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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9권 2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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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는 그 뒤에도 그럴듯한 이야기를 여러 가지 더 들려주었다. 페넬로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녀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남동풍과 서풍이 산꼭대기의 눈더미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 눈을 녹이고, 녹은 물이 강을 가득 채워 둑을 넘쳐흐르게 하는 것처럼, 그녀의 두 뺨에도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녀의 남편이 바로 곁에 앉아 있는 것도 모르고.
오디세우스는 그녀를 가엾게 여기며 마음 아파했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눈물을 억눌러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뿔이나 쇠처럼 단단하게 표정을 유지했다. 페넬로페는 한참 울어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뒤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그네여, 그대가 말한 대로 정말 내 남편과 그의 부하들을 환대했는지 시험해 보겠소. 내 남편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어떤 모습의 사람이었는지 말해 주시오. 그의 동료들도 어떠했는지 함께 말해 주시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안주인이여, 워낙 오래전 일이라 거의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가 제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 지 벌써 스무 해가 지났습니다. 그래도 제가 기억하는 대로 최대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줏빛 양모로 만든 망토를 입었는데, 두 겹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옷은 금으로 만든 브로치로 여몄고, 브로치에는 핀을 고정하는 걸쇠가 두 개 달려 있었습니다. 브로치의 앞면에는 얼룩무늬 새끼 사슴을 두 앞발 사이에 붙잡고 있는 개가 새겨져 있었는데, 개는 땅에 누워 헐떡이는 새끼 사슴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개가 새끼 사슴을 바라보며 목을 조르고, 새끼 사슴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도망치려 하는 모습이 금으로 아주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그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살갗에 바로 닿는 튜닉은 양파 껍질처럼 얇고 부드러워 몸에 꼭 맞았으며, 햇빛을 받으면 반짝여 그것을 본 모든 여인이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가 집을 떠날 때 이 옷들을 입고 있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항해 중에 동료 가운데 누군가가 그에게 주었을 수도 있고, 그가 머물렀던 어느 집의 주인이 선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친구가 많았는데, 아카이아인들 중 그와 견줄 만한 이가 드물었습니다. 저도 그에게 청동 검과 아름다운 자줏빛 망토를 주었습니다. 그 망토 역시 두 겹으로 되어 있었고, 발까지 내려오는 튜닉도 함께 주었습니다. 그에게 온갖 예우를 갖추어 배에 태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에게는 자신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하인 한 명이 함께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깨가 약간 굽어 있었고, 피부가 검었으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숱이 많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우리바테스였고, 오디세우스는 그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친밀하게 대했습니다. 가장 마음이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페넬로페는 틀림없는 증거를 듣고 더욱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시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조금 달랜 뒤 말했다.
“나그네여, 나는 이미 그대를 가엾게 여기고 있었소.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대가 우리 집에서 존중받고 환대를 받도록 하겠소. 그대가 말한 그 옷을 오디세우스에게 준 사람이 바로 나였소. 내가 직접 창고에서 꺼내 그에게 주었고, 장식으로 달도록 금으로 만든 브로치도 함께 주었소. 아아,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내가 맞이할 수 없겠구려. 그가 그토록 가증스러운 도시로 떠난 것부터가 불행한 운명의 시작이었소. 그 도시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고 싶지 않소.”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안주인이시여, 오디세우스의 아내여, 그렇게 비통하게 슬퍼하며 스스로를 상하게 하지 마십시오. 물론 부인께서 그러시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남편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자녀를 낳은 여인이라면, 설령 그 남자가 사람들이 신과 같았다고 말하는 오디세우스보다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편을 잃으면 자연히 슬퍼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제 눈물을 거두고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를 들어 보십시오. 저는 당신께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최근에 오디세우스가 살아 있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라는 소식을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는 지금 테스프로티아인들 사이에 머무르며, 그들에게서 얻은 귀중한 보물을 잔뜩 챙겨오고 있습니다. 다만 트리나키아섬을 떠날 때 부하들이 태양신의 소들을 도살하는 바람에 제우스와 태양신의 분노를 사 배와 선원들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배의 용골에 매달려 떠밀려 갔고, 불멸의 신들과 가까운 혈족인 파이아케스인들의 땅에 이르렀습니다. 파이아케스인들은 그를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었고, 그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호위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본래라면 벌써 이곳에 도달하셨을 터이나,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기교가 뛰어난 분이기에 땅을 돌며 더 많은 재물을 모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신 것입니다. 테스프로티아의 왕 페이돈이 제게 이 사실을 말해주었으며, 배와 선원들이 준비되어 오디세우스를 보낼 준비가 끝났다고 음복 제사를 지내며 맹세까지 했습니다.
마침 밀이 많이 나는 섬인 둘리키온으로 향하는 테스프로티아 배가 있어서 저를 먼저 떠나보냈지만, 왕은 오디세우스가 모아둔 보물을 제게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모은 재물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지요. 그의 가문이 10대손에 걸쳐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많았습니다. 왕의 말에 따르면 오디세우스는 거대한 떡갈나무를 통해 제우스의 뜻을 구하고, 그토록 오래 떠나 있었던 이타카로 돌아갈 때 당당하게 가야 할지, 아니면 은밀히 가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도나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가 무사하며 곧 이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는 아주 가까운 곳에 와 있으며 더 이상 집을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말이 사실임을 맹세로 확언하겠습니다. 모든 신들 중 으뜸이자 가장 강력한 제우스와, 내가 지금 찾아온 오디세우스의 이 화로를 증인으로 삼아 말하건대, 내가 한 모든 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올해 돌아올 것입니다. 이번 달이 끝나고 다음 달이 시작될 무렵이면 그가 이곳에 와 있을 것입니다.”
페넬로페가 대답했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 그대의 말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그대에게 온갖 선물과 호의를 베풀 것이니, 그대를 보는 사람마다 나를 칭찬할 것이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소. 오디세우스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그대 또한 이곳을 떠날 때 호위를 받지 못할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실존했던 인물임은 분명하나, 이제 이 집에는 그처럼 명예로운 손님을 맞이하거나 그들의 귀향길을 도와줄 주인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오.
시녀들아, 이분의 발을 씻겨 드리고, 양탄자와 담요를 깐 침상을 마련하여 아침까지 따뜻하고 편히 쉴 수 있게 하라. 날이 밝으면 다시 씻겨 드리고 몸에 향유도 발라 드려라. 그러고 나서 회랑에 앉아 텔레마코스와 함께 식사하게 하라. 너희들 가운데 누구든 이분에게 무례하게 구는 자는 좋든 싫든 이 집에서 더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그네여, 그대를 이렇게 초라하고 남루한 차림으로 내 회랑에서 식사하게 한다면, 그대가 보기에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마음씨와 분별력에서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란 잠시 살 뿐이오. 마음이 모질고 야박한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고, 죽은 뒤에도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오. 그러나 의롭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은 온 세상에 그의 명성을 퍼뜨리고 많은 이가 그를 복된 사람이라 부를 것이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안주인이시여, 저는 눈 덮인 크레타의 산들을 떠나 배를 타던 날부터 양탄자와 담요를 쓰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잠을 청하겠습니다. 밤마다 거친 잠자리에서 밤을 보내며 날이 밝기를 기다려 왔지요. 저는 남이 제 발을 씻겨주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님 댁의 젊은 하녀들이 제 발에 손을 대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저만큼이나 많은 고생을 겪어온 연로하고 품위 있는 여인이 계시다면, 그분께는 제 발을 맡기겠습니다.”
페넬로페가 대답했다.
“나그네여, 지금까지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 가운데 그대처럼 모든 말과 행동에서 그토록 훌륭하고 분별 있게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소. 내 집에 내 가엾고도 사랑하는 남편이 태어났을 때부터 품에 안아 키운 늙은 유모가 있소. 비록 지금은 기력이 쇠하였으나 그녀가 그대의 발을 씻겨줄 것이오. 에우리클레이아, 나와서 그대 주인의 또래이신 이분의 발을 씻겨드리게. 오디세우스의 손과 발도 고초를 겪어 이분과 비슷하게 늙었을 것이다.”
이 말을 듣자 노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으며, 슬피 탄식하며 말했다.
“가여운 분이여,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토록 신을 경외하던 분은 일찍이 없었건만, 어찌하여 제우스께서는 주인님을 이토록 미워하시는 걸까요? 주인님이 훗날 건강하게 늙어가며 아들이 당신을 닮아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 주인님만큼 정성껏 제물을 바치고 훌륭한 희생 제사를 올린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보십시오. 제우스께서는 오직 주인님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고 계시니 말입니다. 오디세우스가 당도한 어느 이국 땅의 여인들도, 여기 있는 이 못된 계집들이 당신을 조롱했듯이 우리 주인님을 비웃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그런 모욕을 주었으니, 그들에게 발을 씻겨달라고 하지 않으신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마님께서 제게 시키신 일이니, 기꺼이 제가 당신의 발을 씻겨드리겠습니다. 마님을 위해서도,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도 씻겨드리겠습니다. 당신을 보니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애틋한 연민이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테니 부디 잘 들어보십시오. 전에도 곤경에 처한 온갖 나그네들이 이곳을 찾아왔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체격과 목소리, 그리고 발의 생김새까지 당신만큼 오디세우스와 똑 닮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오디세우스와 나를 모두 본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가 놀라울 만큼 서로 닮았다고 말했소. 이제 그대도 그것을 알아차렸구려.”
노파는 그의 발을 씻기려고 가져온 큰 대야에 찬물을 넉넉히 부은 다음, 충분히 물이 따뜻해질 때까지 뜨거운 물을 섞었다. 오디세우스는 불가에 앉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빛에서 몸을 돌렸다. 노파가 그의 다리를 붙잡으면 거기에 있는 어떤 흉터를 알아볼 것이고, 그러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노파가 주인의 발을 씻기 시작하자마자, 그녀는 그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것은 오디세우스가 외할아버지 아우톨리코스와 외삼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산에서 사냥하던 중 멧돼지에게 물려 생긴 상처였다. 아우톨리코스는 온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도둑이자 맹세를 어기는 데에도 가장 능한 사람이었다. 아우톨리코스가 염소와 새끼 염소의 넓적다리뼈를 불살라 헤르메스에게 제사를 올렸고, 그래서 헤르메스가 그를 각별히 총애해 그에게 그런 재주를 내려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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