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와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저택에서 은밀히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아레스는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주며 헤파이스토스왕의 침상을 더럽혔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지켜보던 태양신 헬리오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찾아와 이를 고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끔찍한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는 아레스를 해칠 계략을 마음속에 품은 채 대장간으로 향했지요. 그리고 거대한 모루를 제자리에 놓고, 누구도 풀 수 없고 끊을 수도 없는 쇠사슬을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그 쇠사슬은 한 번 걸리면 그 자리에 꼼짝없이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이었지요. 덫을 모두 만든 뒤 그는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쇠사슬을 침상 기둥에 사방으로 걸어놓았습나다. 천장의 거대한 들보에서도 많은 쇠사슬이 아래로 늘어지게 했지요. 그것들은 너무나 가늘고 정교해서 어떤 신이라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침상 전체에 쇠사슬을 모두 설치한 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성읍인 렘노스를 향해 떠나는 척했습니다. 아레스는 그를 늘 지켜보고 있었지요. 헤파이스토스가 떠나는 것을 보자마자 아레스는 사랑에 불타 아프로디테의 집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그때 아프로디테는 아버지 제우스를 만나고 막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던 참이었지요. 아레스는 집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침상으로 갑시다. 그는 지금 집에 없소. 헤파이스토스는 이미 렘노스로 떠나 신티아인들의 야만스러운 말을 듣고 있을 것이오.’
아프로디테도 마다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침상으로 가서 쉬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영리한 헤파이스토스가 두 사람을 위해 쳐놓은 덫에 걸리고 말았지요. 두 사람은 일어나지도, 손발을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그제야 자신들이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요. 그때 절름발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돌아왔습니다. 태양신이 파수를 보다가 그에게 상황을 알려주었기에, 렘노스에 다다르기 전에 발길을 돌렸던 것입니다. 그는 깊은 슬픔과 분노에 차 저택으로 돌아왔습니다. 출입문에 다다르자 끔찍한 소리로 외치며 모든 신들에게 울부짖었습니다.
‘제우스 아버지시여, 그리고 영원히 사시는 복된 신들이여! 어서 와서 웃기고도 비참한 광경을 보시오! 제우스의 딸 아프로디테가 내가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나를 멸시하고, 사악한 아레스와 사랑에 빠졌소. 아레스는 잘생기고 다리가 곧으나 나는 불구로 태어났기 때문이오. 하지만 이는 내 잘못이 아니라 나를 낳은 부모의 탓이니, 나를 낳지 말았어야 했소! 어서 와서 두 사람이 내 침상에서 사랑을 나누며 누워 있는 모습을 보시오. 이를 보는 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오. 그러나 비록 서로를 간절히 사랑할지라도 그들은 잠시라도 이렇게 누워 있기를 원치 않을 것이오. 이 사슬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터이니, 여신의 아버지가 내가 그 딸을 얻기 위해 바쳤던 모든 혼인 선물을 돌려줄 때까지 그들은 그 자리에 갇혀 있게 될 것이오. 그 딸은 아름다우나 절제가 없는 여인이오!’
그러자 신들이 헤파이스토스의 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대지를 둘러싼 포세이돈이 왔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헤르메스도 왔으며, 아폴론도 왔습니다. 하지만 여신들은 몹시 부끄럽고 민망하여 모두 집에 남아 있었지요. 모든 좋은 것을 베푸는 신들이 문 앞에 서자, 축복받은 신들은 헤파이스토스가 얼마나 교묘한 덫을 놓았는지를 보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웃었습니다. 그중 한 신이 옆에 있는 신을 돌아보며 말했답니다.
‘악행은 결국 잘되지 않는 법이고, 약한 자가 강한 자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는구나. 보아라. 저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가 하늘에서 가장 빠른 신인 아레스를 붙잡았구나. 이제 아레스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생겼도다.’
신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말했지요.
‘헤르메스여, 신들의 전령이자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자여. 그대라면 저 쇠사슬이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개의치 않겠지? 아프로디테와 함께 잘 수만 있다면 말이야.’
헤르메스가 대답했습니다.
‘아폴론 왕이시여, 그런 기회가 내게 오기만 한다면 좋겠소. 쇠사슬이 지금의 세 배나 많다고 해도 상관없소. 신들과 여신들이 모두 지켜본다고 해도 좋소. 내가 그녀와 잘 수만 있다면 말이오.’
불멸의 신들은 그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그는 헤파이스토스에게 계속 아레스를 풀어주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를 풀어주시오. 그가 배상금을 내도록 하겠소. 그대가 요구하는 대로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배상금을 모두 지불하도록 내가 보증하겠소.’
헤파이스토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해달라고 내게 부탁하지 마시오. 나쁜 자의 약속은 믿을 만한 보증이 되지 못하오. 아레스가 여기서 풀려나 도망가고, 쇠사슬과 함께 자신의 빚까지 내버려둔다면 내가 그대에게서 어떻게 배상을 받아낼 수 있겠소?’
포세이돈이 말했지요.
‘헤파이스토스여, 아레스가 배상금을 내지 않고 떠난다면 내가 직접 그대에게 갚겠소.’
그러자 헤파이스토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그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고, 거절해서도 안 되겠군.’
그렇게 말한 헤파이스토스는 그들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로워지자마자 황급히 달아났습니다. 아레스는 트라키아로 달아났고, 웃음을 사랑하는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로와 파포스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그녀의 성스러운 숲과 제단이 있었으며, 제단에서는 향기로운 제물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아함의 여신 카리테스들이 아프로디테를 목욕시키고, 불멸의 신들이 사용하는 암브로시아 기름을 그녀의 몸에 발라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음유 시인은 이렇게 노래를 마쳤다. 오디세우스와 바다를 누비는 파이아케스인들은 모두 그의 노래를 듣고 크게 즐거워했다. 그러자 알키노오스왕은 라오다마스와 할리오스에게 둘만 나와 춤을 추라고 했다. 두 사람과 겨룰 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폴리보스가 만들어준 붉은 공을 하나 가져왔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몸을 뒤로 젖힌 채 공을 구름을 향해 높이 던졌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땅에서 뛰어올라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가볍게 받아냈다. 그들은 공을 위로 높이 던지는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을 서로 앞뒤로 주고받았다. 춤추는 자리를 둘러싸고 있던 젊은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발을 힘차게 구르며 그들을 응원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알키노오스왕이시여, 왕께서는 그대들의 백성이 세상에서 가장 민첩한 춤꾼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직접 보니 정말 그러하군요. 나는 그들의 춤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알키노오스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파이아케스인들에게 말했다.
“파이아케스인들의 원로들이며 도시의 지도자들이여, 우리의 손님은 참으로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오. 그러니 그에게 어울리는 귀향 선물을 내어줍시다. 그대들 가운데 우두머리가 열두 명 있소. 나까지 합하면 열세 명이오. 각자 깨끗한 망토와 속옷, 그리고 순금 한 달란트를 내도록 하시오. 이 모든 선물을 한데 모아 나그네에게 건네어, 그가 기쁜 마음으로 저녁 연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합시다. 그리고 에우리알로스는 무례한 행동을 했으니 정식으로 사과하고 선물도 하나 더 내야 할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에 찬사를 보내며 하인들을 보내 선물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자 에우리알로스가 말했다.
“알키노오스왕이시여, 왕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 나그네께 충분히 보답하겠습니다. 제 칼을 드리겠습니다. 칼날은 청동이고 자루만 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상아로 만든 칼집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그분께는 상당한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에우리알로스는 칼을 오디세우스의 손에 건네며 다시 말했다.
“행운을 빕니다, 이방인이여, 혹시 제가 말실수를 했다면 바람이 그 말을 저 멀리 날려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신들께서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듣자 하니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계셨고, 많은 고난을 겪으셨다지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그대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신들께서 그대에게도 온갖 행복을 베풀어주시기를 비오. 그리고 그대가 사과와 함께 내게 준 이 칼을 나중에 아쉬워하지 않기를 바라오.”
오디세우스는 이렇게 말하고 칼을 어깨에 둘러멨다.
해가 질 무렵부터 선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물을 준 이들의 하인들이 그것들을 알키노오스왕의 궁전으로 계속 날라 왔기 때문이다. 알키노오스의 아들들이 선물들을 받아 어머니에게 맡겨두었다. 알키노오스왕이 앞장서자 귀족들은 궁으로 들어와 높은 의자에 앉았다. 알키노오스는 아레테 왕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내여, 가서 우리에게 있는 가장 좋은 궤짝을 가져오시오. 그 안에 깨끗한 망토와 속옷을 넣으시오. 그리고 구리 솥을 불 위에 올려 물을 데우시오. 우리 손님께서 따뜻한 목욕을 하실 것이오. 또 고귀한 파이아케스인들이 그분께 마련해준 선물도 정성껏 잘 포장해두시오. 그래야 그분께서 저녁 식사와 그 뒤에 이어질 노래도 더욱 즐겁게 누리실 수 있을 것이오. 나는 몸소 이 금잔을 그분께 드리겠소. 뛰어난 솜씨로 만든 더없이 아름다운 잔이니, 저분께서 살아 있는 동안 제우스나 다른 신들에게 술을 올릴 때마다 나를 기억하시게 될 것이오.”
그러자 아레테는 시녀들에게 서둘러 커다란 솥을 불 위에 올리라고 명했다. 시녀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목욕물을 가득 담은 솥을 올려놓고,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도록 장작을 더 집어넣었다. 불꽃이 솥의 둥근 배를 휘감으며 춤추자 물이 뜨겁게 데워졌다. 그동안 아레테는 자신의 방에서 훌륭한 궤짝을 가져와 파이아케스인들이 가져온 아름다운 금붙이와 옷가지들을 그 안에 차곡차곡 담았다. 마지막으로 알키노오스의 망토와 좋은 속옷도 넣고 오디세우스에게 말했다.
“뚜껑은 직접 닫으시고, 곧바로 단단히 묶어두십시오. 배에서 잠이 드셨을 때 누군가 그대의 물건을 훔쳐가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요.”
오디세우스는 이 말을 듣고 궤짝 뚜껑을 닫은 뒤, 키르케에게 배워둔 매듭으로 단단히 묶었다. 그러고 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서열이 높은 하인 하나가 와서 목욕탕으로 가 몸을 씻으시라고 일렀다. 오디세우스는 따뜻한 목욕을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칼립소의 집을 떠난 뒤로는 자신을 시중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칼립소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그녀가 오디세우스를 마치 신이라도 되는 듯 극진히 보살펴주었다. 하인들이 그의 몸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준 뒤 깨끗한 망토와 속옷을 내어주자 오디세우스는 술을 마시고 있는 연회장으로 다시 갔다. 아름다운 나우시카는 회랑의 지붕을 받치는 기둥 곁에 서 있다가, 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안녕히 가세요, 나그네여.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시거든 저를 잊지 마세요. 당신께서 목숨을 구한 것은 무엇보다 저에게 진 빚이니까요.”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위대한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여, 헤라의 남편인 위대한 제우스께서 내가 고향에 무사히 닿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평생 그대를 나를 지켜준 수호천사로 여기며 축복하겠습니다.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그대니까요.”
이렇게 말한 뒤 오디세우스는 알키노오스 곁에 앉았다. 곧 저녁 식사가 차려지고, 마실 술이 나왔다. 시종 하나가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 거룩한 음유 시인 데모도코스의 손을 잡아 이끌어 연회장 한가운데로 안내했다. 가객은 회랑을 받치는 기둥에 기대어 앉았다. 그때 오디세우스는 아직 살코기와 기름이 넉넉히 남아 있는 구운 돼지고기 덩어리를 잘라내어 시종에게 말했다.
“이 돼지고기를 데모도코스에게 가져다주고 드시게 하게. 그의 노래가 내게 비록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그를 정중히 대하고 싶네. 음유 시인들은 온 세상에서 존경과 대우를 받는 존재이지. 뮤즈 여신께서 그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또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이지.”
시종은 돼지고기를 집어 데모도코스에게 가져갔다. 데모도코스는 그것을 받아들고 몹시 기뻐했다. 사람들이 눈앞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마신 뒤 오디세우스가 데모도코스에게 말했다.
“데모도코스여, 세상에 그대만큼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없네. 아카이아인들이 귀환하는 과정에서 겪은 온갖 고난과 모험을 그토록 정확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니, 그대는 분명 제우스의 딸인 뮤즈 여신과 아폴론에게서 배웠을 걸세. 그대가 직접 그 자리에 없었다면, 누군가에게서 그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테지. 자, 이제 노래의 주제를 바꾸어 에페우스가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만든 목마에 대해 들려주게. 오디세우스가 도성을 함락시킬 전사들을 가득 채워 트로이의 성채 안으로 기습시켰던 그 목마 이야기 말일세. 그대가 이 이야기를 제대로 노래해준다면, 하늘이 그대에게 얼마나 놀라운 재능을 내려주었는지 온 세상에 알리겠네.”
신의 영감을 받은 음유 시인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르고스인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의 진영에 불을 지르고 배를 타고 떠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목마 안에 숨어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의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트로이인들은 이미 목마를 성채 안으로 끌어들여 놓았고, 그 주위에 둘러앉아 회의를 열고는 목마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세 가지 의견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자리에서 목마를 산산조각 내버리자고 했고, 어떤 이들은 성채가 세워진 바위 꼭대기까지 끌어올린 다음 절벽 아래로 내던지자고 했지요. 또 다른 이들은 그것을 신들에게 바치는 봉헌물이자 화해의 제물로 그대로 두자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마지막 의견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온 순간 이미 도성은 멸망할 운명이었습니다. 목마 안에는 트로이인들에게 죽음과 파괴를 안겨 줄 가장 용맹한 아르고스 전사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음유 시인은 아카이아인들의 아들들이 목마에서 빠져나와 도성을 약탈하는 장면을 노래했다. 그들이 이리저리 도성을 휩쓸며 모든 것을 유린하는 모습과, 오디세우스가 메넬라오스와 함께 마치 전쟁의 신 마르스처럼 광분하여 데이포보스의 집으로 쳐들어가는 모습도 노래했다. 바로 그곳에서 싸움은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지만, 오디세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음유 시인은 이 모든 일을 노래했다.
그 노래를 듣고 있던 오디세우스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고, 두 뺨은 눈물로 젖었다. 자신의 도성과 백성을 지키고 집과 아이들을 위해 용감하게 싸우다가 쓰러진 남편의 시신 위로 몸을 던지는 여인이 우는 것처럼 울었다. 그녀는 숨이 끊어져 가는 남편의 몸을 부둥켜안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적들은 뒤에서 그녀의 등과 어깨를 몽둥이로 두들겨 쓰러뜨린 뒤 노예로 끌고 간다. 그렇게 그녀는 고역과 슬픔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두 뺨에 흐르는 아름다움마저 시들어버린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그 여인처럼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오디세우스의 눈물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오직 가까이에 앉아 있던 알키노오스만이 그가 토해내는 흐느낌과 탄식을 들을 수 있었다. 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파이아케스인들의 원로들이여, 그리고 이 도시의 지도자들이여, 데모도코스에게 노래를 그만두라고 하시오. 그의 노래가 모두에게 기쁨을 주지는 못하는 듯하오. 우리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데모도코스가 노래를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 손님께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슬피 울고 있소. 깊은 슬픔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분명하오. 그러니 음유 시인에게 노래를 멈추라고 하시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말이오. 이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소? 우리가 이렇게 정성껏 베풀고 있는 모든 잔치와 배웅과 선물은 온전히 이분을 위한 것이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구원과 자비를 청하는 손님을 형제처럼 대해야 하는 법이오.
손님께서도 내가 묻는 말에 거짓이나 은폐 없이 사실대로 대답해 주시오.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당신에게도 예의일 것입니다. 저 먼 고향에서 그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대를 어떤 이름으로 불렀는지, 또 이웃과 고향 사람들이 그대를 어떤 이름으로 알고 있었는지 말해주시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세상에 이름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름을 받으니까 말이오. 또 그대의 나라와 민족과 도시가 어디인지도 말해주시오. 그래야 우리 배들이 그에 맞춰 항로를 정하고 그대를 그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 것이오. 파이아케스인들에게는 조타수가 없소. 다른 민족의 배들처럼 배에 키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오. 우리 배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소. 온 세상의 모든 도시와 나라를 알고 있으며, 바다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있을 때조차 아무 어려움 없이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소. 그러니 난파하거나 무슨 해를 입을 위험도 없소. 다만 나는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소. 우리가 사람들을 너무 쉽게 배웅해 주는 것에 대해 포세이돈이 화가 나 있다고 하셨소. 언젠가는 누군가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우리 배 한 척을 포세이돈이 난파시키고, 높은 산을 우리 도시에 덮어버릴 것이라고 하셨소. 이것이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오. 하지만 그 신이 정말 그 위협을 실행할지 말지는 그 자신이 결정할 일이오.
그러니 내게 사실대로 말해 주십시오. 어디를 방랑하셨으며, 어떤 나라와 도성을 지나오셨습니까? 누가 적대적이고 야만적이며 미개했는지, 반대로 누가 환대할 줄 알고 인정이 많았는지 말이오. 또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노래를 들으실 때 어찌하여 그리 슬피 우셨습니까? 신들께서는 후세 사람들이 노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파멸과 고난을 인간들에게 내리신 것입니다. 혹시 트로이 벌판에서 귀한 사위나 장인처럼 당신과 가까운 친척이 목숨을 잃었습니까? 그들은 피를 나눈 친족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이들입니다. 아니면 마음이 통하는 충직한 전우였습니까? 마음이 맞는 전우는 형제 못지않게 귀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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