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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 제10권 2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13.

제10권 1 보기

 

마법에 걸린 숲을 지나 마녀 키르케의 커다란 집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젊음과 아름다움이 한창인 젊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수염이 나기 시작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가엾고 불행한 사람이여, 왜 이 산꼭대기를 혼자서 길도 알지 못한 채 올라가고 있는가? 그대의 부하들은 모두 키르케의 돼지우리 안에 갇혀 있다. 마치 야생 멧돼지가 굴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설마 그들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장담하건대 그대는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이곳에 갇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대를 지켜주고 이 곤경에서 빠져나오게 해주겠다. 이 약초를 받아라. 이것은 아주 강력한 효험을 지닌 약초다. 키르케의 집으로 갈 때 몸에 지니고 있어라. 그러면 어떤 종류의 해로운 마법도 그대에게 미치지 못하게 해주는 부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키르케가 그대에게 어떤 사악한 마법을 걸려고 할지 모두 알려주겠다. 그녀는 너에게 마실 것을 대접하며 음식에 약을 섞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약초의 효험 때문에 그대는 마법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키르케가 지팡이로 그대를 내리치면 칼을 뽑아 들고, 그녀에게 죽일 듯 달려들어라. 그러면 그녀는 겁을 먹고 그대에게 함께 잠자리에 들자고 할 것이다. 그때 그녀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해서는 안 된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그녀가 부하들을 풀어주고, 그대 자신도 잘 돌보게 하는 것이니, 반드시 그 전에 키르케가 모든 축복받은 신들을 걸고 엄숙하게 맹세하게 해야 한다. 다시는 그대에게 해를 끼칠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그대를 벌거벗겨 놓은 뒤 남자의 힘을 빼앗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헤르메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땅에서 약초를 뽑아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뿌리는 검은색이었고 꽃은 우유처럼 하얬지요. 신들은 그것을 몰뤼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그것을 땅에서 뽑아낼 수 없지만, 신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헤르메스는 숲이 우거진 섬을 가로질러 높은 올림포스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키르케의 집을 향해 나아갔고, 걸어가는 동안 마음은 걱정으로 무거웠습니다. 문 앞에 이르러 여신을 불렀습니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그녀는 곧 내려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지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몹시 불안해하면서도 그녀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나를 은으로 장식한 화려한 의자에 앉혔고, 발밑에는 발받침도 놓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실 것을 황금 잔에 섞어 내주었는데, 내게 해를 끼칠 생각으로 그 안에 약을 탔지요. 그녀가 그것을 내게 건네자 나는 마셨지만,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요. 그러자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내리쳤습니다.
“자, 이제 돼지우리로 가서 다른 놈들과 함께 굴을 파고 지내라.”
그녀가 소리쳤습니다. 나는 바로 칼을 뽑아 들고 그녀에게 죽일 듯 달려들었지요. 그러자 그녀는 큰 비명을 지르며 내 앞에 쓰러져 내 무릎을 끌어안고 애처롭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습니까? 어느 땅 어느 백성에게서 왔습니까? 내 약이 당신에게 아무런 마법도 걸지 못하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내가 준 약초를 맛보고도 이렇게 견뎌낸 사람은 지금껏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마법에 걸리지 않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용감한 영웅 오디세우스일 것입니다. 헤르메스가 언젠가 당신이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를 타고 이곳에 오게 될 것이라고 늘 말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칼을 거두시고 함께 침상으로 가시지요. 서로를 믿고 사랑을 나눕시다.”
그러자 내가 대답했지요.
“키르케, 당신은 내 모든 부하를 돼지로 만들어 놓고서 어떻게 내가 당신과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제 나까지 이곳에 붙잡아 두고는 나에게 해를 끼칠 생각으로 함께 잠자리에 들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나를 남자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먼저 다시는 나에게 해를 끼칠 음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하지 않는 한, 결코 당신과 잠자리에 들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키르케는 내가 말한 대로 즉시 맹세했고, 맹세를 마치자 나는 그녀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그녀의 네 시녀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녀들은 숲과 샘, 그리고 바다로 흘러내리는 신성한 물줄기의 딸들이었지요. 한 시녀는 화려한 자주색 천을 의자 위에 펼치고 그 아래에 양탄자를 깔았습니다. 다른 시녀는 은으로 된 상들을 의자 가까이 가져와 금으로 만든 바구니들을 그 위에 놓았습니다. 세 번째 시녀는 은 대접에 달콤한 포도주를 물과 섞고 황금 잔에 담아 상 위에 놓았습니다. 네 번째 시녀는 자신이 피워 놓은 활활 타는 불 위에 큰 솥을 올려놓고 물을 가져와 끓였습니다. 솥의 물이 끓자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온도가 되도록 찬물을 부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를 욕조에 앉히고 솥의 물을 머리와 어깨에 부어 씻겨 주었지요. 온몸의 피로와 뻣뻣함을 풀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가 나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준 뒤 좋은 망토와 셔츠를 입혀 주었고, 은으로 상감한 화려한 의자로 데려갔습니다. 의자 아래에는 발받침도 놓여 있었지요.
한 시녀가 아름다운 황금 주전자로 물을 가져와 은 대야에 부어 내가 손을 씻게 했고, 내 곁에는 깨끗한 상을 끌어다 놓았습니다. 또 한 시녀는 빵을 가져오고 집에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내놓았지요. 키르케가 내게 먹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먹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차려진 음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우울하고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키르케는 먹지 않고 큰 슬픔에 잠겨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오디세우스, 왜 벙어리처럼 그렇게 앉아 있습니까? 속을 태우면서 음식과 술을 모두 거부하고 있군요.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이미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엄숙하게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내가 말했습니다.
“키르케여, 도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기 부하들이 갇혀 있는데 어떻게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진정으로 먹고 마시기를 원하신다면 내 눈으로 부하들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그들을 먼저 풀어주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곧바로 지팡이를 손에 들고 뜰을 가로질러 돼지우리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내 부하들이 살진 수퇘지 떼처럼 우르르 밖으로 나와 그녀를 바라보았지요. 키르케는 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한 사람씩 두 번째 약을 발라주었습니다. 그러자 사악한 약 때문에 돋아났던 뻣뻣한 털이 모두 떨어져 나갔고, 부하들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보다 훨씬 젊어지고 키도 크며 잘생긴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나를 알아보고 저마다 내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환호했지요. 온 집 안이 그들의 함성으로 가득 찰 정도였습니다. 키르케 자신도 그들을 가엾게 여겼는지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오디세우스, 고귀한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당장 바닷가로 돌아가 그대의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세요. 그런 다음 배의 장비와 물건들을 모두 동굴에 숨겨두고, 부하들을 데리고 다시 이곳으로 오십시오.”
나는 이 말을 듣고 바닷가로 돌아갔습니다. 배에 있던 부하들은 비통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마치 들판에서 풀을 먹고 돌아오는 어미 소를 보고 송아지들이 우리를 뛰어넘어 덤벼들며 뒹굴듯, 나를 둘러싸고 기뻐했습니다. 마치 자신들의 고향인 험준한 이타카에 도착한 것처럼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대장님! 대장님이 돌아오시니 마치 고향 이타카에 무사히 도착한 것만큼이나 기쁩니다. 어서 다른 전우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그들을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고, 배의 장비와 모든 물건을 동굴에 숨겨야 한다. 그런 다음 너희 모두 나와 함께 최대한 빨리 키르케의 집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너희 전우들이 풍족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먹고 마시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부하들은 당장 나와 함께 가려고 했지만, 에우리로코스가 그들을 말리며 말했지요.
“아, 가엾은 우리 신세여!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우리 모두를 돼지나 늑대나 사자로 만들어 버릴 키르케의 집으로 달려가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결국 그녀의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우리 동료들이 오디세우스와 함께 키클롭스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을 때 키클롭스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십시오. 그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도 모두 오디세우스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튼튼한 허벅지 곁에 찬 칼을 뽑아, 비록 가까운 친척이었지만 그의 목을 베어버릴까 순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부하들이 나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대장님, 저 자는 배를 지키도록 남겨두고, 저희만 데리고 키르케의 집으로 가시지요.”
우리 모두는 육지 안쪽으로 향했습니다. 에우리로코스도 결국 우리와 함께 갔지요. 내가 그에게 엄하게 꾸짖었던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지요. 한편 키르케는 뒤에 남아 있던 부하들을 씻기고 올리브 기름을 발라주고 있었습니다. 또 그들에게 모직 망토와 셔츠도 입혀주었지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키르케의 집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하들은 서로를 알아보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외쳤고, 온 집 안이 다시 그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자 키르케가 내게 다가와 말했지요.
“오디세우스, 고귀한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그대의 부하들에게 이제 그만 울라고 하세요. 나는 당신들이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지, 육지에서 잔인한 야만인들을 만나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머물며 마음껏 먹고 마시세요. 이타카를 떠날 때처럼 다시 몸과 마음을 회복할 때까지 말입니다. 지금 그대들은 지칠 대로 지쳐 고통스러웠던 여행만 생각하느라 마음의 평정을 잃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우리도 그 말에 따랐지요. 우리는 꼬박 일 년 동안 키르케와 함께 머물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와 포도주를 실컷 먹고 마셨습니다. 그러나 달이 차고 기울기를 거듭하고 긴 낮이 다시 돌아왔을 무렵, 부하들이 나를 따로 불러 말했습니다.
“대장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제 떠날 때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신들께서 대장님을 살려두어 고향 집과 조국을 다시 보게 하실 작정이라면 말입니다.”
나 역시 그들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해 질 녘까지 고기와 술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부하들이 지붕이 있는 회랑에 누워 잠들었을 때 나는 키르케의 침상으로 가서 그녀의 무릎을 잡고 간청했습니다.
“키르케여, 나를 고향으로 보내주겠다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나와 부하들 모두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부하들은 내게 다가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성화를 부립니다.”
그러자 여신이 대답했습니다.
“오디세우스, 고귀한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그대들이 더 이상 이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여기 더 머물 필요는 없어요. 그대는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처소로 가서, 죽어서도 지혜를 잃지 않은 테베의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영혼에게 자문을 구해야 해요. 페르세포네 여신께서는 오직 테이레시아스에게만 죽은 후에도 지성을 유지하게 하셨기 때문이에요. 다른 혼령들은 그저 목적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뿐이죠.”
이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침상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한참을 울고 뒹굴다 나는 물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 여행에서 나를 인도해주겠습니까? 하데스의 집은 어떤 배도 닿을 수 없는 곳이 아닙니까?”
그녀가 대답했지요.
“안내자는 필요하지 않아요. 돛대를 세우고 흰 돛을 올린 다음 가만히 앉아 있으세요. 그러면 북풍이 저절로 그대를 그곳까지 데려다줄 거예요. 배가 오케아노스의 물길을 가로질러 가면, 키 큰 포플러나무와 버드나무가 우거져 때가 아닌 때에 열매를 떨어뜨리는 페르세포네의 영토인 비옥한 해안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 오케아노스의 물가에 배를 대고, 곧장 하데스의 어두운 거처로 가세요. 그곳은 피리플레게톤강과 코퀴토스강이 아케론강으로 흘러드는 곳 가까이에 있어요. 코퀴토스강은 스틱스강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예요. 세차게 흐르는 두 강물이 서로 합쳐지는 바로 그 근처에 바위가 하나 보일 거예요. 그곳에 도달하거든 한 큐빗(약 45cm) 길이의 구덩이를 파세요. 그리고 모든 죽은 자들에게 드리는 제사 술로 첫 번째는 우유와 섞은 꿀, 두 번째는 달콤한 포도주, 세 번째는 물을 붓고 그 위에 하얀 보릿가루를 뿌리세요. 그리고 가엾고 힘없는 혼령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올리고, 이타카로 돌아가면 그대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그들에게 제물로 바치고 장작더미에 좋은 제물을 가득 올리겠다고 약속하세요. 특히 테이레시아스에게는 그대가 가진 모든 양 떼 가운데 가장 좋은 검은 양 한 마리를 온전히 그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해야 해요.
기도를 마친 뒤에는 에레보스를 향해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암양 한 마리의 목을 꺾어 바치고, 당신은 강 쪽으로 고개를 돌리세요. 그러면 수많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모여들 거예요. 그때 부하들에게 방금 죽인 양의 가죽을 벗기고 불태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제물을 바치게 하세요. 당신은 칼을 뽑아 들고 앉아 테이레시아스가 당신의 질문에 답해주기 전까지는 다른 영혼들이 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곧 예언자가 나타나 당신의 항해 길과 단계, 그리고 바다를 지나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일러줄 겁니다.”
그녀가 말을 마칠 무렵에는 이미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키르케는 내게 셔츠와 망토를 입혀주었지요. 그녀는 아름답고 가벼운 얇은 옷감을 어깨에 걸치고, 황금 허리띠로 허리를 둘렀으며, 머리에는 베일을 덮었지요. 나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이제 여기서 더 이상 잠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떠나야 한다. 키르케가 내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내가 명한 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아무 사고 없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하 중 엘페노르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용맹하지도 지혜롭지도 못한 자였습니다. 그가 술에 취해 시원한 곳을 찾아 지붕 위에서 잠을 자다가 부하들이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놀라 지붕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목뼈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숨졌고, 그의 영혼은 하데스의 거처로 떨어졌습니다. 부하들이 모이자 나는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겠지만, 키르케 여신께서는 우리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거처로 가서 테베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영혼을 만나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들은 부하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비통해하며 땅에 엎드려 머리털을 쥐어뜯고 울부짖었습니다. 하지만 울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며 해변으로 갔을 때, 키르케는 이미 배 곁에 숫양과 암양을 묶어두고 우리 가운데를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신이 자신을 숨기고자 한다면 누가 그를 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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