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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 제11권 1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14.

제10권 2 보기

 

제11권 죽은 자들의 세계를 찾다

 

우리는 바닷가로 내려가 배를 물에 띄운 다음 돛대와 돛을 갖추어 올렸습니다. 양들도 배에 싣고 우리도 자리를 잡았는데, 마음은 몹시 괴롭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지요. 위대하고 영리한 여신 키르케는 배의 뒤쪽에서 곧장 불어오는 순풍을 보내주었고, 그 바람은 줄곧 우리와 함께하며 돛을 팽팽하게 부풀려주었습니다. 우리는 배의 장비 가운데 손볼 것이 있으면 손을 보며, 바람과 조타수가 이끄는 대로 항해했지요. 하루 종일 돛은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고, 배는 바다 위에서 정해진 항로를 따라갔습니다.
해가 지고 온 땅에 어둠이 내려앉자 우리는 오케아노스강★1의 깊은 물길로 들어섰습니다. 그곳에는 키메리아인들의 땅과 도시가 있었지요. 키메리아인들은 안개와 어둠에 뒤덮인 채 살아가는데, 하늘에 해가 떠오르거나 져도 절대 햇살이 들지 않아 불쌍한 그들은 길고 우울한 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이르러 우리는 배를 바닷가에 대고 양들을 내린 뒤, 키르케가 우리에게 일러준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오케아노스 물가를 따라 걸어갔지요.
그곳에서 페리메데스와 에우리로코스가 제물로 바칠 양들을 붙잡고 있는 동안, 나는 칼을 뽑아 한 변이 1규빗(약 45cm)되는 구덩이를 팠습니다. 그리고 모든 죽은 자들에게 술을 바쳤지요. 먼저 꿀과 우유를 섞은 것을 붓고, 다음에는 포도주를, 세 번째로는 물을 올렸습니다. 그 위에 흰 보릿가루를 뿌리고 가엾고 힘없는 혼령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내가 이타카로 돌아가면 그들을 위해 내가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좋은 암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장작더미에 좋은 제물을 가득 올리겠다고 약속했지요. 또한 특별히 테이레시아스에게 내 모든 양 떼 가운데 가장 좋은 검은 양 한 마리를 온전히 바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죽은 자들에게 충분히 기도한 뒤 나는 두 마리 양의 목을 베어 피가 구덩이 안으로 흘러들게 했습니다. 그러자 에레보스(저승 세계)에서 혼령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지요. 신부들, 젊은 총각들, 고된 일에 지친 노인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처녀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전사들이었지요. 전사들은 아직도 피로 얼룩진 갑옷을 걸친 채였습니다. 사방에서 몰려온 혼령들은 구덩이 주위를 맴돌며 기묘한 비명 같은 소리를 냈고,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나는 그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부하들에게 서둘러 죽은 양 두 마리의 가죽을 벗기고 불에 태워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했습니다. 동시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계속 기도하게 했지요. 나는 칼을 뽑아 든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테이레시아스가 내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 가엾고 힘없는 혼령들이 피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온 혼령은 내 부하 엘페노르였습니다. 그는 아직 땅에 묻히지 못했지요. 우리는 키르케의 집에서 그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한 채 남겨두고 떠나야 했습니다. 해야 할 다른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그를 보고 몹시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엘페노르여, 어쩌다 이 어둠과 암흑 속으로 내려오게 되었느냐? 나는 배를 타고 왔는데 너는 걸어서 나보다 빨리 이곳에 도착했구나.”
그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지요.
“대장님, 모든 것은 불운 때문이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던 탓입니다. 저는 키르케의 집 지붕 위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다시 큰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붕에서 그대로 떨어져 목이 부러졌고, 제 영혼은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장님께 간청합니다. 비록 이곳에는 없지만 대장님이 뒤에 남겨두고 온 모든 사람, 곧 당신의 아내와 어린 시절 대장님을 길러주신 아버지와 대장님 가문의 유일한 희망인 텔레마코스를 생각해서라도 제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주십시오. 제가 알기로 대장님은 이 어둠의 세계를 떠나면 다시 배를 타고 아이아이에섬으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곳을 떠날 때 저를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않고 묻지도 않은 채 남겨두지 마십시오. 그러면 제가 대장님에게 하늘의 분노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제가 입고 있는 갑옷이 있다면 그것과 함께 저를 불태워 주십시오. 바닷가에 제 무덤을 쌓아 훗날 사람들이 제가 얼마나 불운하고 가엾은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살아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사용했던 그 노를 제 무덤 위에 세워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대답했습니다.
“가엾은 친구여, 네가 부탁한 것은 모두 해주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슬픈 이야기를 나누며 앉아 있었지요. 나는 구덩이 한쪽에서 칼을 피 위에 겨누고 있었고, 내 전우의 혼령은 맞은편에서 내게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아우톨리코스의 딸이며 내 죽은 어머니인 안티클레이아의 혼령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트로이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살아 있었지요.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더라도 테이레시아스에게 질문하기 전에는 어머니가 피에 가까이 오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그때 테베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령도 나타났습니다. 그는 손에 황금 홀을 들고 있었지요. 그는 나를 알아보고 말했습니다.
“고귀한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여, 가엾은 사람이여, 어찌하여 밝은 태양 빛을 떠나 이 슬픈 곳까지 죽은 자들을 찾아왔느냐? 구덩이에서 물러나 칼을 거두어라. 내가 피를 마시고 네 질문에 진실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하라.”
그래서 나는 뒤로 물러나 칼을 칼집에 넣었지요. 그가 피를 마시자 곧 예언을 시작했습니다.
“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나 신들은 그 길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나는 네가 포세이돈의 눈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그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했기 때문에 포세이돈은 아직도 너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지. 그러나 네가 참고 견디어 배가 트리나키아섬에 이르렀을 때 너와 너의 동료들이 스스로를 잘 억제한다면 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섬에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는 태양신의 양과 소 떼가 있다. 그 가축들을 해치지 않고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한다면, 수많은 고난을 겪은 뒤에도 이타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축들을 해친다면, 내가 경고하건대 그대의 배와 부하들이 모두 멸망할 것이다. 설령 그대가 살아 남는다 하더라도 모든 부하를 잃고 참담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배를 타고서. 그리고 그대의 집에서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만하고 난폭한 자들이 그대의 아내에게 구혼하고 선물을 바친다는 핑계로 그대의 재산을 먹어치우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고향에 돌아가면 이 구혼자들에게 복수하게 될 것이다. 그대 집에서 힘으로든 속임수로든 그들을 모두 죽인 뒤에는, 잘 만든 노를 하나 들고 계속해서 걸어가라. 바다라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땅에 이를 때까지 말이다. 그곳 사람들은 음식에 소금조차 섞지 않으며, 배가 무엇인지, 배의 날개와도 같은 노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대가 틀림없이 알아볼 수 있는 확실한 징표 하나를 알려주겠다. 어떤 나그네가 너를 만나 네 어깨에 메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이 곡식을 까부르는 ‘키’냐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그곳에 노를 꽂고 포세이돈에게 숫양 한 마리와 황소 한 마리, 수퇘지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쳐라.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가 하늘의 모든 신들에게 차례로 헤카톰베를 바쳐라. 마지막으로 예언하건대, 너 자신의 죽음은 바다에서 찾아올 것이다. 그대가 나이가 들어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을 때 아주 평온하게 목숨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은 너를 축복할 것이다. 내가 말한 모든 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말했습니다.
“그 일들이야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것만은 사실대로 말해 주십시오. 여기 가까이에 불쌍한 어머니의 혼령이 보입니다. 어머니는 피 곁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아들인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말을 걸지도 않습니다. 제가 어머니에게 저를 알아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말했지요.
“그것은 내가 곧 알려주겠다. 네가 피를 맛보게 해주는 혼령은 누구든 너와 이성이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면 다시 떠나갈 것이다.”
테이레시아스의 혼령은 예언을 모두 끝내고 하데스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어머니가 다가와 피를 맛볼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어머니는 피를 마시자마자 나를 알아보고 다정하게 말했지요.
“내 아들아, 네가 아직 살아 있는데 어떻게 이 어둠의 거처까지 내려왔느냐? 살아 있는 사람이 이곳을 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우리와 이곳 사이에는 크고 무서운 물이 흐르고 있으며, 오케아노스도 있다. 오케아노스는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없으니, 반드시 좋은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너는 지금까지 트로이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찾고 있었느냐? 아직 이타카로 돌아가지도 못했고, 네 집에서 아내를 만나지도 못했느냐?”
내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테베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령에게 예언을 들으려고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아직 아카이아 땅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고향 땅을 밟아보지도 못했습니다. 아가멤논과 함께 준마의 땅 일리오스로 떠나 트로이인들과 싸우기 시작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불행만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오랫동안 병을 앓으셨습니까, 아니면 하늘이 어머니에게 고통 없이 편안하게 영원으로 가는 길을 허락하셨습니까?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두고 온 아들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그들이 제 재산을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차지해 제가 가더라도 되찾기 어렵게 되었습니까? 또 아내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아직도 제 아들과 함께 살면서 제 재산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더 좋은 혼처를 찾아 재혼했습니까?”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네 아내는 여전히 네 집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서 밤낮으로 온종일 눈물을 흘리며 지낸단다. 아직 아무도 네 훌륭한 재산을 차지하지 못했고, 텔레마코스도 여전히 네 영지를 아무 탈 없이 지키고 있단다. 텔레마코스는 권세가로서 자신의 지위에 걸맞게 많은 사람을 대접해야 하고, 또 모두가 너의 아들을 초대하기 때문이다.★2 네 아버지는 여전히 시골의 예전 집에 머물며 도시에 거의 가지 않으신다. 편안한 침상도 침구도 없단다. 겨울이면 사람들과 함께 불 앞의 바닥에서 잠을 자고 온몸에 누더기를 걸친 채 지낸다. 그러나 여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포도밭에 나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깔아놓은 포도나무잎을 침상 삼아 누워 지내신다. 그는 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슬퍼하고 있고, 늙어갈수록 더욱 고통스러워하신다. 내가 죽은 이유는 이러했다. 하늘은 나를 집에서 빠르고 고통 없이 죽도록 하시지도 않았고, 쇠약하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에 걸리게 하시지도 않았다. 그저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너를 향한 깊은 애정, 바로 그것이 내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었다.” ★3
나는 불쌍한 어머니의 혼령을 어떻게든 껴안아 보려고 했습니다. 세 번이나 어머니에게 달려가 두 팔로 껴안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꿈이나 환영처럼 내 품에서 빠져나갔지요.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며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껴안으려 하는데 왜 가만히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서로 두 팔을 뻗어 껴안을 수만 있다면, 하데스의 집에 있는 이곳에서도 서로의 슬픔을 나누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페르세포네가 단지 환영만을 보여주며 저를 조롱하여, 저에게 더 큰 슬픔을 주려는 것입니까?”
어머니가 대답했지요.
“내 아들아. 모든 인간 가운데 가장 불운한 자야, 너를 속이고 있는 것은 페르세포네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죽으면 그렇게 된단다. 죽음과 함께 힘줄이 더 이상 살과 뼈를 붙들어 주지 못한단다. 생명이 몸을 떠나는 순간, 살과 뼈는 맹렬한 불길에 타서 사라지고 영혼은 꿈처럼 훌쩍 빠져나간다. 이제 가능한 한 빨리 햇빛이 비치는 세상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네 아내에게 이야기하도록 하거라.”
이렇게 어머니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세포네가 이름난 영웅들의 아내와 딸들의 혼령을 모두 올려 보냈지요. 그들은 무리를 지어 피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나씩 질문을 던질지 고민했지요. 마침내 나는 튼튼한 허벅지 곁에 매달아 둔 날카로운 칼을 뽑아 들고, 그들이 한꺼번에 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한 사람씩 내게 다가왔고, 내가 질문할 때마다 각자 자신의 가문과 혈통을 이야기했지요.
내가 처음 본 사람은 티로였습니다. 그녀는 살모네우스의 딸이며 아이올로스★4의 아들 크레테우스의 아내였지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이라고 할 만한 에니페우스강을 사랑했지요. 어느 날 그녀가 평소처럼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 포세이돈이 그녀의 연인으로 변장하여 강 어귀에서 그녀와 동침했습니다. 그러자 거대한 푸른 파도가 산처럼 높이 솟아올라 여자와 신을 모두 가려 주었지요. 포세이돈은 그녀의 처녀 띠★5를 풀어헤치고 깊은 잠에 빠뜨렸습니다. 신이 사랑의 행위를 마치고 나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티로여, 모든 좋은 일을 기뻐하거라. 신들의 포옹은 헛되지 않으니, 너는 지금으로부터 열두 달쯤 지나면 훌륭한 쌍둥이를 낳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을 잘 돌보거라. 나는 포세이돈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되 입을 다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그러고는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갔고, 티로는 때가 되자 펠리아스와 넬레우스를 낳았지요. 두 사람은 모두 온 힘을 다해 제우스를 섬겼습니다. 펠리아스는 양을 많이 기르는 목축가로 이올코스에서 살았고, 다른 아들 넬레우스는 필로스에서 살았습니다. 그 밖의 자녀들은 크레테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았는데, 아이손과 페레스, 그리고 강력한 전사이자 전차를 몰았던 아미타온이었지요.
그다음으로 나는 아소포스의 딸 안티오페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제우스의 품에서 잠들기까지 했던 여인이며, 그에게서 두 아들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일곱 개의 문이 있는 테베를 세우고 사방에 성벽을 쌓았지요. 두 사람이 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어도 성벽을 두르기 전에는 테베를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다음에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제우스에게서 굴하지 않는 영웅 헤라클레스를 낳았지요. 그리고 위대한 왕 크레온의 딸 메가라를 보았는데, 그녀는 암피트리온의 용맹한 아들과 결혼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에피카스테를 보았지요. 그녀는 오이디푸스왕의 어머니였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아들과 결혼하는 끔찍한 운명을 맞았습니다. 오이디푸스왕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뒤 에피카스테와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신들은 이 모든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말았지요. 그 후에도 오이디푸스왕은 테베의 왕으로 남았지만, 신들이 자신에게 가한 가혹한 운명 때문에 큰 슬픔에 잠겨 살았습니다. 한편 에피카스테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목을 매고 강력한 간수 하데스의 집으로 갔지요. 그리고 복수의 여신들은 어머니를 욕되게 한 일에 대한 벌로 오이이푸스왕을 끈질기게 괴롭혔으니, 그는 그 일로 이후 참으로 쓰라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클로리스를 보았습니다. 넬레우스는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에 귀중한 선물을 아낌없이 바치고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이아소스의 아들이자 미뉘아스 오르코메노스의 왕인 암피온의 막내딸이었으며, 필로스의 왕비가 되었지요. 그녀는 네스토르와 크로미오스와 페리클리메노스를 낳았고, 또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여인 페로도 낳았습니다. 페로는 주변 모든 지방의 남자들에게 구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페로의 아버지 넬레우스는 필라케의 목초지에서 이피클레스의 소 떼를 훔쳐오는 사람에게만 딸 페로를 주겠다고 했지요.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소 떼를 훔치겠다고 나선 사람은 뛰어난 예언자 한 사람뿐이었습니다.★6 그러나 하늘의 뜻은 그에게 불리하여 소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그를 붙잡아 감옥에 가두었지요. 그럼에도 한 해가 지나 다시 같은 계절이 돌아오자, 이피클레스는 하늘의 모든 신탁을 풀이해준 그 예언자를 풀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우스의 뜻이 이루어졌지요.
그리고 틴다레오스의 아내 레다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틴다레오스에게 두 명의 이름난 아들을 낳아 주었는데, 말 다루기에 뛰어난 카스토르와 강력한 권투 선수 폴룩스였습니다. 두 영웅은 제우스가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 아직 살아 있으면서도 땅 아래에 누워 있지요. 두 사람은 영원토록 하루씩 번갈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며, 신들과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지요.
그다음에는 알로에우스의 아내 이피메데이아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포세이돈의 품에 안겼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지요. 그녀는 두 아들 오토스와 에피알테스를 낳았지만, 두 사람 모두 오래 살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오리온을 제외하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고 가장 잘생긴 아이들이었지요.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키가 아홉 길(약 16.4m)이나 되었고, 가슴둘레가 아홉 큐빗(약 4m)이나 되었습니다. 그들은 올림포스의 신들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했으며, 하늘까지 올라가기 위해 올림포스산 위에 오사산을 올려놓고, 그 위에 다시 펠리온산을 올려놓으려 했지요. 두 사람이 다 자랐더라면 실제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레토의 아들 아폴론이 그들의 뺨과 턱에 수염조차 나기 전에 두 사람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다음에는 파이드라와 프로크리스를 보았고, 마법사 미노스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도 보았지요.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가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디아섬에서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죽였기 때문이지요. 아르테미스는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에 대해 한 말 때문에 그녀를 죽였습니다.★7 

또한 마이라와 클리메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을 황금에 팔아넘긴 가증스러운 에리필레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본 영웅들의 아내와 딸들을 일일이 다 이야기하려면 밤이 다 지나가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제는 배에서 전우들과 함께든, 이곳에서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곳을 떠나는 일은 하늘과 여러분께서 알아서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1오케아노스강: 세계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흐르는 거대한 지상 최외곽의 강이자, 이승과 저승(하데스의 음적 세계)을 가르는 경계선. 오케아노스강을 건너면 저승으로 진입하게 된다. 호메로스 신화에서 오케아노스는 단순한 하나의 강이 아니라, 지상의 모든 강·바다·샘·우물의 원천이 되는 신성한 첫 번째 물줄기이다.

★2 독자는 오디세우스가 방황을 시작한 첫해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따라서 텔레마코스는 겨우 11살에 불과했다. 이와 똑같은 시대적 착오가 이 권의 뒤쪽에서도 일어난다.(번역자 각주 그대로 옮김)

★3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목을 매어 자살했다고 한다.(번역자 각주)

★4 바람의 왕 아이올로스와 혼동하지 말 것(번역자 각주)

★5 고대 그리스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처녀들이 허리나 가슴 밑 부분에 특별한 끈이나 띠를 착용했다.

★6 여기서 말하는 예언자는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예언자 멜람푸스이다. 멜람푸스는 사촌인 비아스의 부탁으로 비아스와 페로를 결혼시켜 주기 위해 이피클레스의 소 떼를 훔치러 갔다가 잡혀 1년 동안 감옥에 갇힌다. 멜람푸스가 처음 소 떼를 훔치다 잡힌 것부터, 1년 동안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은 것, 그리고 1년 뒤 자신의 예언 능력으로 이피클레스의 신임을 얻어 풀려난 것 전체가 제우스가 예비한 운명의 과정이었다.

★7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러 크레타로 갔을 때,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반해 실타래와 칼을 주어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고 미궁을 탈출하도록 도왔다. 테세우스는 고마움과 사랑의 증표로 그녀를 크레타에서 아테네로 데려가려 했지만, 아리아드네는 디아섬에서 아르테미스(디아나)의 화살에 맞아 죽음을 맞았다. 아르테미스가 화살을 쏜 이유는 디오니소스가 아르테미스(디아나) 여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낙소스섬에 버리고 떠났다는 이야기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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