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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9권 3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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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우톨리코스가 이타카로 와서, 자기 딸이 갓 낳은 아기를 보게 되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에우리클레이아가 아기를 그의 무릎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우톨리코스여, 이제 그대의 외손자에게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그토록 외손자를 갖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우톨리코스가 사위와 딸에게 대답했다.
“사위와 딸아, 나는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사람,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몹시 화가 나 있다. 그러니 이 아이의 이름을 ‘분노의 아이’, 곧 ‘오디세우스’라고 하여라. 아이가 자라서 내 재산이 있는 파르나소스산으로 외가 친척들을 찾아오면, 그에게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주어 보내겠다.”
오디세우스는 자라 아우톨리코스에게 선물을 받으려고 파르나소스산으로 갔다. 아우톨리코스와 그의 아들들은 그와 악수하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의 외할머니 암피테아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고 그의 머리와 아름다운 두 눈에 입을 맞추었다.
한편 아우톨리코스는 아들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했고, 아들들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들은 다섯 살 된 황소 한 마리를 끌어와 가죽을 벗기고 손질한 다음 여러 토막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잘게 썰어 꼬챙이에 꿰고 충분히 구워서 차례로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온종일 해가 질 때까지 잔치를 벌였고,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어 만족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그들은 잠자리에 들어 달콤한 잠을 청했다.
아침의 자식,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나타나자 아우톨리코스의 아들들은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하러 나갔는데, 그때 오디세우스도 함께 갔다. 그들은 숲이 우거진 파르나소스산의 비탈을 올라 곧 바람이 잘 부는 높은 골짜기에 이르렀다. 느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오케아노스의 물길에서 막 솟아오른 태양이 들판을 내리쬐기 시작할 무렵, 그들은 산속의 한 골짜기에 도착했다. 사냥개들이 앞장서서 쫓고 있는 짐승의 흔적을 찾았고, 그 뒤를 오디세우스의 외삼촌들이 따랐으며, 오디세우스 또한 긴 창을 손에 든 채 개들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곳에는 빽빽한 덤불 속에 거대한 멧돼지의 굴이 있었다. 덤불은 비바람이나 햇살조차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고, 바닥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멧돼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사방에서 사냥개들이 짖어 대는 소리를 듣고 사냥꾼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굴에서 뛰쳐나와 목덜미의 털을 곤두세우고 눈에서 불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오디세우스가 가장 먼저 창을 들어 그 짐승을 찌르려 했지만, 멧돼지가 너무 재빨라 옆으로 달려들어 오디세우스의 무릎 위쪽을 깊이 찢었다. 상처는 깊었지만 뼈까지 닿지는 않았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멧돼지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고, 창끝이 멧돼지의 몸을 완전히 꿰뚫어 멧돼지는 신음하며 땅에 쓰러져 숨이 끊어졌다.
외삼촌들은 멧돼지의 사체를 처리하고 오디세우스의 상처를 동여맸다. 그런 다음 피가 멎도록 주문을 외우고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아우톨리코스와 그의 아들들이 오디세우스의 상처를 완전히 치료한 뒤에는 그에게 훌륭한 선물을 마련해 주었고, 서로 깊은 호의를 나누며 그를 이타카로 돌려보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가 돌아온 것을 매우 기뻐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물었다. 또 흉터가 왜 생겼는지도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외할아버지, 외삼촌들과 함께 파르나소스산에서 사냥하던 중 멧돼지에게 물려 상처가 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유모는 흉터가 있는 다리를 잡는 순간 즉시 그것을 알아채고 다리를 놓아버렸다. 다리가 대야 속으로 떨어지며 놋대야가 울리고 기울어져 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유모는 기쁨과 슬픔이 얽혀 눈물이 차올랐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가, 오디세우스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소리쳤다.
“사랑하는 아이여, 당신이 바로 오디세우스임이 틀림없군요. 실제로 당신의 몸을 만지고 나서야 알아보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페넬로페 쪽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남편이 이 집에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 주려는 듯했다. 그러나 아테나가 페넬로페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에, 페넬로페는 그쪽을 바라보고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오른손으로 에우리클레이아의 목을 붙잡고 왼손으로 그녀를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유모, 나를 망칠 셈이오? 당신 젖을 먹여 키운 내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소. 신의 뜻으로 나를 알아보았으니 조용히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만약 발설한다면 내가 구혼자들을 처단할 때, 비록 나를 키워준 유모라 할지라도 다른 시녀들과 함께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에우리클레이아가 대답했다.
“내 아이여,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그 무엇도 나를 굽히거나 꺾을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돌이나 쇠처럼 입을 굳게 다물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하늘이 구혼자들을 당신의 손에 넘겨주는 날이 오면, 이 집의 여자들 가운데 행실이 나빴던 여자들과 죄가 없는 여자들의 명단을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유모, 그럴 필요는 없소. 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니 당신은 입을 다물고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시오.”
처음 가져온 물을 모두 쏟았으므로 에우리클레이아는 물을 더 길어 오려고 회랑을 나갔다. 유모가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기고 향유를 발라 주자, 오디세우스는 몸을 데우려고 의자를 불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 누더기로 흉터를 감추었다. 그러자 페넬로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그네여, 그대와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나누고 싶소.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요. 하지만 나는 하늘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을 주었으니, 낮에도 내 일과 하인들을 살피면서 줄곧 울고 탄식하고 있소. 밤이 되어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도 나는 깨어 생각에 잠기며, 내 마음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잔인한 고통에 시달리오. 마치 초봄이 되면 판다레오스의 딸 나이팅게일이 봄날 숲속에서 자신의 아들 이틸로스를 실수로 죽인 것을 슬퍼하며 구슬프게 노래하듯, 내 마음도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소. 내가 이곳에 남아 아들의 재산과 집안의 명예, 남편에 대한 지조를 지켜야 할지, 아니면 엄청난 선물을 내놓는 구혼자 중 가장 뛰어난 자를 따라 재혼해야 할지 모르겠소. 아들이 어릴 때는 내가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으나,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은 구혼자들이 재산을 탕진하는 것에 분노하며 내가 집을 떠나기를 바라고 있소.
나그네여, 내가 꾼 꿈을 듣고 해몽해 주시오. 집안에 여물통에서 반죽한 모이를 먹는 거위 스무 마리가 있는데, 그 거위는 내가 매우 아끼는 것들이오. 그런데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산에서 날아와 거위들의 목을 부러뜨려 모조리 죽이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소. 거위들이 마당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꿈속에서 슬피 울자 시녀들이 몰려왔소. 그때 독수리가 다시 돌아와 지붕 처마에 앉아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소.
‘이카리오스의 딸이여, 안심하라. 이것은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질 징조다. 거위들은 구혼자들이요, 나는 독수리가 아니라 돌아온 너의 남편이다. 내가 저 구혼자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선사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깨어나 밖을 보니 거위들이 평소처럼 여물통에서 모이를 먹고 있더군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안주인이시여, 이 꿈의 의미는 오직 하나입니다. 오디세우스 자신이 그 꿈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이미 그대에게 말해 주지 않았습니까? 구혼자들이 죽을 것이라는 징조이며, 그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페넬로페가 대답했다.
“나그네여, 꿈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며, 꿈이 언제나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오. 실체 없는 환상이 나오는 문은 두 개가 있다오. 하나는 뿔로 된 문이고 다른 하나는 상아로 된 문이오. 상아 문을 통해 나오는 꿈은 허황된 것이지만, 뿔 문을 통해 나오는 꿈은 그것을 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소. 하지만 내 꿈은 뿔 문을 통해 나온 것 같지는 않소. 물론 그 꿈이 그렇게 이루어진다면 나와 내 아들은 더없이 기쁠 것이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터이니 기억해 두시오. 이제 나를 오디세우스의 집에서 갈라놓을 불길한 날이 밝아오고 있소. 내가 도끼를 세워 놓고 겨루는 시합을 열려고 하기 때문이오. 내 남편은 뜰에 도끼 열두 자루를 한 자루씩 다른 자루 앞에 세워 놓곤 했소. 마치 배를 만들 때 배의 뼈대를 이루는 버팀목처럼 말이오. 그런 다음 그는 도끼들에서 떨어져 서서 열두 자루 모두의 철 구멍을 화살 하나로 관통하곤 했소. 나는 구혼자들에게 똑같은 일을 해 보라고 할 것이오.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쉽게 활시위를 걸고 활을 다루어 열두 자루의 도끼를 모두 화살로 관통할 수 있는지 보겠소. 그리고 그 일을 해내는 자를 따라 이 훌륭하고 풍요로운 집을 떠날 것이오. 하지만 나는 꿈속에서조차 이 집을 잊지 못할 것 같소.”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안주인이여, 오디세우스의 아내여, 그 시합을 미루실 필요는 없습니다. 구혼자들이 활을 손에 쥐고 시위를 걸어 철 도끼 구멍으로 화살을 날리기 전에 오디세우스께서 반드시 돌아오실 것입니다.”
페넬로페가 말했다.
“나그네여, 그대가 곁에 앉아 이야기해 주는 동안에는 잠들고 싶지 않소. 하지만 인간은 영원히 잠을 이루지 않을 수 없으며, 하늘은 세상 모든 일에 시간을 정해두었소. 나는 남편이 그 가증스러운 도시로 떠난 날부터 눈물로 적셔온 위층 방의 침상으로 올라가 눕겠소.”
그녀는 시녀들을 데리고 위층 방으로 올라갔고, 아테나 여신이 그녀의 눈꺼풀에 달콤한 잠을 내려줄 때까지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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