세우스여, 이제 아들에게 그대의 정체를 밝힐 때가 되었다. 더 이상 그에게 숨기지 말고, 구혼자들을 없애기 위한 계획을 세운 다음 성읍으로 가도록 하라. 나도 곧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다. 나 역시 그들과의 싸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아테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황금 지팡이로 오디세우스를 건드렸다. 먼저 그의 어깨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튜닉과 망토를 걸쳐 주었다. 그런 다음 그의 모습을 더 젊고 위엄 있게 바꾸었다.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게 하고, 볼에 살이 오르게 했으며, 수염도 다시 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오디세우스가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자 아들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돌렸다. 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던 것이다.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나그네여, 방금 전과 비교하면 어찌하여 이렇게 갑자기 모습이 달라졌소? 옷차림도 달라졌고 안색도 전과 같지 않소. 혹시 하늘에 사는 신들 가운데 한 분이오? 그렇다면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내가 합당한 희생 제물을 바치고 세공한 황금을 봉헌할 때까지 말이오. 부디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시오.”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나는 신이 아니다. 어찌 나를 신으로 보느냐? 나는 네 아버지다. 너는 날 위해 그 오만한 자들에게 고통을 받으며 슬퍼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하며 그는 아들에게 입을 맞추었고, 지금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땅에 떨구었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아직 그가 아버지임을 믿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요. 나를 더 슬프게 하려고 어떤 신이 환영을 보여주는 것이오. 필멸의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순식간에 늙었다가 젊어질 수는 없는 법이오. 신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조금 전만 해도 당신은 늙고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같지 않소.”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텔레마코스야, 내가 정말로 여기 있다는 사실에 그토록 놀랄 필요는 없다. 앞으로 또 다른 오디세우스가 나타날 리는 없다. 지금 네 앞에 있는 내가 바로 그 오디세우스다. 오랜 방랑과 수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스무 해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네가 놀라는 내 모습은 강대한 여신 아테나의 작품이다. 여신은 원하는 대로 나를 바꿀 수 있으니, 한순간은 거지의 모습으로, 다음 순간은 좋은 옷을 입은 젊은이의 모습으로 만드신다. 하늘에 사시는 신들에게는 인간을 귀하게도 만들고 천하게도 만드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리에 앉았고,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에게 두 팔을 감고 울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너무나 감격하여, 농부들에게 반쯤 자란 새끼를 빼앗긴 독수리나 굽은 발톱을 가진 매처럼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텔레마코스가 갑자기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해가 저물 때까지도 그들의 울음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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