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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7권 2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2.

제17권 1 보기

 

 

그들은 마을 사람들이 물을 길어 가는 샘에 이르렀다. 이 샘은 이타코스와 네리토스와 폴리크토르가 만든 것이었다. 샘 둘레에는 물을 좋아하는 포플러나무들이 둥글게 심겨 있었고, 맑은 찬물이 높은 곳의 바위에서 흘러내려 샘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샘 위쪽에는 님프들에게 바치는 제단도 있었으며,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제물을 바치곤 했다.
그때 돌리오스의 아들 멜란티오스가 그들을 따라잡았다. 그는 구혼자들의 식사를 위해 자신의 염소 떼 가운데 가장 좋은 염소 몇 마리를 몰고 내려오고 있었으며, 두 명의 목동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멜란티오스는 에우마이오스와 오디세우스를 보자 몹시 무례하고 상스러운 말로 그들을 모욕했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났다.
멜란티오스가 외쳤다.
“거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군. 하늘이 어쩌면 저렇게 끼리끼리 만나게 하시는지 보라. 그런데 돼지치기여, 대체 이 가련하고 누추한 자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저런 자가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속이 메스꺼울 것이다. 이런 자는 평생 무엇 하나 상을 받아 본 적도 없고, 그저 사람들의 문설주에 어깨를 비비고 돌아다니면서 사내답게 칼이나 솥을 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구걸할 가치조차 없는 음식 찌꺼기 몇 조각이나 얻으려 하지. 그자를 내 돼지우리나 치우게 일꾼으로 넘겨준다면, 우리를 치우거나 새끼 염소들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야. 그러면 유청을 실컷 먹으며 허벅지를 원하는 만큼 살찌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자는 나쁜 버릇이 들어 어떤 일도 하려 하지 않을 거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제 배를 채우기에만 급급하겠지. 그러니 내가 장담하건대, 저자가 오디세우스의 집에 가까이 간다면 사람들이 던지는 의자에 머리가 깨지고, 결국 쫓겨나게 될 거야.”
그는 오디세우스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면서 괜한 심술을 부렸다. 오디세우스는 굳건히 서서 길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오디세우스는 멜란티오스에게 달려들어 지팡이로 죽여 버릴까, 아니면 그를 땅에 내던지고 머리를 박살 내 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참아 내고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기로 했다. 한편 돼지치기는 멜란티오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들어 하늘에 기도하면서 그를 꾸짖었다.
“샘의 님프들이여. 제우스의 딸들이여, 만일 오디세우스 님께서 일찍이 어린 양이나 새끼 염소의 지방을 덮은 허벅지뼈를 태워 그대들에게 제사를 올린 적이 있다면, 제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하늘이 그분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된다면 저자들이 사람들을 모욕하고 으스대면서 내뱉는 건방진 협박도 곧 끝장날 것입니다. 저자들은 온 성읍을 싸돌아다니지만, 정작 가축을 돌보는 일은 형편없어 염소 떼는 망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대답했다.
“못된 개 같은 놈아, 무슨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언젠가 내가 너를 배에 태워 머나먼 이국땅으로 데려가 팔아치우고 그 돈을 챙길 날이 올 것이다. 아폴론이 오늘 당장 텔레마코스를 죽이거나 구혼자들이 그를 죽일 것이라는 확신만큼이나 오디세우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말을 남기고 멜란티오스가 재빨리 앞서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세우스의 집에 도착했다. 그곳에 들어간 그는 구혼자들 가운데 자리를 잡았고, 자신을 다른 누구보다도 아끼는 에우리마코스 맞은편에 앉았다. 하인들이 그에게 고기 한 몫을 가져다주었고, 서열 높은 여종이 그가 먹을 빵을 갖다주었다.
얼마 후 오디세우스와 돼지치기가 오디세우스의 집 앞에 도착했다. 집 안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페미오스가 막 구혼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참이었다. 오디세우스가 돼지치기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이 집은 정말 멋진 곳이구려. 아무리 멀리 돌아다녀도 이만한 곳은 찾기 힘들겠소. 건물 하나가 다른 건물로 계속 이어지는구려. 바깥뜰은 사방이 흉벽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문은 이중으로 접히며 솜씨 좋게 만들어졌으니, 무력으로 이 집을 함락시키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오. 그리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도 알겠구려. 구운 고기 냄새가 나고, 신들이 잔치와 함께하도록 만들어 준 음악 소리도 들리니 말이오.”
에우마이오스가 말했다.
“당신은 늘 그렇듯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군요. 하지만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생각해 봅시다. 그대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과 합류하고 내가 남을까요, 아니면 내가 먼저 들어가고 그대가 여기 남겠소?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마시오. 누군가가 그대가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를 던질지도 모르니. 잘 생각해보시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그대 뜻을 따르리다. 그대가 먼저 들어가시오. 나는 여기 남겠소. 나는 얻어맞는 데는 이골이 났소. 전쟁터와 바다에서 너무나 많은 고초를 겪었기에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지. 이번 일도 그동안 겪은 일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면 되오. 하지만 고픈 배는 감출 수가 없구려. 배고픔은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적과 같아서 배를 짓고 전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에는 다 이 배고픔 때문이 아니겠소.”
두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개 한 마리가 누워 잠들어 있다가 머리를 들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 개는 아르고스였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떠나기 전에 직접 길렀던 개였지만, 오디세우스는 한 번도 그 개를 사냥에 데리고 나가지 못했다. 옛날에는 젊은이들이 들염소나 사슴이나 토끼를 사냥하러 갈 때 아르고스를 데리고 다니곤 했다. 그러나 이제 주인이 떠나고 없자, 아르고스는 마구간 문 앞에 쌓여 있는 노새와 소의 똥더미 위에 버려진 채 누워 있었다. 일꾼들이 그 거름을 치워 넓은 밭에 뿌리러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아르고스의 몸에는 벼룩이 가득했다.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가 서 있는 것을 보자 귀를 뒤로 젖히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주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뜰 건너편에 있는 개를 보고 에우마이오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눈물을 닦아 내며 말했다.
“에우마이오스여, 저기 거름더미 위에 있는 저 개는 참으로 훌륭한 사냥개로구려. 몸집과 생김새가 아주 훌륭하오. 저 개가 겉모습만큼이나 쓸모 있는 개인가, 아니면 식탁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구걸하고 다니는 개들처럼 그저 볼거리로 키우는 개인가?”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이 개는 먼 타국에서 죽은 주인의 개였소. 주인님께서 트로이로 떠나실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면, 저 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곧 보여드렸을 것이오. 숲속의 어떤 들짐승도 일단 저 개가 쫓기 시작하면 도망칠 수 없었소. 그러나 이제는 불행한 처지가 되었지. 주인이 죽어 떠나 버리니 하녀들은 저것을 돌보지 않소. 주인의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으면 하인들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법이오. 제우스께서 사람을 노예로 만드실 때 훌륭한 마음의 절반도 빼앗아 가시기 때문이라오.”
에우마이오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구혼자들이 있는 회랑으로 갔다. 그러나 아르고스는 주인을 알아본 순간 곧 죽고 말았다.
텔레마코스는 누구보다 먼저 에우마이오스를 알아보고 손짓하여 자기 곁에 와서 앉으라고 했다. 에우마이오스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구혼자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고 있던 사람 곁에 좌석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집어 텔레마코스의 식탁으로 가져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하인이 그에게 음식 한 몫을 가져다주고 빵 바구니에서 빵도 주었다. 곧이어 오디세우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초라하고 가련한 늙은 거지처럼 보였으며,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옷은 온통 누더기였다. 그는 바깥뜰에서 안뜰로 통하는 문 바로 안쪽, 물푸레나무로 만든 문턱 위에 앉았다. 그 곁에는 사이프러스나무로 만든 기둥이 서 있었는데, 목수가 능숙하게 대패질하고 자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맞추어 세운 것이었다. 텔레마코스는 빵 바구니에서 빵 한 덩어리를 통째로 꺼내고, 두 손에 가득 찰 만큼의 고기도 챙겨 에우마이오스에게 말했다.
“이것을 저 나그네에게 가져다주고, 구혼자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 구걸하라고 하시오. 거지는 체면을 차려서는 안 되니….”
에우마이오스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그네여, 텔레마코스 님께서 이것을 그대에게 보내셨소. 그리고 구혼자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 구걸하라고 하셨소. 거지는 체면을 차려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하늘의 왕 제우스께서 텔레마코스에게 모든 행복을 내려주시고, 그의 마음속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으로 텔레마코스가 보내준 음식을 받아 발치에 놓인 더럽고 낡은 자루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음유 시인이 노래하는 동안 그것을 계속 먹었고, 마침 노래가 끝날 때 식사도 다 마쳤다. 구혼자들은 음유 시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에게 다가가 구혼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빵 조각을 구걸하라고 일러 주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보고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가려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구혼자들 중 단 한 사람도 구해 줄 생각이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진짜 거지라도 된 것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사람씩 돌아다니며 두 손을 내밀어 구걸했다. 구혼자들 가운데 몇몇은 그를 불쌍히 여겼고,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 서로 물었다.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말했다.
“존경하는 왕비님의 구혼자들이여, 저자는 조금 전에 내가 본 사람입니다. 돼지치기가 이자를 여기로 데려왔군요. 하지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릅니다.”
그러자 안티노오스가 돼지치기를 욕하기 시작했다.
“이 멍청한 놈아! 대체 이자를 왜 여기까지 데려왔느냐? 이미 떠돌이와 거지가 많아서 식사할 때마다 우리를 성가시게 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자들이 모여들어 네 주인의 재산을 축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꼭 이자까지 데려와야 했느냐?”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했다.
“안티노오스여, 그대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말은 악하십니다. 이자가 여기 온 것은 내 뜻이 아니었습니다. 타국에서 온 나그네를 누가 초대하겠습니까? 예언자나 병을 고치는 사람, 목수, 혹은 노래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음유 시인처럼 여러 사람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런 사람들은 온 세상 어디에서나 환영받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귀찮게 할 거지를 초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대는 언제나 다른 구혼자들보다 오디세우스의 하인들을 더 가혹하게 대했고, 특히 나를 더욱 심하게 대하십니다. 하지만 텔레마코스와 페넬로페가 살아서 이곳에 있는 한 나는 개의치 않겠습니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에게 대꾸하지 마시오. 안티노오스는 모든 구혼자 가운데 가장 독한 혀를 가진 자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더 나쁘게 물들이는 사람이니.”
텔레마코스는 안티노오스를 향해 말했다.
“안티노오스여, 당신은 마치 내가 그대의 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일을 돌보아 주시는군요. 어찌하여 이 나그네를 집에서 내쫓으려 하십니까? 부디 그러지 마시고, 무엇이라도 하나 집어서 직접 그에게 주십시오. 저는 아깝지 않습니다. 내 어머니나 집 안의 다른 하인들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대는 내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남에게 주는 것보다 자기 먹을 것을 챙기는 것을 더 좋아하시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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