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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2권 1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15.

제11권 1 보기

제12권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태양신의 소들을 만나다

 

우리는 오케아노스강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로 나와서는 계속 항해하여 아이아이에섬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새벽과 해돋이를 볼 수 있었지요. 배를 모래사장으로 끌어올리고 해안으로 올라간 뒤, 잠을 자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지요. 그리고 아침의 자식,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나타나자 나는 몇 사람을 키르케의 집으로 보내 엘페노르의 시신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곶이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곳에 있는 숲에서 장작을 베어 왔지요. 그리고 엘페노르의 시신을 붙들고 울며 애도한 뒤 장례 의식을 치렀습니다. 그의 몸과 무기를 태워 재로 만든 다음 무덤을 쌓고 그 위에 돌을 세웠으며, 무덤 꼭대기에는 그가 사용했던 노를 세워 놓았습니다. 우리가 이 모든 일을 하고 있을 때, 키르케가 하데스 궁전에서 우리가 돌아온 것을 알고 옷을 차려입고 최대한 서둘러 우리에게 왔습니다. 그녀의 시녀들도 함께 와서 빵과 고기와 포도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우리 가운데 서서 말했지요.
“살아있는 몸으로 하데스의 집으로 내려가다니 참으로 대담한 일을 했군요. 남들은 한 번 죽을 때 당신들은 두 번 죽는 셈이 되었어요. 자, 그러니 오늘 하루는 이곳에 머물며 마음껏 먹고 마신 뒤, 내일 동이 트면 다시 항해를 시작하세요. 그동안 나는 오디세우스에게 당신들이 나아갈 항로를 알려주고, 육지나 바다 어디서든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모든 것을 상세히 설명해 주겠어요.”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하고 해가 질 때까지 종일 실컷 먹고 마셨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사람들은 배의 고물에 매인 밧줄 곁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키르케가 내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과 떨어진 곳으로 인도한 뒤 내 곁에 누워 우리가 겪은 일에 대해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모두 끝내자 그녀가 말했지요.
“지금까지는 잘 해냈어요. 이제 내가 하려는 말을 잘 들어야 해요. 하늘의 신들조차도 이 말을 당신 기억 속에 다시 떠올려줄 것입니다. 먼저 당신은 세이렌들에게 가게 될 거예요. 세이렌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홀립니다. 누구든 경솔하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세이렌들의 노래를 듣게 되면, 장차 그의 가족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세이렌들은 푸른 초원에 앉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여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요. 그 주위에는 죽은 사람들의 뼈가 산처럼 쌓여 있고, 그 뼈에서는 아직도 살점이 썩어 떨어지고 있지요. 그러니 세이렌들을 그냥 지나쳐야 합니다.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서 아무도 그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하세요.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 혼자 그 노래를 들을 수는 있어요. 부하들에게 당신을 돛대 중간쯤에 있는 가로대에 똑바로 세워 묶도록 명령하세요. 그리고 밧줄의 양 끝을 돛대 자체에 단단히 묶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마음껏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만일 당신이 부하들에게 제발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간청하더라도, 부하들은 오히려 당신을 더욱 단단히 묶어야 해요.
세이렌을 지나고 나면 그다음에는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내가 알려줄 수 없어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말해 줄 테니, 어느 길을 택할지는 당신 스스로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해요.
한쪽에는 높이 솟아 서로 맞닿을 듯한 바위들이 있고, 그 바위에 암피트리테의 짙푸른 파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부딪치고 있죠. 축복받은 신들은 이 바위들을 ‘방랑하는 바위들’이라고 불러요. 이곳에서는 어떤 새도 지나갈 수 없어요. 아버지 제우스에게 암브로시아를 날라다 주는 겁 많은 비둘기조차 지나가지 못해요. 깎아지른 바위가 언제나 그중 하나를 앗아가기에 아버지 제우스는 그 수를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비둘기를 보내야 하지요. 지금까지 이 바위에 이른 배 가운데 다시 빠져나온 배는 하나도 없었어요. 파도와 불길을 내뿜는 회오리바람이 난파선의 잔해와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휩쓸어가기 때문이죠. 이곳을 지나간 유일한 배는 아이에테스의 집에서 돌아오던 유명한 아르고호뿐이었어요. 그 배조차도 이 거대한 바위에 부딪힐 뻔했지만, 헤라가 이아손을 사랑했기 때문에 직접 배를 인도하여 그 바위를 지나가게 한 것이었죠.
이 두 바위 가운데 하나는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고, 그 꼭대기는 짙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어요. 그 구름은 결코 걷히지 않아 여름에도 초가을에도 정상은 결코 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스무 개의 손과 스무 개의 발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그곳에 발을 디디고 올라갈 수 없어요. 바위가 매끈하게 깎인 듯 수직으로 솟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 중간에 에레보스를 향해 서쪽으로 난 거대한 동굴이 있는데, 당신은 배를 이쪽으로 몰아야 할 거예요. 그러나 그 동굴은 너무 높이 있어서 아무리 힘센 궁수라도 화살을 그 안까지 쏘아 올릴 수 없어요. 그 동굴 안에는 스킬라가 앉아 있는데, 그 울음소리는 어린 사냥개의 소리라고 생각할 만큼 가늘고 날카로워요. 사실 스킬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며, 누구도, 심지어 신조차도 그녀를 마주하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어요. 그녀에게는 기형적으로 생긴 발이 열두 개 있고, 엄청나게 긴 목이 여섯 개 있어요. 각각의 목 끝에는 무시무시한 머리가 하나씩 달려 있는데, 머리마다 이빨이 세 줄씩 빽빽하게 나 있어 무엇이든 순식간에 물어뜯어 죽일 수 있어요. 스킬라는 어두운 동굴 깊숙이 웅크리고 앉아 바위 밖으로 머리들을 내밀고 사방을 살펴요. 그러다가 돌고래나 곰치, 또는 자신이 잡을 수 있는 더 큰 바다 괴물을 낚아채지요. 암피트리테의 바다에는 이런 것들이 수없이 많아요. 지금까지 어떤 배도 스킬라를 무사히 지나간 적이 없어요. 그녀가 여섯 개의 머리를 한꺼번에 내밀어 각각의 입으로 사람 하나씩을 낚아채 가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다른 바위가 더 낮게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두 바위는 어찌나 가까운지 화살을 쏘면 닿을 정도예요. 그곳엔 잎이 무성한 거대한 무화과나무가 그 위에 자라고 있어요. 그 아래에는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카리브디스의 소용돌이가 있지요.
카리브디스는 하루에 세 번 물을 토해내고, 세 번 다시 빨아들여요. 그녀가 물을 빨아들이고 있을 때 그곳에 있어서는 안 돼요. 그땐 포세이돈이라고 해도 당신을 구할 수 없어요. 스킬라 쪽 바위에 바짝 붙어서 가능한 한 빨리 배를 몰아야 해요. 몽땅 죽는 것보다는 여섯 명을 잃는 편이 낫기 때문이지요.
내가 물었습니다.
“카리브디스를 피하면서 동시에 스킬라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키르케가 대답했지요.
“무모한 자여, 당신은 언제나 누군가와, 아니면 무언가와 싸우려고 하는군요. 불멸의 신들에게조차 굴복하려 하지 않아요. 스킬라는 인간이 아니에요. 게다가 그녀는 사납고, 극도로 흉포하며, 거칠고, 잔인하고,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존재예요. 그러니 달리 방법이 없어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스킬라를 지나가는 거예요. 만약 갑옷을 갖춰 입느라 그녀의 바위 근처에서 머뭇거리면 스킬라가 여섯 개의 머리로 또다시 여섯 명의 부하를 낚아챌 거예요. 그러니 있는 힘껏 배를 몰아 그녀의 곁을 지나가야 해요. 그리고 스킬라의 어미인 크라타이스를 큰 소리로 힘껏 부르세요. 재수 없는 그 여자가, 스킬라가 당신들을 습격하지 못하게 막아 줄 거예요.
이제 당신들은 트리나키아섬에 이르게 될 거예요. 그곳에서는 태양신의 소 떼와 양 떼를 많이 보게 될 거예요. 소 떼가 일곱 무리이고 양 떼도 일곱 무리이며, 각 무리에는 쉰 마리씩 있어요. 그들은 새끼를 낳지도 않고 그 수가 줄어들지도 않아요. 태양신 히페리온의 딸들인 파에투사와 람페티에가 그들을 돌보고 있지요. 두 자매의 어머니 네아이라가 그들을 낳고 젖을 먹여 기른 뒤, 먼 곳에 있는 트리나키아섬으로 보내 그곳에서 살며 아버지의 소와 양 떼를 돌보게 했지요.
당신들이 그 소와 양들을 해치지 않고 오직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만 한다면, 온갖 고난을 겪은 끝에 이타카에 도착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소나 양 떼를 해친다면 내가 미리 경고하건대, 당신들의 배와 부하들은 모두 파멸할 거예요. 설령 당신 혼자 살아남는다 해도 모든 부하를 잃은 뒤 늦게, 그리고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이렇게 키르케는 이야기를 마쳤고, 황금의 왕좌에 오른 새벽의 여신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섬 안쪽으로 돌아갔지요. 나는 배에 올라 부하들에게 배를 묶어둔 밧줄을 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들은 곧 배에 올라 각자의 자리에 앉아 회색 바다를 노로 힘껏 내리치며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대하고 영리한 여신 키르케가 우리를 돕기 위해 순풍을 보내주었습니다. 바람은 정확히 배의 뒤에서 불어와 돛을 가득 부풀린 채 한결같이 우리를 밀어주었지요. 우리는 배의 장비를 필요한 대로 손질해두고, 바람과 키잡이가 배를 이끄는 대로 항해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마음이 몹시 무거워져 부하들에게 말했습니다.
“전우들이여, 키르케가 내게 알려준 예언을 우리 가운데 한두 사람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그 내용을 여러분에게 말해주겠다. 우리가 살든 죽든 모든 것을 알고 맞이하도록 하자. 먼저 키르케 여신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꽃이 만발한 들판에 앉아 있는 세이렌들을 피하라고 말씀하셨다. 단 다른 누구도 듣지 않는다면 나만은 그들의 노래를 들어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를 돛대 중간쯤에 있는 가로대에 세워 단단히 묶어라.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로 풀려날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묶고, 밧줄의 양 끝을 돛대 자체에 단단히 매어라. 내가 너희에게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간청한다면 그때는 나를 더욱 단단히 묶어라.”
내가 부하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다 끝내기도 전에 우리는 세이렌 자매의 섬에 이르렀습니다. 바람이 아주 순조롭게 불어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완전히 멎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었고 물결도 일지 않았습니다. 부하들은 돛을 걷어 접어 배 안에 넣은 다음 노를 잡았습니다. 그들이 노를 저어 일으킨 거품으로 바닷물은 하얗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큰 밀랍 덩어리를 가져다가 칼로 잘게 잘랐지요. 그런 다음 강한 손으로 밀랍을 주물렀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밀랍은 부드러워졌습니다. 내가 주무르는 힘과 히페리온의 아들인 태양신의 햇살 때문이었지요. 나는 모든 부하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주었고, 그들은 내가 가로대 위에 똑바로 서 있는 채로 손발을 돛대에 묶었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노를 저었습니다. 우리는 육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다가갔고 배가 빠른 속도로 나아가자, 세이렌들은 우리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리 오세요. 명망 높은 오디세우스여, 아카이아인의 영광이여, 우리 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우리 노래의 매혹적인 달콤함을 듣지 않고 그냥 지나친 사람은 아무도 없나이다. 우리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매혹될 뿐만 아니라 더 지혜로워져서 돌아가나이다. 우리는 신들이 트로이 앞에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인들에게 내린 모든 고난을 알고 있어요. 온 세상에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도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나이다.”

 

그들은 이 말을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했습니다. 나는 그 노래를 더 듣고 싶어서 부하들에게 나를 풀어달라는 신호를 보내려고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 힘차게 노를 저었고, 에우리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나를 더욱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세이렌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곳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러자 부하들은 귀에서 밀랍을 빼내고 나를 묶었던 밧줄을 풀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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