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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고전/오디세이

오디세이 제21권 1

by 복 짓는 사람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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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권 오디세우스가 활시위를 매다

 

이제 아테나는 페넬로페의 마음에 구혼자들을 파멸로 이끌 생각 하나를 심어 주었다. 구혼자들에게 활과 쇠로 만든 도끼를 가지고 서로 솜씨를 겨루게 하는 것이었다. 페넬로페는 위층으로 올라가 상아 손잡이가 달린 청동 열쇠를 가져왔다. 그런 다음 하녀들과 함께 집 끝에 있는 창고로 갔다. 그곳에는 남편의 금, 청동, 세공한 철로 만든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었으며, 활과 함께 치명적인 화살이 가득 들어 있는 화살통도 있었다. 이 활과 화살통은 라케다이몬에서 만났던 한 친구, 에우리토스의 아들 이피토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준 것이었다.
오디세우스와 이피토스는 메세네의 오르틸로코스의 집에서 우연히 만났다. 당시 오디세우스는 메세네의 모든 사람이 갚아야 할 빚을 받아내기 위해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메세네인들이 이타카에서 양 삼백 마리를 훔쳐 가면서 양치기들도 함께 배에 태워 달아났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가 아직 젊었을 때 그의 아버지와 다른 지도자들이 그에게 임무를 맡겨 그 양들을 되찾기 위해 먼 메세네에 왔던 것이다.
이피토스 역시 잃어버린 암말 열두 마리와 그 암말들을 따라다니던 새끼들을 되찾으려고 그곳에 와 있었다. 그런데 이 암말들은 결국 이피토스의 죽음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피토스가 위대한 용맹을 떨친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의 집을 찾아갔다가 손님을 죽이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헤라클레스가 그를 죽였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는 신의 보복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이피토스에게 대접했던 식탁의 신성함도 존중하지 않은 채 그를 죽이고 암말들을 가로챘다.
이피토스가 오디세우스를 만난 것은 자신의 암말들을 되찾으러 갔을 때였다. 그때 이피토스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활을 오디세우스에게 선물했다. 그 활은 이피토스의 아버지, 강대한 에우리토스가 생전에 즐겨 사용하다가 자신에게 준 것이었다. 오디세우스는 그에 대한 답례로 이피토스에게 칼과 창을 주었고, 이것이 두 사람의 굳건한 우정의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의 집을 방문하지는 못했다.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이피토스를 죽였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이 활을 트로이로 떠날 때는 가져가지 않았다. 고향에 머무르는 동안 오랫동안 이 활을 사용했지만,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은 기념품이었으므로 집에 남겨 두었던 것이다.
얼마 후 페넬로페는 창고의 참나무 문턱에 이르렀다. 목수는 문턱을 정성껏 깎아 곧게 만들고 그 위에 선을 그어 완전히 반듯하게 맞춘 다음, 문설주를 세우고 문짝을 달아 놓았다. 페넬로페는 문 손잡이에서 가죽 끈을 풀고 열쇠를 꽂아 곧바로 끝까지 밀어 넣어 문을 붙잡고 있던 빗장을 밀어 열었다. 그러자 문이 들판에서 황소가 울부짖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페넬로페는 높은 단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고운 아마포와 옷가지, 그리고 향기로운 약초를 함께 넣어 둔 궤짝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걸려 있던 활과 활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활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활집에서 활을 꺼내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어 마음을 추스른 뒤, 그녀는 활과 화살통을 들고 구혼자들이 있는 회랑으로 갔다. 화살통 안에는 치명적인 화살이 가득 들어 있었다. 시녀들도 오디세우스가 상으로 받아 온 철과 청동으로 된 물건들이 많이 들어 있는 궤짝을 들고 따랐다. 페넬로페는 회랑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 하나 곁에 섰다. 얼굴 앞에는 베일을 드리우고 있었고, 양옆에는 시녀들이 한 명씩 서 있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구혼자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집의 주인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을 핑계 삼아 이 집의 환대를 끈질기게 악용하고 있는 자들이여. 그대들이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것 말고는 다른 구실도 없이 이곳에 머물러 있으니, 이제 그대들이 바라는 보상을 내놓겠소. 내가 오디세우스의 강대한 활을 가져왔으니, 그대들 가운데 누구든 가장 쉽게 이 활을 당겨 시위를 걸고, 열두 개의 도끼 구멍을 모두 통과하도록 화살을 쏘는 이가 있다면, 이 훌륭하고 부유한 내 남편의 집을 떠나 그를 따라나서겠소. 하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나는 이 일을 꿈속에서라도 잊지 못할 것이오.”
페넬로페는 이렇게 말하면서 에우마이오스에게 구혼자들 앞에 활과 쇠로 만든 도끼들을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했다. 에우마이오스는 그녀의 명령대로 그것들을 가져가면서 눈물을 흘렸다. 가까이 있던 소치기도 주인의 활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안티노오스가 그들을 보고 꾸짖었다.
“이 시골뜨기들아, 어리석고 미련한 자들아! 어찌하여 그렇게 울어서 너희 안주인의 슬픔을 더하려 하느냐? 남편을 잃은 것만으로도 너무나 괴로워하고 계시지 않느냐. 그러니 조용히 앉아서 식사를 하든지, 정 울고 싶다면 활을 이곳에 두고 밖으로 나가 울도록 하라. 우리 구혼자들은 이 활을 두고 온 힘을 다해 겨룰 것이다. 이런 활에 시위를 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오디세우스와 같은 사람은 없다. 비록 내가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이긴 하지만, 나는 그를 직접 보았고 또 기억하고 있다.”
안티노오스는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활에 시위를 걸어 쇠로 만든 도끼들의 구멍을 관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가장 먼저 오디세우스의 손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게 될 운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까지 부추겨 오디세우스를 모욕했었다.
그러자 텔레마코스가 말했다.
“맙소사! 제우스께서 내 정신을 빼놓은 것이 틀림없구나. 사랑스럽고 훌륭한 어머니께서는 이 집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구혼자들이여, 이미 겨루기를 하기로 했으니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이것은 필로스와 아르고스, 미케네, 이타카뿐만 아니라 육지 어디에서도 그에 비견할 만한 여인을 찾을 수 없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나만큼 잘 알고 있으니 제가 어머니를 칭송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자, 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활에 시위를 걸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겨뤄 봅시다. 저도 시도해 볼 것입니다. 제가 활에 시위를 걸고 도끼 구멍을 관통해 화살을 쏠 수 있다면, 아버지가 예전에 거머쥐었던 그 영광을 나도 얻을 수 있을 테니, 낯선 사내와 함께 어머니가 이 집을 떠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붉은 망토를 벗어 던지고 어깨에 메고 있던 칼을 내려놓았다. 먼저 그는 도끼들을 한 줄로 세웠다. 자신이 파 놓고 줄을 대어 곧게 만든 긴 홈에 도끼들을 차례로 나란히 늘어놓았다. 그런 다음 그 주위의 땅을 발로 단단히 다졌다. 그가 이런 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도 도끼들을 그렇게 가지런히 세워 놓자 모두가 놀랐다. 이 일을 마친 텔레마코스는 돌로 바닥을 깔아놓은 곳으로 가서 활을 시험했다. 그는 활에 시위를 걸고 쇠로 만든 도끼 구멍들을 꿰뚫어 화살을 쏘기를 바랐지만,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겨도 세 번이나 실패하고 말았다. 네 번째 시도에서는 성공할 것 같았지만, 오디세우스가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기에 그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아! 나는 영영 힘없고 무능한 자로 남거나, 아니면 누군가 공격해 올 때 스스로를 지켜낼 만큼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한 모양이군. 그러니 나보다 힘이 센 그대들이 도전하여 이 겨루기를 끝내도록 하십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고 활을 집 안으로 통하는 문에 기대어 세워 놓았으며, 화살은 활의 윗부분에 세워 두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안티노오스가 말했다.
“자, 술 따르는 시종이 포도주를 돌리기 시작하는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차례차례 나오시오.”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동의했고, 오이노프스의 아들 레이오데스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그는 구혼자들을 위한 제사에서 희생 제물을 담당하는 사제였으며, 혼합주를 담는 큰 그릇 가까이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구혼자들의 악행을 싫어하고 다른 자들에게 분개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제 그가 가장 먼저 활과 화살을 집어 들고 돌 바닥이 깔린 곳으로 가서 도전해 보았다. 그러나 활에 시위를 걸 수 없었다. 그의 손은 약했고 힘든 일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곧 지쳐 버렸다. 그는 구혼자들에게 말했다.
“이보게들, 나는 활에 시위를 걸 수 없소. 다른 이가 해보시오. 이 활은 우리 가운데 많은 권세가의 목숨과 영혼을 앗아갈 것이오. 우리가 오랫동안 애써 얻으려 했고, 그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모여 있었던 그 보상을 놓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기 때문이오. 지금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페넬로페와 결혼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기도하고 있을 것이오. 하지만 이 활을 보고 직접 도전해 본 뒤에는 다른 여자에게 구혼하고 혼인 예물을 바치게 될 것이오. 페넬로페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녀를 차지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과 결혼하게 될 것이오.”
그는 이렇게 말하고 활을 문에 기대어 세워 놓았으며, 화살은 활 끝에 세워 두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앉았다. 그러자 안티노오스가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레이오데스,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당신 말은 터무니없고 참을 수가 없군.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화가 치미는구려. 당신이 활을 당길 수 없다고 해서 이 활이 우리 가운데 많은 권세가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말이오? 그대가 활을 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이 활에 시위를 걸 것이오.”
그러고는 염소치기 멜란티오스에게 말했다.
“어서 서둘러 뜰에 불을 피우고, 바로 곁에 양가죽을 덮은 자리를 마련하라. 그리고 기름 덩어리를 가져오너라. 활을 불에 데우고 기름을 발라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이 겨루기를 끝내도록 하자.”
멜란티오스는 불을 피우고 그 곁에 양가죽을 덮은 자리를 마련했다. 또 집 안에 있던 큰 돼지기름 덩어리를 가져왔다. 구혼자들은 활을 불에 데우고 다시 시험해 보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활에 시위를 걸 만큼 힘이 센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아직 안티노오스와 에우리마코스가 남아 있었다. 이 둘은 구혼자들의 우두머리였으며, 그들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뛰어난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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