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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쉽게 읽기

제인 에어 14-2장

by 행만이99 2026. 7. 30.

 

14-1장 보기

 

 

“하지만 후회의 치료제는 회개(뉘우침)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회개는 치료제가 아니오.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면 그 해결책일지도 모르지. 나도 바꿀 수는 있소. 아직은 그럴 힘이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처지에 묶이고, 짓눌리고, 저주받은 몸으로 그런 생각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게다가 행복을 영원히 빼앗긴 인생이라면, 삶에서 즐거움 정도는 누려도 되지 않겠소? 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즐거움을 반드시 손에 넣을 것이오.”
“그러면 로체스터 씨는 더욱 타락하시게 될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달콤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데 사양할 이유가 무엇이오? 벌판에서 벌이 모으는 야생 꿀처럼 달콤하고도 순수한 기쁨을 얻을 수도 있소.”
“그것은 로체스터 씨를 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쓰디쓰게 느껴질 것입니다.”
“어떻게 알지? 당신은 그런 것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잖소. 정말 심각한 표정이군. 참 엄숙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그는 벽난로 선반 위에 놓인 상아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당신은 이 상아 조각만큼이나 아무것도 모르오.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들인 초심자이니 아직 인생의 입구조차 지나지 않았고, 그 신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내게 설교할 자격이 없소.”
“저는 다만 로체스터 씨께서 하신 말씀을 되풀이했을 뿐입니다. 로체스터 씨께서는 잘못은 후회를 낳고, 후회는 삶의 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누가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요?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잘못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소. 오히려 그것은 유혹이라기보다는 영감에 가깝소. 정말 기분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생각이었어. 또다시 떠오르는군! 악마는 절대 아니오. 설령 악마라 하더라도, 빛의 천사의 옷을 입고 있는 거지. 그렇게 아름다운 손님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려 한다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소.”
로체스터 씨, 그러지 마십시오. 그것은 진정한 천사가 아닙니다.”
“다시 묻겠소. 당신이 어떻게 아시오? 무슨 직감으로 심연에서 타락한 천사와 영원한 보좌에서 온 사자를 구분하고, 인도자와 유혹자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당신의 표정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당신께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고 말씀하실 때 몹시 괴로워 보였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신다면 당신은 더 큰 불행을 겪게 되실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은혜로운 소식을 가져왔소. 그리고 그 밖의 일은 당신이 내 양심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시오. …자, 이리 오너라, 아리따운 방랑자여!”
그는 마치 자기에게만 보이는 환영을 향해 말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반쯤 벌렸던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모아, 보이지 않는 존재를 품에 안는 것처럼 감싸안았다.
“이제…”
그는 다시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나는 이 방랑자를 맞아들였소. 내 생각에는 변장한 신이 틀림없소. 벌써 내게 좋은 일을 해 주었소. 내 마음은 마치 납골당과도 같았는데, 이제는 성소가 될 것이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로체스터 씨 말씀을 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갈 수도 없습니다. 제 이해를 넘어서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습니다. 로체스터 씨께서는 자신이 바라는 만큼 선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후회한다는 것을요. 또 한 가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럽혀진 기억을 지니고 사는 것은 평생의 고통이라는 그 말씀.
제 생각에는, 로체스터 씨께서 진심으로 노력하신다면 언젠가는 로체스터 씨 스스로도 인정할 만한 사람이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굳은 결심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기 시작하신다면, 몇 년 뒤에는 깨끗하고 흠 없는 새로운 추억들을 쌓게 되실 것이고, 그 기억들을 기쁜 마음으로 되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옳은 생각이오. 참으로 옳은 말이오, 에어 선생.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고 있소.”
“로체스터 씨?”
“나는 잘해 보고 싶소. 그 마음은 부싯돌처럼 단단하고 오래 갈 거요. 분명히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일들을 하게 될 것이오.”
“그리고 더 나아지겠죠?”
“나아지고 말고. 순수한 광석이 더러운 찌꺼기보다 나은 것만큼이나 훨씬 더 나아지겠지. 당신은 내 말을 의심하는 것 같군. 하지만 난 내 자신을 의심하지 않소.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지 잘 알고 있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메디아인과 페르시아인의 법처럼 변치 않는 법을 하나 세우고 있소. 내 목표도, 내 동기도 모두 옳다는 법 말이오.”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닙니다.”
“아니오, 에어 선생. 새로운 법이 반드시 필요하더라도 그것들은 옳소. 전례 없는 상황에는 전례 없는 규칙이 필요한 법이오.”
“그 말씀은 위험한 격언처럼 들립니다. 누구든 그것을 남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아, 훈계하기 좋아하는 현자시군! 그렇소. 악용될 소지가 있지. 하지만 나는 우리 집안의 수호신들을 걸고 맹세하오. 결코 그것을 악용하지 않겠다고.”
“로체스터 씨도 인간이고, 실수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렇소. 당신도 마찬가지요. 그래서 어쨌다는 거요?”
“인간같이 불완전한 존재가 오직 완전한 신만이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권한을 말하는 거요?”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낯설고 허가 받지 않은 행동을 두고, ‘이것은 옳다고 하라’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권한 말입니다.”
“‘이것은 옳다고 하라.’ 바로 그 말이오. 방금 당신 입으로 그 말을 했군.”
“그렇다면 그것이 옳기를 바라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대화는 온통 암호처럼 느껴졌고, 더 이어 가는 것은 소용없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게다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의 성격은 내 이해력으로는 꿰뚫어 볼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지금의 나로서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모를 때 따라오는 막연한 불안과 불확실함도 함께 느꼈다.

“어디 가는 거요?”
“아델을 재우러 가겠습니다. 벌써 잘 시간입니다.”
“내가 스핑크스처럼 말해서 겁이 나는 거로군.”
“로체스터 씨 말씀은 수수께끼 같습니다. 이해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습니다.”
“아니, 두려워하고 있잖소. 당신은 자존심 때문에 실수할까 봐 겁을 내는 거요.”
“그런 의미라면 조금 두렵습니다. 저는 횡설수설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설령 횡설수설한다 해도 당신은 엄숙하고 조용한 태도로 하겠지. 나는 그걸 도리 있는 말로 오해할 것이고. 에어 선생, 당신은 웃을 줄 모르오? 대답하려 애쓰지는 마시오. 당신이 좀처럼 웃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당신은 아주 명랑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오. 믿으시오. 당신은 본래 엄숙한 사람이 아니오. 나 역시 본래부터 타락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오.
로우드 학교의 억압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당신에게 남아 있소. 그것이 당신의 표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낮추고, 몸짓까지도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지. 그래서 남자 앞에서, 아니 형제든 아버지든 주인이든 뭐라고 부르든 간에, 너무 밝게 웃거나 너무 자유롭게 말하거나 너무 경쾌하게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내 앞에서는 자연스러워질 거라고 생각하오. 나 역시 당신 앞에서는 형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하니까. 그때가 되면 지금은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생기와 다양한 표정, 몸짓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것이오.
나는 가끔 새장의 촘촘한 쇠창살 사이로 어떤 새의 눈빛을 보오. 생기 넘치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포로처럼 갇혀 있는 새 말이오. 만약 자유를 얻는다면 구름 높이까지 날아오를 녀석이지. 그래도 아직 가겠다는 거요?”
“아홉 시가 지났습니다, 로체스터 씨.”
“상관없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아델은 아직 잘 준비가 끝나지 않았소.
에어 선생, 내가 벽난로를 등지고 방을 바라보는 이 자리는 사람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요. 당신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나는 틈틈이 아델을 지켜보고 있었소. 내가 그 아이를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여기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소. 언젠가는, 아니 반드시 언젠가는 그 이유를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겠소.
한 10분쯤 전에 아델은 상자 속에서 분홍색 비단 드레스를 하나 꺼냈소. 그것을 펼치는 순간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지. 허영심은 그 아이의 핏속에 흐르고 있지. 머릿속에도 스며 있고, 뼛속 골수에까지 배어 있지.
‘당장 입어 봐야겠어요! 지금 바로요!’ 그렇게 외치더니 방을 뛰쳐나갔소. 지금은 소피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있을 것이오. 몇 분 후면 다시 들어오겠지.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오. 무대에 처음 등장하던 시절의 셀린 바랭의 축소판이겠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됐소.
아무튼 내 깊은 감정은 곧 충격을 받게 될 것 같소. 왠지 그런 예감이 드오. 어디, 내 예감이 맞는지 함께 지켜봅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델의 작은 발소리가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지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델은 그가 예견한 그대로 변신한 모습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이전에 입고 있던 갈색 원피스 대신 아주 짧고 치맛자락이 풍성하게 퍼진 장밋빛 공단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마에는 장미 봉오리 화관을 둘렀고, 다리에는 비단 스타킹을 신고, 발에는 작은 흰색 공단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제 드레스 잘 어울리나요?”
아델은 앞으로 깡충 뛰어오며 외쳤다.
“제 구두는요? 스타킹은요? 보세요! 저 춤추고 싶어요!”
그리고 치맛자락을 활짝 펼친 채 방 안을 가볍게 스쳐 가듯 춤을 추었다. 로체스터 씨 앞에 이르자 발끝으로 빙그르르 몸을 돌더니, 그의 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이렇게 외쳤다.
“로체스터 님, 이렇게 친절한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델은 이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덧붙였다.
“엄마도 이렇게 했지요? 그렇죠, 로체스터 님?”
“그래 맞다! 바로 그런 식으로 네 어머니는 잉글랜드 금화를 내 바지 주머니에서 홀딱 빼내 갔지. 에어 선생, 나도 한때는 순진했소. 막 돋아난 풀처럼 새파랗게 순진했지. 지금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싱그러운 봄빛보다도 더 풋풋한 시절이 내게도 있었소.
하지만 내 봄은 이미 지나갔소. 그 대신 내 손에는 저 프랑스 꽃 한 송이가 남겨졌소. 솔직히 말하면, 어떤 때는 저 꽃을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요. 이제는 그 꽃이 피어난 뿌리를 더 이상 소중히 여기지 않소. 그 뿌리는 오직 금가루를 뿌려 주어야만 자라는 종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저 꽃에도 애정이 반쯤밖에 남지 않았소. 특히 지금처럼 지나치게 꾸며진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지.
한 가지 선행으로 크고 작은 수많은 죄를 속죄한다는 로마 가톨릭의 가르침이 있지. 그래서 저 아이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 거요. 언젠가 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겠소. 잘 자시오.”

 

 

15-1장 보기

 

1장부터 보기

 

 

교정 후기

 로체스터 씨는 왜 이렇게 말을 어렵게 할까요? 또 제인은 왜 이렇게 못 알아듣는 걸까요?

로체스터는 "나는 너를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인데, 좋아하게 될 것 같아. 난 그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는데, 제인은 "그건 나쁜 거예요."라고 하고 있네요.

 

게다가 행복이 내게서 영원히 거부되었다면

▶ 게다가 행복이 영원히 거부된 인생이라면

 

당신의 그 눈으로 무엇을 드러내는지 말이오.

▶ 당신 눈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말이오.

 

나는 좋은 의도를 차곡차곡 쌓고 있소. 그것은 부싯돌처럼 오래 변하지 않을 의도들이라고 믿고 있지.

▶ 나는 좋은 의도를 품고 있소. 그것은 부싯돌처럼 단단하고 오래 갈 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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