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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20권 2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5.

 

제20권 1 보기

 

텔레마코스는 사냥개 두 마리를 데리고 창을 든 채 회랑을 나와 아카이아인들의 집회장으로 향했다. 에우리클레이아는 시녀들을 불러 명령했다.
“얘들아, 어서 일어나 회랑을 쓸고 물을 뿌려 먼지를 가라앉혀라. 의자에 덮개를 씌우고 식탁은 젖은 수건으로 닦아라. 술을 섞는 항아리와 잔을 깨끗이 씻고 샘터에 가서 물을 떠 오너라. 오늘은 축제일이니 구혼자들이 일찍 찾아올 것이다.”
시녀 스무 명이 샘터로 물을 뜨러 갔고, 남은 이들은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남자 하인들이 들어와 장작을 패기 시작했고, 여인들은 물을 떠가지고 돌아왔다. 이어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가 살찐 돼지 세 마리를 몰고 들어왔다. 돼지들을 뜰에 풀어놓은 에우마이오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친절히 물었다.
“나그네여, 구혼자들이 이제는 당신을 좀 좋게 대합니까, 아니면 여전히 모욕합니까?”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에우마이오스여, 남의 집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오만방자하게 구는 저자들에게 신들께서 반드시 벌을 내리시기를 바라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구혼자들의 점심 식사로 쓸 가장 좋은 염소들을 끌고 두 명의 목동과 함께 들어왔다. 멜란티오스는 염소들을 정문 아래 매어두고 오디세우스에게 다가와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이봐, 거지 늙은이, 아직도 여기서 비벼대며 구걸하고 있느냐? 당장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할까! 아무래도 너는 주먹맛을 보아야 끝이 날 모양이구나. 그렇게 염치없이 구걸만 하고 다니다니, 아카이아인들의 연회가 이곳에만 있는 줄 아느냐?”
오디세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분노를 삭였다. 이때 세 번째 사람, 필로이티오스가 새끼를 낳지 못하는 어린 암소 한 마리와 염소들을 끌고 들어왔다. 그 짐승들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뱃사공들이 배로 건너다 준 것이었다. 필로이티오스는 짐승들을 매어두고 에우마이오스에게 다가와 물었다.
“돼지치기여, 새로 찾아온 저 나그네는 누구인가? 어떤 가문 출신이며 고향이 어디인가? 불쌍하게도 위대한 영웅의 기품이 보이는데, 신들께서는 왕이라 할지라도 뜻을 정하면 고통을 주시는구려.”
필로이티오스는 오디세우스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노인장, 반갑습니다. 지금은 비록 고통을 겪고 계시나 앞으로 좋은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우스 아버지여, 당신의 자식인 인간들에게 이토록 참혹한 고통을 내리시다니 참으로 무정하십니다. 당신을 보니 땀이 나고 눈물이 차오릅니다. 내 주인 오디세우스께서도 이처럼 누더기를 걸치고 세상을 떠돌고 계실까 두렵습니다. 만약 그분이 이미 돌아가셔서 하데스의 집에 계신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내가 어릴 때 오디세우스께서는 나를 세팔레니아인들 사이에서 가축지기로 삼으셨고, 지금은 소들이 곡식 이삭처럼 불어났으니, 저보다 가축을 더 잘 돌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주인의 아들이 집에 있음에도 그를 안중에 두지 않고, 하늘의 분노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나누어 가지려 드는 자들을 위해 이 소들을 계속 끌어다 바쳐야 하니 내 처지가 참으로 원통합니다. 그분의 아들이 살아 있는 동안 남의 나라로 가축들을 끌고 도망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 이곳에 남아 남의 가축을 돌보며 멸시를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 테니까요. 오직 내 주인께서 돌아와 저 구혼자들을 모조리 쫓아내실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소치기여, 그대는 사리 분별이 바르고 마음씨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구려. 내가 맹세코 그대에게 진실을 말하겠소. 제우스 신과 내가 찾아온 오디세우스의 화로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대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오디세우스께서 돌아오실 것이며, 그대가 원한다면 이곳의 주인 노릇을 하던 구혼자들을 그분이 처단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오.”
필로이티오스가 대답했다.
“제우스께서 그 말을 이루어주신다면, 내가 얼마나 온 힘을 다해 그분을 도울지 보게 될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역시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를 하늘에 기도했다.
한편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으나, 그들의 왼쪽에서 비둘기를 움켜쥔 독수리가 날아가는 징조가 나타났다. 암피노모스가 말했다.
“친구들이여, 텔레마코스를 죽이려는 우리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가서 식사나 합시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 망토를 긴 의자와 좌석 위에 벗어 놓았다. 그리고 양과 염소와 돼지와 암소를 제물로 바쳤다. 시종들은 내장을 구워 익히고 그것을 나누어 내놓았으며, 술을 섞는 항아리에 포도주를 섞었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사람마다 술잔을 나누어 주었다. 필로이티오스는 빵 바구니에서 빵을 나누어 주었으며, 멜란티오스는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눈앞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에 손을 대었다.
텔레마코스는 일부러 오디세우스를 회랑의 돌로 포장된 쪽에 앉혔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식탁을 따로 마련하고 초라해 보이는 의자를 그에게 내주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내장 고기를 가져다주고, 금잔에 포도주를 담아 주었다.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거기에 앉아서, 귀한 분들과 함께 포도주를 드십시오. 제가 구혼자들의 조롱과 폭력을 막겠습니다.”
그리고 구혼자들을 향해서도 말했다.
“여기는 아무나 드나드는 여관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집이며, 그분에게서 제가 물려받은 집입니다. 그러니 구혼자들이여, 손과 입을 조심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입니다.”
구혼자들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대담한 말에 놀랐다. 그러자 안티노오스가 말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참아 주도록 하지. 텔레마코스가 우리에게 진지하게 위협하고 있으니 말이야. 제우스께서 허락만 하셨다면, 진작에 저 용감한 말을 못 하게 만들었을 텐데.”
안티노오스가 이렇게 말했지만, 텔레마코스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사이 전령들은 성스러운 헤카톰베를 위한 제물을 성읍을 가로질러 가져왔고, 아카이아인들은 그늘진 아폴론의 숲에 모여들었다.

 

구혼자들은 제물의 살코기를 구워 꼬챙이에서 빼낸 다음, 사람마다 몫을 나누어 주고 배불리 먹으며 잔치를 벌였다. 식사를 시중드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과 똑같은 몫을 오디세우스에게도 주었다. 텔레마코스가 그렇게 하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구혼자들이 잠시라도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게 했다.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더욱 격렬한 분노를 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사메 출신의 무례한 자가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크테시포스였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믿고 오디세우스의 아내에게 구혼하러 온 자였다. 그가 구혼자들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이 나그네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많은 몫을 받았소. 그거야 잘된 일이오. 텔레마코스의 손님으로 이곳에 온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이치에 맞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그에게 선물을 하나 주겠소. 그래야 그가 목욕 시중을 드는 여인이나 오디세우스의 다른 하인들에게 줄 것이라도 생길 테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기 바구니에 놓여 있던 암소의 발 하나를 집어 오디세우스에게 던졌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재빨리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려 그것을 피했다. 오디세우스는 사르데냐 사람들처럼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암소의 발은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벽을 때렸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크테시포스에게 사납게 말했다.
“이 이방인이 고개를 돌려 당신이 맞히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시오. 만일 그를 맞혔다면 내가 창으로 당신을 꿰뚫었을 것이고, 당신의 아버지는 이 집에서 당신의 결혼이 아니라 장례 준비를 해야 했을 것이오. 그러니 여러분 가운데 누구도 더 이상 이런 추잡한 짓을 하지 마시오. 이제 나는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소. 예전처럼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오. 나는 당신들이 내 양을 잡아먹고 내 곡식과 포도주를 제멋대로 가져가는 것을 오래전부터 보아 왔소. 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 참고 있었던 것뿐이오. 이제 더 이상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지는 마시오. 정 나를 죽이고 싶다면 죽여도 좋소. 손님들이 모욕 당하고, 남자들이 집 안에서 하녀들을 난폭하고 추잡하게 끌고 다니는 이런 수치스러운 광경을 날마다 보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으니까 말이오.”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다마스토르의 아들 아겔라오스가 입을 열었다.
“방금 한 말에 화를 내거나 반박해서는 안 됩니다. 아주 이치에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나그네나 집 안의 다른 하인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십시오. 다만 나는 텔레마코스와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근거가 있었을 때는 그대들이 고생하면서 구혼자들을 집 안에 머물게 한 것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었소.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는 그가 결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이 분명해졌소. 그러니 이제 어머니와 조용히 상의하여, 어머니가 가장 훌륭하고 지참금을 많이 내놓는 자와 혼인하도록 설득하시오. 그러면 그대 자신도 유산을 마음대로 관리하며 평화롭게 먹고 마실 수 있을 것이고, 어머니는 이제 그대의 집이 아니라 다른 남자의 집을 돌보게 될 것이오.”
텔레마코스가 대답했다.
“아겔라오스여, 제우스 신과 내 불쌍한 아버지의 고통을 걸고 말하건대, 나는 어머니의 재혼을 가로막지 않았소. 오히려 원하는 분을 골라 가시라고 권하고 수많은 선물도 더해 줄 용의가 있소. 그러나 어머니를 강제로 이 집에서 쫓아낼 수는 없소. 하늘이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오.”
그 순간 아테나 여신은 구혼자들에게 광기 어린 웃음을 불어넣어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키셨다. 그들은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먹는 고기는 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올랐으며, 가슴은 불길한 예감으로 무거워졌다. 이를 본 예언자 테오클리메노스가 외쳤다.
“가련한 사람들이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둠의 장막이 그대들을 뒤덮고 있습니다. 두 뺨은 눈물로 젖어 있고, 사방의 공기에는 통곡하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벽과 서까래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회랑의 문과 그 너머의 뜰에는 유령들이 무리를 지어 지옥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태양은 하늘에서 사라졌고, 온 땅에는 죽음을 부르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러자 에우리마코스가 말했다.
“얼마 전에 이곳에 온 이 나그네는 정신이 나갔군. 하인들아, 이자를 거리로 내쫓아라. 여기 있는 것이 그렇게 어둡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테오클리메노스가 말했다.
“에우리마코스, 나를 쫓아내기 위해 하인을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눈도 있고, 귀도 있고, 두 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리를 판단할 정신도 있습니다. 나는 이 집을 떠나겠습니다. 오디세우스의 궁에서 사람들을 모욕하고 악행을 꾸미는 당신들 중 단 한 사람도 피할 수 없는 무서운 재앙이 당신들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테오클리메노스는 말을 마치고 집을 나가 자신을 환대해 준 피라이오스에게로 갔다. 구혼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나그네들을 비웃고 텔레마코스에게 도발했다. 한 오만한 자가 말했다.
“텔레마코스여, 당신은 손님 복이 참 없구려. 하나는 빵과 포도주나 구걸하고 일할 줄도, 싸울 줄도 모르는 보잘것없는 거지이고, 다른 하나는 예언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말이오. 차라리 내 말을 듣고 이 자들을 시켈리아(시칠리아)로 보내 팔아치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오.”
텔레마코스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아버지가 언제 구혼자들을 공격할지 신중히 바라보았다.
한편 이카리오스의 딸, 지혜로운 페넬로페는 회랑 맞은편에 화려한 의자를 놓고 앉아, 안에서 오가는 말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 구혼자들은 많은 희생 제물을 잡아 성대하고 즐거운 점심 식사를 즐겼으나, 저녁 식사는 그 어떤 것보다 끔찍한 연회가 될 터였다. 여신과 용맹한 영웅이 자업자득으로 그들을 위한 비참한 파멸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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