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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13권 1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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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권 파이아케스를 떠나 이타카로 돌아가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지붕이 있는 회랑에 모인 이들은 모두 그의 모험담이 주는 매혹에 사로잡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알키노오스가 입을 열었다.
“오디세우스여, 이제 그대가 내 집에 이르렀으니,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든 더 이상 불행을 겪지 않고 무사히 고향에 돌아갈 것이라고 나는 믿소. 하지만 밤마다 이곳에 와서 내 가장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내 음유 시인의 노래를 듣는 여러 귀족에게 내가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하오. 손님께서는 이미 여러분이 내놓은 옷가지와 세공된 금, 그리고 기타 귀중한 선물들을 궤짝에 넣어 싸두셨소. 그러니 이제 우리 각자가 커다란 삼발이와 솥 하나씩을 더 선물하도록 합시다. 개인에게 이처럼 거창한 선물의 부담을 온전히 지게 할 수는 없으니, 온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어 이를 충당하도록 합시다.”
모두가 그의 제안에 찬성했고,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의 자식, 장밋빛 손가락을 가진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나타나자 그들은 서둘러 배로 내려가 삼발이 솥들을 가져왔다. 알키노오스도 배에 올라가 모든 물건이 배의 노 아래쪽에 단단히 들어가 있는지를 살폈다. 무엇 하나라도 풀려나 노를 젓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정리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알키노오스의 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알키노오스는 모든 것의 주인인 제우스를 기리기 위해 황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쳤다. 그들은 고기를 구워 풍성한 연회를 즐겼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유 시인 데모도코스는 신에 감동하여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속히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며 자꾸만 태양을 바라보았다. 마치 하루 종일 한 쌍의 황소로 묵은 밭을 갈던 사람이 저녁 식사 생각만 하다가 밤이 오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오디세우스 역시 해가 지자 크게 기뻐하며 곧바로 파이아케스인들에게, 특히 왕 알키노오스를 향해 말했다.
“왕이시여, 그리고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여러분께서 호송대와 선물을 내어주어 제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셨으니 이제 신께 술을 따라 올리며 기쁜 마음으로 저를 떠나보내 주십시오. 부디 하늘이 도와 이 선물들을 유용하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제가 돌아갔을 때 훌륭한 제 아내가 평안히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그리고 여기 남으시는 여러분께서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쁨이 있는 삶을 사시기를 빕니다. 하늘이 여러분께 온갖 은총을 내리시어, 이 나라 백성에게 그 어떤 불행도 닥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오디세우스가 이렇게 말하자 듣는 이들 모두가 그의 말에 공감하며, 그가 타당한 말을 했으니 마땅히 호위병을 붙여 보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그러자 알키노오스왕이 시종에게 말했다.
“폰토노오스여, 술을 섞어 모두에게 돌리게나. 우리가 아버지 제우스께 기도를 올리고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도록 말일세.”
폰토노오스가 술을 섞어 차례로 사람들에게 돌렸다. 다른 이들은 각자 앉은 자리에서 하늘에 사는 복된 신들께 술을 올렸으나, 오디세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잡이가 달린 잔을 아레테 왕비의 손에 쥐여주었다.
“왕비님, 안녕히 계십시오. 이제부터 영원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게 되는 늙음과 죽음이 왕비님을 찾아올 때까지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이제 저는 떠나겠습니다. 자녀들과 백성들, 그리고 왕 알키노오스와 함께 이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알키노오스는 사람 하나를 보내 그를 배로 데려가 바닷가까지 안내하게 했다. 아레테도 시녀 몇 명을 함께 보냈다. 한 시녀는 깨끗한 셔츠와 망토를 가지고 갔고, 다른 시녀는 튼튼한 궤짝을 들었으며, 세 번째 시녀는 곡식과 포도주를 가져갔다. 그들이 물가에 도착하자 선원들은 이것들을 모두 받아 배에 실었고, 고기와 음료도 함께 실었다. 오디세우스를 위해서는 갑판 위에 깔개와 아마포로 만든 시트를 펴주어 그가 배의 고물에서 편안하고 깊게 잠들 수 있도록 했다. 오디세우스가 배에 올라 조용히 마련해준 자리에 누웠다. 선원들은 각자 자기 자리를 잡고, 배를 묶어두었던 구멍 뚫린 돌에 연결된 굵은 밧줄을 풀었다. 그들이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가기 시작하자 오디세우스는 깊고 달콤하며 거의 죽음과도 같은 잠에 빠져들었다.
채찍을 느낀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가 경주장을 질주하듯 배는 빠르게 앞으로 내달렸다. 뱃머리는 마치 종마의 목처럼 치켜 들렸고, 배의 뒤에서는 짙푸른 바닷물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끓어올랐다. 배는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정해진 항로를 따라 나아갔으며, 모든 새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매조차도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그 배에는 신과 같은 지혜를 가진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이제 그는 평온하게 잠들어 전쟁터에서 겪었던 모든 고난과 고달픈 바다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밝은 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배는 육지 가까이 다가갔다. 이타카에는 ‘포르키스’라는 늙은 바다 신의 이름을 딴 항구가 있었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곶이 항구를 감싸고 있어, 바깥에서 거센 바람과 파도가 몰아쳐도 항구 안으로 들어온 배는 닻을 내리거나 밧줄로 매어 두지 않아도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항구 안쪽 끝에는 커다란 올리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는 나이아데스라 불리는 동굴이 있었다. 이곳은 님프들에게 바쳐진, 아치형 천장을 가진 아름다운 동굴이 있었다. 동굴 안에는 술을 섞는 그릇과 돌로 만든 포도주 항아리들이 놓여 있으며, 꿀벌들이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 또한 그곳에는 거대한 돌 베틀이 있어 님프들이 바다의 자줏빛으로 물들인 옷감을 짜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동굴 안에는 언제나 물이 흘렀다. 또한 동굴에는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하나는 북쪽을 향하고 있어 인간들이 그곳으로 드나들고, 다른 하나는 남쪽에 있는데 훨씬 신비로우며, 신들이 드나드는 길이었다.
선원들은 이 장소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배를 항구 안으로 몰았다. 배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해안가 모래사장에 배 길이의 절반이나 올라섰다. 뭍에 내린 선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오디세우스를 담요와 아마포 시트째 들어 올려 모래밭에 살포시 누이는 일이었다. 그러고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파이아케스인들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꺼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가 깨어나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이 선물을 도둑질하지 못하도록, 길에서 떨어진 올리브나무 뿌리 근처에 선물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고향으로 배를 몰아 떠났다.

한편, 포세이돈 신은 일찍이 오디세우스에게 내렸던 경고와 분노를 기억하며 제우스에게 억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우스 아버지시여, 제 핏줄이나 다름없는 파이아케스인들조차 저를 이토록 업신여기니, 이제 신들 사이에서 제가 무슨 존경을 받겠습니까? 저는 오디세우스가 고난을 겪은 뒤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했을 뿐, 그가 결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미 고개를 끄덕여 그가 돌아가리라고 약속하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 파이아케스인들은 그를 잠든 채 배에 태워 이타카에 내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트로이에서 제 몫의 전리품을 무사히 가지고 돌아왔을 때보다 더 많은 청동과 금, 옷가지들을 그에게 선물로 안겨주었습니다.”
그러자 제우스가 대답했다.
“대지를 뒤흔드는 신이여,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신들이 그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대처럼 오래되고 존귀한 신을 모욕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들에 관해서라면,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오만하게 굴며 그대에게 무례하게 대할 경우, 그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언제나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하라.”
그러자 포세이돈이 대답했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 즉시 행동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제 저는 돌아가는 파이아케스인들의 배를 바다 한가운데서 파선시켜 다시는 다른 이를 데려다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 아래 묻어버릴 것입니다.”
제우스가 대답했다.
“내 아들아, 백성들이 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배를 육지 근처에서 배 모양을 한 돌로 바꾸어 버리도록 하라. 그러면 모두가 놀랄 것이니, 그러고 나서 그들의 도시를 산으로 묻도록 하라.”
대지를 둘러싼 포세이돈은 이 말을 듣고 파이아케스인들이 사는 스케리아로 가서 배가 포구로 바짝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배가 빠르게 접근하자 신은 다가가 손바닥으로 배를 내리쳐 바다 밑바닥에 뿌리를 내린 돌로 만들어버린 뒤 떠나갔다. 파이아케스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이웃을 돌아보며 말했다.
“맙소사, 항구로 막 들어오려던 배를 바다에 뿌리째 박아 버린 자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들어오는 배를 분명히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자 알키노오스가 말했다.
“아, 내 아버지의 옛 예언이 이제야 실현되었도다!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모든 이들을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에 포세이돈 신께서 노하실 것이며, 언젠가 호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 배를 파선시키고 도시를 높은 산 아래 묻어 버릴 것이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도다. 그러니 이제 내 말을 따르라. 앞으로 우리 섬에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데려다 주는 일을 멈추고, 포세이돈 신께 엄선된 수소 열두 마리를 희생 제물로 바쳐 우리 도시를 산 아래 묻지 말아달라고 그의 자비를 구하자.”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제물로 바칠 수소들을 준비했다. 파이아케스인들의 원로들과 지도자들은 포세이돈의 제단 주위에 서서 그에게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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