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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5-1장

by 행만이99 2026. 7. 31.

 

<AI로 번역하고 교정 전문가가 다듬은 쉬운 고전 시리즈 1 제인 에어 15장

 

14-2장 보기

 

한밤의 침입자

 

로체스터 씨는 훗날 그 일에 대해 직접 설명해 주었다.

 

어느 오후, 나와 아델이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우연히 그를 만났다. 아델이 파일럿과 셔틀콕을 가지고 노는 동안, 그는 아이가 보이는 너도밤나무 가로수길을 함께 천천히 걸어 달라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델은 한때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프랑스 오페라 무용수 셀린 바랭의 딸이었다. 셀린 역시 더 뜨겁게 사랑을 돌려주겠다고 그에게 공언했다고 한다. 그는 못생겼지만, 셀린에게만은 우상이라고 믿었다. 셀린이 우아한 벨베데레의 아폴론상보다 자신의 ‘운동선수 같은 체격’을 더 좋아한다고 확신했다.
“에어 선생, 그 프랑스 요정 같은 여인이 영국 난쟁이 같은 나를 더 좋아한다고 하니 얼마나 우쭐했었는지, 그래서 셀린을 호텔에 머물게 하고, 하인들과 마차, 캐시미어, 다이아몬드, 레이스까지 아낌없이 갖추어 주었소. 한마디로 나는 다른 얼간이 연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파멸시키기 시작한 것이지. 치욕과 파국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만들 독창성조차 없었던 모양이오. 남들이 밟아온 낡은 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따라갔소. 당연히 그들과 똑같은 운명을 맞았지.

 

어느 저녁, 불쑥 셀린을 찾아간 적이 있었소. 그녀는 내가 올 줄 몰랐겠지. 그날은 무더운 밤이었고, 나는 파리 거리를 오래 걸어 너무 피곤해 그녀의 부두아르(사적인 응접실)에 앉아 쉬기로 했소. 방금 전까지 그녀가 머물렀던 공간의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 아니, 과장했군. 나는 그녀에게 무슨 성스러운 기운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소. 그녀가 남겨 놓은 것은 성녀의 향기가 아니라 향료를 태운 향주머니 같은 냄새였소. 사향과 호박향이 섞인 향수 냄새 말이오.


온실의 꽃향기와 여기저기 뿌려 놓은 향수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을 때, 문득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밖에는 달빛과 가스등 불빛이 함께 거리를 비추고 있었고, 밤은 고요하고 평화로웠지.
발코니에는 의자 두어 개가 놓여 있었고, 나는 그중 하나에 앉아 시가를 꺼냈소. …지금 하나 피워도 되겠소?”

여기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시가를 입에 문 뒤, 햇빛 한 줄기 없는 차가운 공기 속으로 아바나산 시가의 향기로운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시절의 나는 사탕도 무척 좋아했소. 그래서 초콜릿 봉봉을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상스러운 표현은 이해해 주시오, 또 번갈아 시가를 피우며, 근처 오페라 극장으로 향하는 화려한 마차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소. 그때 아름다운 잉글랜드산 말 두 필이 끄는 우아한 사륜마차 한 대가 환하게 불 밝힌 파리의 밤거리를 지나가는 것이 보였소. 나는 그것이 셀린에게 내가 선물한 바로 그 마차라는 것을 알아보았소. 그녀가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지. 물론 내 심장은 기대감에 두근거렸고, 나는 몸을 기대고 있던 쇠 난간을 꼭 붙잡은 채 그녀를 기다렸소.
예상대로 마차는 호텔 앞에 멈춰 서더군. 내 불꽃 같은 연인이 마차에서 내렸소.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그 무더운 6월 저녁에는 사실 전혀 필요 없는 차림이었지. 그래도 그녀가 치맛자락 아래로 살짝 내민 작은 발만 보고도 나는 곧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아차렸소. 그녀는 가볍게 마차 발판에서 뛰어내렸소.
나는 발코니 난간 위로 몸을 숙이며, 사랑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나의 천사’라고 속삭이려 했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그림자가 마차에서 그녀의 뒤를 따라 뛰어내리는 게 아니겠소. 그 역시 망토를 걸치고 있었지만, 돌바닥을 울린 것은 박차를 단 남자의 구두굽이었고, 그때 호텔의 아치형 마차 출입문 아래를 지나가는 것도 챙이 있는 모자를 쓴 남자의 머리였소.


에어 선생은 질투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겠지요? 물론 없겠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군. 당신은 아직 사랑을 해본 적도 없으니까. 질투와 사랑, 그 두 감정은 앞으로 겪게 될 거요. 지금 당신의 영혼은 잠들어 있소. 그것을 깨울 충격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지.
당신은 지금까지 순탄히 흘러온 것처럼, 앞으로의 삶도 잔잔한 물길을 따라 조용히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요. 눈은 감겨 있고 귀는 막힌 채 떠내려가고 있으니, 물길 바로 앞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암초도 보지 못하고, 그 밑에서 파도가 부서지며 요동치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오.
하지만 내 말을 기억해 두시오. 언젠가 당신도 삶이라는 강줄기에서 험준한 협곡을 만나게 될지 모르오. 그곳에서는 인생의 흐름이 소용돌이와 격랑, 거품과 굉음으로 산산이 부서질 거요. 그때 당신은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거나, 아니면 거대한 파도에 떠밀려 더 잔잔한 물길로 옮겨질 것이오. 지금의 나처럼 말이오.


나는 오늘이 좋소. 저 강철 같은 하늘도 좋고, 이 얼어붙은 세상에 깃든 엄숙함과 고요함도 좋소. 손필드도 그렇고. 그 오래된 역사와 외딴 분위기, 늙은 까마귀나무와 산사나무, 잿빛 외벽, 그리고 쇠처럼 차가운 하늘빛을 비추는 검은 창문들이 모두 마음에 드오. 그런데도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쳤소. 마치 거대한 역병 환자 수용소라도 되는 것처럼 이 집을 피해 다녔소. 지금도 나는 여전히 증오하고 있지….”

 

그는 입을 다물고 이를 악물었다. 걸음을 멈춘 채 단단히 얼어붙은 땅을 구두 끝으로 세게 찼다. 어떤 증오스러운 생각이 그의 마음을 움켜쥐고 아주 단단히 붙들고 있는 것같이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우리는 너도밤나무 길을 따라 저택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고, 저택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는 성벽 모양의 난간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내가 그전에도, 그 후에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고통과 수치심, 분노와 조바심, 혐오와 증오가 그의 짙은 눈썹 아래 커다란 눈동자 속에서 한순간 서로 뒤엉켜 싸우는 것 같았다. 어느 감정이 우위를 차지할지 알 수 없을 만큼 격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내 또 다른 감정이 솟아올라 모든 것을 제압했다. 그것은 차갑고 냉소적인 감정이었다. 완고하고 결연한 의지였다. 그 감정으로 그는 격정을 가라앉히고 돌처럼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방금 침묵하는 동안, 에어 선생, 나는 내 운명과 흥정을 하고 있었소. 내 운명은 저기 저 너도밤나무 곁에 서 있었지. 마치 포레스 황야에서 맥베스 앞에 나타났던 마녀들 가운데 하나처럼 말이오.
운명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손필드가 마음에 드느냐?’라고 물었소. 그러고는 허공에 한 줄의 경고를 새겼지. 그것은 저택 정면의 위아래 창문 사이를 따라 붉게 타오르는 상형문자처럼 나타났소.
‘좋다면 어디 한번 좋아해 보아라! 그럴 용기가 있다면 좋아해 보아라!’
나는 대답했소. ‘나는 이곳을 좋아하겠다. 좋아할 용기도 있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행복과 선함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부숴 버릴 것이다. 그렇소, 선함 말이오. 나는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소. 욥기에 나오는 리워야단이 창과 화살, 갑옷을 산산이 부수었던 것처럼, 남들이 쇠와 놋쇠처럼 견고하다고 여기는 장애물도 썩은 나무나 지푸라기 정도로 여기고 부숴 버릴 것이오.”

 

그때 아델이 셔틀콕을 쫓아 그에게 달려왔다.
“저리 가!”
그가 거칠게 외쳤다.
“가까이 오지 마라, 얘야. 소피에게 가 있거라!”
그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가 갑자기 벗어나 버린 원래 이야기로 조심스럽게 화제를 돌려 보았다.
“셀린 바랭 양이 들어왔을 때, 로체스터 씨도 발코니를 떠나셨나요?”
이 질문이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에 핀잔을 들을 각오를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음울한 생각에서 깨어난 듯 나를 바라보았고, 이마를 덮고 있던 그늘도 한결 걷혔다.
“아, 셀린 이야기를 잊고 있었군.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다시 이어 봅시다. 내 매력적인 여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어디선가 ‘쉭’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소. 질투라는 초록빛 뱀이 달빛 비친 발코니 위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기어오르더니, 내 조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불과 2분 만에 내 심장의 한가운데까지 파고들었소. …이상하군!”

그는 갑자기 또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필 당신에게 털어놓고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하오, 에어 양. 그리고 당신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조용히 듣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나 같은 남자가 오페라 여인과의 연애담을 당신처럼 순진하고 경험 없는 젊은 처녀에게 들려주는 일도 이상하오.
전에도 한 번 말했듯이, 당신의 진중함과 사려 깊음, 신중함은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지. 게다가 나는 지금 어떤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소. 당신의 마음은 쉽게 물들거나 오염될 사람이 아니오. 아주 특별한 마음이지. 하나뿐인 마음. 다행히도 나는 그것을 해칠 생각이 없소. 설령 해치려고 한다 해도, 당신은 나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 사람이오. 당신과 내가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좋소. 나는 당신을 시들게 만들 수 없지만, 당신은 나를 다시 생기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잠시 곁길로 새었던 이야기는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그대로 발코니에 남아 있었소. ‘분명 둘이 부두아르로 들어오겠지.’ 생각하며 숨을 준비를 했지. 열린 창문 사이로 손을 넣어 커튼을 쳤소. 다만 안을 엿볼 수 있을 만큼의 틈은 남겨두었지. 창문도 연인들의 속삭임이 새어 나올 정도의 작은 틈만 남겨 두고 닫았지. 그런 뒤 다시 의자로 살금살금 돌아가 앉았소.
막 자리에 앉자마자 두 사람이 들어왔소. 나는 곧바로 그 틈으로 엿보았소. 셀린의 시녀가 먼저 들어와 램프에 불을 밝히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물러난 덕분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내 눈앞에 훤히 드러났소.
둘은 망토를 벗었소. 거기에는 비단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셀린 바랭이 서 있었지. 물론 그것들은 모두 내가 사 준 것들이었소. 그녀 곁에는 장교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지. 나는 그를 곧 알아보았소. 그는 젊은 자작이었소. 방탕하기만 하고 머릿속은 텅 빈 청년으로, 사교계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지만, 너무나 경멸했던 나머지 미워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던 인물이었소. 그를 알아본 순간, 질투라는 뱀의 독니는 즉시 부러졌소. 바로 그 순간 셀린을 향한 내 사랑도 완전히 꺼져 버렸기 때문이오. 저런 남자를 위해 나를 배신하는 여자라면 더 이상 붙잡을 가치도 없었소. 그녀는 경멸받아 마땅한 존재였소. 하지만 사실 그녀보다 더 경멸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지. 그런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으니 말이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소. 그 대화는 오히려 내 마음을 완전히 진정시켜 주었소. 그들의 말은 경박하고, 돈밖에 모르며, 인정도 없고, 생각도 없었소. 듣는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기보다는 지루하게 만들 뿐이었지. 탁자 위에는 내 명함 한 장이 놓여 있었소. 그것을 본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 둘 다 나를 통렬하게 비난할 만큼의 재치나 기백은 없었소. 대신 자기들 수준에서 최대한 저속하게 나를 헐뜯었지. 특히 셀린은 내 외모를 헐뜯는 데 꽤 신이 나 있었지. ‘기형’이라는 말까지 하더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평소 그녀는 내가 ‘남성미’를 지녔다며 열렬히 칭찬했다는 사실이오. 그 점에서는 당신과 정반대였지.
당신은 두 번째 만났을 때 내게 대놓고 ‘잘생긴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으니까. 두 사람의 말이 너무 달라서 그때 무척 인상적이었고….”

 

바로 그때 아델이 또다시 뛰어왔다.
“로체스터 님, 존이 그러는데요, 대리인이 와서 로체스터 님을 뵙고 싶어 하신대요.”
“아, 그렇다면 이야기를 빨리 끝내야겠군. 나는 창문을 열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소. 그리고 셀린에게 더 이상 내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소. 호텔을 비우라고 통보했고, 당장 필요한 비용으로 쓰라며 돈주머니 하나를 건네주었지.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애원하고, 맹세하고, 몸부림쳤지만 모두 무시했소. 그리고 그 자작과는 불로뉴 숲에서 결투하기로 약속했지.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를 만났소. 그리고 그 가련하고 핏기 없는 팔 하나에 총알을 박아 넣어 주었지. 병아리 날개처럼 힘없는 팔이었소.
그 일로 나는 그 무리와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불행하게도 셀린은 그보다 여섯 달 전에 이 작은 계집아이, 아델을 내게 떠안겼소. 그녀는 아델이 내 딸이라고 주장했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 아이 얼굴 어디에서도 내가 아버지라는 음산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소. 오히려 파일럿이 나를 더 닮았다고 할 수 있겠군.
내가 셀린과 관계를 끊고 몇 년이 지나자, 그녀는 자기 딸마저 버린 채 어떤 음악가인지 가수인지를 따라 이탈리아로 달아나 버렸소. 나는 아델을 부양해야 할 친부로서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적도 없고, 지금도 인정하지 않소. 그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니까. 하지만 아이가 완전히 버려진 채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불쌍한 아이를 파리의 진흙탕 같은 삶에서 건져내어 이곳으로 데려왔소. 이 아이를 잉글랜드 시골 정원의 건강한 흙에서 깨끗하게 자라게 하고 싶었소. 그리고 페어팩스 부인이 당신을 찾아 그 아이를 맡겼지.


이제 당신은 아델이 프랑스 오페라 무용수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아마 당신도 지금 맡은 자리와 보호해야 할 아이를 예전처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언젠가 내게 와서 다른 자리를 구했다고 말하며 사직서를 내밀고, 새로운 가정 교사를 찾아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요. 아델은 어머니의 잘못이나 로체스터 씨의 잘못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아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아이가,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 없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로체스터 씨께도 친딸로 인정받지 못한 아이니까요. 그래서 전보다 더 그 아이를 보살필 겁니다. 어떻게 제가, 가정 교사를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부유한 집안의 버릇없는 귀염둥이보다, 친구처럼 제게 의지하는 외로운 고아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 좋소. 이제 나는 들어가야겠소. 당신도 들어가시오.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아델, 파일럿과 함께 몇 분 더 밖에 남아 있었다. 아델과 달리기도 하고, 배틀도어와 셔틀콕 놀이도 했다. 집 안으로 들어와 아델의 모자와 외투를 벗겨 준 뒤에는 아이를 무릎에 앉혔다. 한 시간이나 그렇게 안고 있으면서 마음껏 재잘거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평소 관심을 많이 받으면 드러내던 약간의 버릇없는 행동이나 사소한 경박함도 그날만큼은 나무라지 않았다. 그런 점은 아마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성격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잉글랜드인의 기질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면이었다. 그래도 아델에게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아델의 좋은 점을 가능한 한 크게 보려고 했다.


이후 아델의 얼굴과 이목구비에서 로체스터 씨를 닮은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한 부분도, 어떤 표정도 두 사람의 혈연관계를 암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면 그는 아델을 지금보다 더 아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내 방으로 돌아와서야 나는 로체스터 씨가 들려준 이야기를 차분히 되새겨 보았다. 그가 말한 대로,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은 없었다. 부유한 잉글랜드 신사가 프랑스 무희를 사랑했다가 배신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당시 사교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 이상했다.
그가 현재의 만족스러운 심정을 드러내며 오래된 저택과 그 주변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일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도록 곱씹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당장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결국 그 생각을 접고 로체스터 씨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나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몇 주 전부터 그는 처음보다 훨씬 한결같은 태도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아닌 듯했다. 예전처럼 갑자기 차갑고 오만하게 변하는 일도 없었다. 뜻밖에 마주치면 그는 오히려 반가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한마디 말을 건넸고, 때로는 미소까지 지어 주었다.
정식으로 초대를 받아 그의 방에 가면 늘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로 내가 그의 무료함을 달래 줄 수 있으며, 저녁마다 이어지는 이런 대화가 나에게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에게도 즐거운 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실제로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는 본래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세상 물정을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세상의 여러 모습과 삶의 방식을 보여 주는 것을 좋아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세상의 모습이란, 타락한 장면이나 사악한 행실이 아니라 그 규모가 워낙 크고 색다른 분위기를 지닌 흥미로운 세계를 뜻한다.

나는 그가 들려주는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 즐거웠고, 그가 말로 그려 주는 새로운 풍경들을 상상하는 것도 좋았다. 또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계를 마음속으로 함께 여행하는 일도 큰 기쁨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해로운 암시를 주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태도는 나를 옥죄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정중하면서도 진심 어린 솔직함으로 대해 주는 그의 태도는 나를 점점 그에게로 이끌었다.

 

때때로 그가 주인이라기보다 친척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가끔은 명령조로 행동했다. 하지만 그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에 새로운 즐거움이 더해지자 더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더 이상 가족을 그리워하며 애태우지 않게 되었다. 초승달처럼 가늘기만 했던 내 운명의 폭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았다. 삶의 공허한 빈자리들이 하나둘 채워졌고, 몸도 한층 건강해졌다. 살이 오르고 기운도 되찾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 눈에 로체스터 씨는 여전히 못생긴 남자였을까?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그와 함께한 수많은 즐겁고 따뜻한 기억들 때문에 그의 얼굴은 내가 제일 보고 싶은 얼굴이 되었다. 그가 방 안에 있기만 해도 가장 환하게 타오르는 벽난로보다 더 큰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결점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자주 그것들을 드러냈기 때문에 사실 잊을 수도 없었다.
그는 자존심이 강했고, 냉소적이었으며, 자신보다 지위가 낮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했다. 나에게 베푸는 큰 친절만큼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당할 정도로 엄격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변덕스러웠다. 그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몇 번이나 그의 부름을 받아 책을 읽어 주러 갔지만, 그는 서재에 홀로 팔을 포갠 채 그 위에 머리를 묻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음울하고 악의에 찬 찌푸린 표정이었다.


나는 그의 우울함과 냉혹함, 과거의 도덕적인 잘못들은 모두 잔인한 운명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본래는 선했고, 더 높은 도덕적 원칙을 고수했으며 순수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환경이 그를 다른 모습으로 만들었고, 교육이 그것을 주입했으며, 운명이 그런 삶을 부추겼을 뿐이라고 여겼다. 그에게는 훌륭한 자질이 분명 있었다. 단지 지금은 그것들이 다소 망가지고 뒤엉켜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진짜 슬픔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슬픔 때문에 함께 마음 아파했다.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5-2장 보기

 

1장부터 보기

 

 

교정 후기

 

로체스터 씨는 아델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데려와서 길러주고, 가정 교사까지 고용해 교육까지 시켜 주었네요. 그런 면에서 겉은 상남자지만, 속은 매우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이 깊고 더 아팠던 것 같네요.

 

전에도 한 번 말했듯이, 당신의 진중함과 사려 깊음, 신중함은 남의 비밀을 맡기에 꼭 알맞습니다.

▶ 전에도 한 번 말했듯이, 당신의 진중함과 사려 깊음, 신줌함은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지.

 

아델은 어머니의 잘못이나 로체스터 씨의 잘못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습니다.

▶ 아델은 어머니의 잘못이나 로체스터 씨의 잘못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를 닮았다는 것이 분명했다면

▶ 만약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면

 

그라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나의 신중함을 믿어준다는 표시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그런 신뢰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 그가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나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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