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이 말을 받아 가고, 그는 나와 함께 현관으로 들어왔다. 그는 먼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서재로 오라고 했다. 내가 계단으로 향하자 붙잡아 세우더니 오래 걸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 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5분 만에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앉아서 나와 함께 드시오, 제인. 하나님의 뜻이라면 이건 당신이 앞으로 손필드 저택에서 먹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식사가 될 거요.”
나는 그의 곁에 앉았지만 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그러오, 제인? 런던으로 간다는 생각 때문에 입맛이 없는 건가?”
“오늘 밤은 제 앞날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요, 로체스터 씨.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세상의 모든 것이 현실 같지 않아요.”
“나만 빼고 말이지. 나는 아주 확실히 실재하는 사람이오. 자, 만져 보시오.”
“당신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유령 같아요. 당신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아요.”
그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꿈인가?”
그가 손을 내 눈앞에 가까이 내밀며 말했다. 그의 손은 둥글고 근육질이며 힘이 넘쳤고, 팔 또한 길고 튼튼했다.
“네. 이렇게 만질 수 있어도 꿈이에요.”
나는 그의 손을 내 얼굴 앞에서 천천히 밀어내며 말했다.
“로체스터 씨, 식사는 다 끝나셨나요?”
“그렇소, 제인.”
나는 종을 울려 식기를 치워 달라고 했다. 다시 둘만 남게 되자 벽난로의 불을 고른 뒤, 그의 무릎 곁 낮은 의자에 앉았다.
“거의 자정이네요.” 내가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제인, 내일 결혼식을 앞둔 마지막 밤은 나와 함께 깨어 있겠다고 약속한 것 기억하오?”
“기억해요. 적어도 한두 시간은 약속을 지킬게요. 아직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준비는 다 끝났소?”
“모두 끝났어요.”
“나도 마찬가지요.” 그가 대답했다.
“모든 일을 정리해 두었소. 내일은 교회에서 돌아온 지 30분도 채 안 되어 손필드를 떠날 거요.”
“좋아요, 로체스터 씨!”
“‘좋아요’라고 말하는 표정이 참 이상하군, 제인. 양 볼은 왜 이렇게 붉게 달아오르고, 눈빛은 또 왜 이렇게 반짝이는 거요? 몸은 괜찮소?”
“괜찮은 것 같아요.”
“‘것 같다고?’ 무슨 일이오? 지금 어떤 기분인지 말해 보시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지금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음 순간이 어떤 운명을 싣고 올지 누가 알겠어요?”
“그건 공연한 불안이오, 제인. 너무 흥분했거나 너무 피곤해서 그렇소.”
“당신은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하신가요?”
“평안하냐고? 아니, 하지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마음 깊은 곳까지 행복하지.”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행복의 흔적을 읽으려 했다. 그의 얼굴은 열정으로 빛났고 상기되어 있었다.
“제인! 내게 마음을 털어놓으시오. 당신을 짓누르는 것이 있다면 나와 나누어 마음을 가볍게 하시오. 무엇이 두려운 거지? 내가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거요?” 그가 말했다.
“그건 거리가 멀어요.”
“그럼, 곧 시작될 새로운 삶이 두려운 건가? 새로운 세상이 겁나는 거요?”
“아니에요.”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제인. 슬픔과 대담함이 함께 어려 있는 당신의 표정과 말투가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구려. 설명을 듣고 싶소.”
“그렇다면 들어 주세요. 당신은 어젯밤 집을 비우셨지요?”
“그랬지. 조금 전에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다고 넌지시 말했잖소. 아마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당신을 몹시 불안하게 만든 모양이군. 말해 보시오. 혹시 페어팩스 부인이 무슨 말을 했소? 아니면 하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거요? 예민한 당신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거요?”
“아닙니다, 로체스터 씨.”
시계가 열두 시를 알렸다.
나는 탁상시계의 은은한 종소리가 모두 끝나고, 괘종시계의 쉰 듯 울리는 묵직한 종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저는 종일 몹시 바빴고, 바쁜 가운데서도 무척 행복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에 대한 문제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과 함께 살아갈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 제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일이었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아니, 지금은 저를 어루만지지 마세요. 제가 이야기를 끝까지 하게 해 주세요.
어제 저는 하나님의 섭리를 굳게 믿었고, 모든 일이 당신과 저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억하시겠지만 날씨도 아주 좋았지요. 고요한 하늘과 바람을 보고 있으면, 여행길에 있는 당신의 안전이나 편안함을 조금도 걱정할 이유가 없었어요. 차를 마신 뒤 잠시 앞마당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어요. 상상 속에서 당신이 너무도 가까이 있어서 실제로 곁에 없다는 사실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생각했어요. 당신의 삶 말이에요. 그것은 제 삶보다 훨씬 넓고 활기찬 삶이었어요. 마치 시냇물이 흘러드는 바다가 시냇물의 좁고 얕은 물길보다 훨씬 크고 깊은 것처럼요. 저는 왜 도덕가들이 이 세상을 황량한 광야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적어도 제게는 이 세상이 장미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으니까요.
해가 질 무렵 공기가 차가워지고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어요. 저는 방으로 들어왔고, 소피가 막 도착한 제 웨딩드레스를 보여 주겠다며 위층으로 불렀어요. 그리고 그 상자 안에서 당신이 보내신 선물도 발견했어요. 런던에서 특별히 주문하신 그 베일 말이에요. 제가 보석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에 못지않게 값비싼 것을 억지로라도 제게 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정말 왕족 같은 사치였어요. 저는 베일을 펼쳐 보며 웃었어요. 귀족 취향을 가진 당신을 어떻게 놀려 드릴까 궁리했지요. 평민 출신 신부를 백작 부인처럼 꾸며 보려 애쓰시는 모습을 말이에요. 또 제가 손수 준비해 둔, 아무런 자수도 놓이지 않은 소박한 레이스 조각을 머리에 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재산도, 아름다움도, 가문도 가져오지 못하는 아내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하고 물어보는 장면도 상상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신의 표정도 또렷이 떠올랐어요. 귀족의 작위나 막대한 재산을 얻기 위해 결혼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공화주의자답게 성급히 반박하며 자존심 강하게 말씀하시는 모습과 목소리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나를 어찌나 잘 읽어내는지, 이 작은 마녀!”
로체스터 씨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 베일에서는 화려한 자수 말고 또 무엇을 발견했지? 독이라도 묻어 있었나? 아니면 단검이라도 숨겨져 있어서 지금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에요. 그 섬세하고 화려한 천 말고는 로체스터 씨의 자존심밖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저를 두렵게 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악마의 모습을 익숙하게 보아 왔으니까요.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어젯밤 바람은 지금처럼 거칠고 높게 몰아치는 바람은 아니었어요. 훨씬 더 음산하고, 마치 깊은 신음 같은 소리를 내며 불었지요. 그때 저는 당신이 집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방에 들어왔는데, 비어 있는 의자와 불 꺼진 벽난로를 보는 순간 마음이 싸늘해졌어요. 잠자리에 든 뒤에도 한동안 잠들지 못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초조함이 저를 괴롭혔거든요.
점점 거세지는 바람 소리 아래로 슬픈 울음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리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집 안에서 나는 소리인지 밖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바람이 잠시 잦아들 때마다 그 애처롭고도 구슬픈 소리가 다시 들려왔어요. 마침내 그것이 멀리서 개가 우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소리가 멎었을 때 비로소 안도했어요. 잠이 들고 나서도 꿈속에서는 계속 어둡고 거센 바람이 부는 밤이 이어졌어요. 여전히 당신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어떤 장벽이 있다는 이상하고도 슬픈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 잠든 내내 저는 낯선 길을 따라 걷고 있었어요. 사방은 완전히 어두웠고, 비는 세차게 쏟아졌어요. 제 품에는 어린아이가 하나 안겨 있었어요. 너무 어려서 혼자 걷지도 못하는 아주 작은 아이였지요. 그 아이는 차가운 제 품에서 몸을 떨며 제 귀에 대고 서럽게 울고 있었어요. 당신은 저보다 훨씬 앞서 그 길을 가고 있었어요. 저는 어떻게든 따라잡으려고 온 힘을 다했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 멈춰 달라고 애원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제 몸은 무엇인가에 묶여 있는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고, 목소리는 끝내 분명한 말이 되지 못한 채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고, 저는 그 거리가 순간순간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 꿈이 지금도 당신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는 거요, 제인? 내가 이렇게 바로 당신 곁에 있는데도? 겁 많은 작은 아가씨 같으니. 허황된 꿈속의 슬픔은 잊어버리고, 우리 앞에 있는 진짜 행복만 생각하시오. 아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 그 말은 내가 절대로 잊지 않을 거요. 그리고 당신도 부인할 수는 없겠지. 그 말만큼은 분명하고도 부드럽게 들었소. 어쩌면 음악처럼 달콤했소. ‘에드워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과 함께 살아갈 희망을 품는 것이 제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일이에요.’ 정말 나를 사랑하오, 제인? 한 번 더 말해 주시오.”
“네, 로체스터 씨. 사랑합니다. 온 마음을 다해서요.”
그는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아프게 찔렀소. 왜 그럴까? 아마도 당신이 너무도 진지하고 신실한 열정으로 그 말을 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지금 나를 올려다보는 당신 눈빛에는 믿음과 진실, 헌신이 너무도 숭고하게 담겨 있소. 마치 어떤 영혼이 내 곁에 와 있는 것만 같소. 제인, 좀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시오. 당신도 잘 알잖소. 그 수줍고 장난기 많고 사람을 약 올리는 미소 말이오. 나를 미워한다고 말해도 좋고, 놀리고 화나게 해도 좋소. 무엇이든 좋으니 나를 이렇게 감동시키지만은 마시오. 차라리 화가 나는 편이 슬퍼지는 것보다 낫겠소.”
그가 말했다.
“제 이야기를 다 마치고 나면 얼마든지 당신을 놀리고 괴롭혀 드릴게요. 하지만 끝까지 들어 주세요.”
“난 당신 이야기가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당신의 우울함의 원인이 그 꿈이라고 생각했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아직 더 있다고? 하지만 중요한 일일 거라고는 믿지 않겠소. 미리 말해 두지만, 난 쉽게 믿지 않을 거요. 계속해 보시오.”
그의 얼굴에 드러난 불안한 기색과 어딘가 조급해하는 태도에 놀랐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교정 후기
이 부분은 제인 에어의 꿈 이야기입니다. 원래 좋은 일을 앞두면 이유 없이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예감이나 느낌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결혼을 앞둔 제인 에어는 계속 불안해하고 초조해합니다. 덩달아 로체스터도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제 마음에서 가장 먼 곳에 있어요.
▶ 그건 거리가 멀어요.
제가 보석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아마도 그에 못지않게 값비싼 것을 억지로라도 받아들이게 하시려 했던 거겠지요.
▶ 제가 보석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에 못지않게 값비싼 것을 억지로라도 제게 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정말 나를 꿰뚫어 보는군, 이 작은 마녀!
▶ 나를 어찌나 잘 읽어내는지, 이 작은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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