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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5-3장

by 행만이99 202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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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또 다른 꿈을 꾸었어요”.
손필드 저택이 황량한 폐허가 되어 박쥐와 올빼미의 소굴이 되어 있었어요. 웅장했던 저택은 모두 사라지고, 높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외벽만 껍데기처럼 남아 있었지요. 달빛이 비치는 밤, 저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폐허 안을 헤맸어요. 여기서는 대리석 벽난로를 밟고 비틀거렸고, 저기서는 무너져 내린 처마 장식 조각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요. 저는 숄을 두른 채 여전히 그 이름 모를 어린아이를 안고 있었어요. 아무리 팔이 아프고, 그 아이의 무게 때문에 걷기 힘들어도 내려놓을 수는 없었어요. 끝까지 안고 가야만 했어요. 멀리 길 위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그것이 당신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아주 먼 나라로, 아주 오랫동안 떠나가고 있었어요.
저는 당신을 한 번만이라도 더 보려고 정신없이 그 위태로운 담을 기어올랐어요. 하지만 발밑의 돌은 자꾸 굴러떨어졌고, 붙잡은 담쟁이덩굴은 손아귀에서 끊어졌어요. 품에 안은 아이는 겁에 질려 제 목을 꼭 끌어안아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마침내 겨우 담 위에 올라섰어요. 당신은 하얀 길 위에서 점처럼 보였고, 순간순간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어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어요. 저는 좁은 담 위에 주저앉아 무서워하는 아이를 무릎 위에서 달랬어요. 그때 당신은 길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려 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어요. 그러자 담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몸이 크게 흔들렸고, 아이는 제 무릎에서 굴러떨어졌어요. 저는 균형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고…. 바로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어요.”
“제인. 그게 전부였소?”
“아니에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모두 서두에 불과해요.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예요.
잠에서 깨어났을 때 눈부신 빛이 제 눈을 비추었어요. 처음에는 ‘아, 벌써 날이 밝았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어요. 그것은 햇빛이 아니라 촛불이었어요. 저는 소피가 들어온 줄 알았어요. 화장대 위에 촛불이 켜져 있었고, 잠들기 전에 웨딩드레스와 베일을 걸어 두었던 벽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요. 그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요. 저는 물었어요.
‘소피, 거기서 뭐 하고 있어요?’
아무런 대답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형체가 벽장 안에서 걸어 나왔어요. 그것은 촛불을 집어 들더니 높이 치켜들고 여행 가방에 걸려 있는 드레스와 베일을 천천히 바라보았어요. ‘소피! 소피!’ 저는 다시 불렀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었어요. 저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몸을 숙였지요. 처음에는 놀랐고, 그다음에는 어리둥절해졌어요. 그리고 곧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어요. 로체스터 씨, 그건 소피가 아니었어요. 레아도 아니었고, 페어팩스 부인도 아니었어요. 정말 아니었어요. 아니, 그것만은 확실하고 지금도 확신해요. 심지어 그 이상한 여자, 그레이스 풀도 아니었어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거요.”
로체스터 씨가 말을 끊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제 앞에 서 있던 그 형체는 손필드 저택에서 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어요. 키도, 체형도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어떤 모습이었는지 말해 보시오, 제인.”
“여자처럼 보였어요. 키가 크고 몸집도 컸어요. 짙고 검은 머리카락이 등에 길게 늘어져 있었지요.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희고 곧게 늘어진 옷이었는데, 드레스였는지, 홑이불이었는지, 아니면 수의였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얼굴은 보았소?”
“처음에는 못 보았어요. 하지만 곧 그 여자가 걸려 있던 제 베일을 집어 들었어요. 베일을 들어 올려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자신의 머리 위에 쓰고 거울을 향해 돌아섰죠. 바로 그 순간, 어두운 직사각형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저는 아주 선명하게 보았어요.”
“어떤 얼굴이었지?”
“너무나 무섭고 소름 끼쳤어요. 로체스터 씨, 저는 그런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핏기가 변해 기괴하게 변색된 얼굴이었고, 마치 야수 같은 얼굴이었어요. 충혈된 붉은 눈이 굴러가는 모습과, 시커멓게 부풀어 일그러진 얼굴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유령이라면 보통 창백하지 않소, 제인?”
“하지만 창백하지 않았어요. 얼굴빛은 자줏빛이었고, 입술은 검푸르게 부어 있었어요.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새빨갛게 충혈된 눈 위로 검은 눈썹이 치켜올라가 있었어요. 무엇이 떠올랐는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말해 보시오.”
“독일의 그 흉측한 괴물 말이에요. 흡혈귀요.”
“아!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했소?”
“그 여자는 앙상한 머리에서 제 베일을 벗더니, 그것을 두 조각으로 찢었어요. 그리고 두 조각을 바닥에 내던진 뒤… 마구 짓밟았어요.”
“그다음은?”
“그 여자는 창가의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어요. 아마 새벽이 다가오는 것을 본 모양이에요. 촛불을 집어 든 채 문 쪽으로 걸어갔지요. 그런데 제 침대 곁에 이르러 갑자기 걸음을 멈췄어요. 불타는 듯한 두 눈이 저를 노려보았어요. 그리고 촛불을 제 얼굴 바로 앞으로 들이밀더니… 제 눈앞에서 그 불을 꺼 버렸어요. 그 음산한 얼굴이 바로 제 얼굴 위를 뒤덮는 것을 느꼈고… 저는 의식을 잃었어요. 제 평생 두 번째였어요, 공포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누가 곁에 있었소?”
“아무도 없었어요, 곁에는 환하게 밝은 아침뿐이었어요. 저는 일어나 얼굴과 머리를 찬물로 씻고 물을 한껏 마셨어요. 몸은 몹시 쇠약했지만 아픈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이 일을 당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이제 말씀해 주세요, 로체스터 씨. 그 여자는 누구였고, 도대체 무엇이었나요?”
“뇌가 지나치게 흥분해서 만들어 낸 환영일 거요. 그건 분명하오. 앞으로는 내가 더 조심해서 당신을 돌봐야겠군, 내 소중한 사람. 당신처럼 예민한 사람은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지.”
“로체스터 씨,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제 신경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에요.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어요. 모두 현실이었어요.”
“그럼 그전에 꾸었던 꿈들도 모두 현실이었단 말이오? 손필드 저택이 정말 폐허가 되었소? 우리를 갈라놓을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생겼소? 내가 눈물도, 입맞춤도, 작별 인사도 없이 당신을 떠났소?”
“아직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이오? 우리를 영원히 하나로 묶어줄 날이 시작되었소. 우리가 한 번 결혼하고 나면 이런 마음속 공포는 다시는 없을 거요. 그건 내가 보장하지.”
“마음속 공포라니요, 로체스터 씨. 그것이 정말 그런 것에 지나지 않기를 저도 바라고 있어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조차도 그 무시무시한 방문자의 정체를 설명해 주실 수 없잖아요.”
“내가 설명할 수 없다면 제인, 애초에 그것은 현실이 아니었던 거요.”
“하지만 로체스터 씨,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저도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환한 아침 햇살 아래 익숙한 방 안을 둘러보며 용기를 얻으려 했지요. 그런데… 카펫 위에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는 물건을 보았어요. 제 베일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동강으로 찢어진 채 놓여 있었어요.”
나는 로체스터 씨가 움찔 몸을 떨며 소스라치는 것을 느꼈다. 그는 황급히 두 팔로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가 외쳤다.
“어젯밤 정말 사악한 것이 네 곁에 왔다고 해도, 해를 입은 것이 베일뿐이었다니! 아, 자칫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는지 생각만 해도….”
그는 숨을 짧게 몰아쉬며 나를 너무도 세게 끌어안았기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제인. 이제 내가 모든 일을 설명해 주겠소. 그건 반은 꿈이었고 반은 현실이었소. 어떤 여자가 당신 방에 들어간 것은 틀림없소. 그리고 그 여자는 그레이스 풀이었소. 아니, 그레이스 풀일 수밖에 없소. 당신도 그녀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소?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부를 만한 이유는 충분하오. 그녀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또 메이슨 씨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잠에 취한 상태에서 그녀가 들어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던 거요. 하지만 열이 나고 잠이 덜 깬 상태에 있어서 그녀를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괴물처럼 본 거지.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 검게 부어오른 얼굴, 과장될 만큼 큰 키…. 그런 것들은 모두 악몽이 만들어 낸 환상이었소. 하지만 베일을 악의적으로 찢어 놓은 일만큼은 실제였고, 그것은 충분히 그레이스 풀이 할 법한 행동이지. 아마 당신이 ‘왜 그런 여자를 아직도 집에 두고 있느냐’고 묻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 있소. 그건 우리가 결혼한 지 일 년 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말해 주겠소. 지금은 아니오. 자, 제인. 이 설명으로 만족하겠소? 이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그의 설명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명이었다. 완전히 납득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안심시키고 싶어서 그렇게 보이려고 애썼다. 한편으로는 분명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느덧 한 시가 훨씬 넘어 있었기에 나는 그에게서 물러나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소피는 아델과 함께 아이 방에서 자는 거요?”
그가, 내가 촛불을 켜는 것을 보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아델의 작은 침대는 둘이 자기에 충분하겠지. 오늘 밤은 그 아이와 함께 자도록 하시오, 제인. 당신이 들려준 일을 겪고도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 오늘 밤만큼은 혼자 재우고 싶지 않소. 아이 방에서 자겠다고 약속하시오.”
“그렇게 할게요, 로체스터 씨.”
“그리고 안에서 문을 단단히 잠그도록 하시오. 위층에 올라가면 소피를 깨워, 내일 아침 일찍 깨워 달라고 부탁하는 척하시오. 내일은 여덟 시 전에 옷을 다 입고 아침 식사도 마쳐야 하니까. 자, 이제 더는 우울한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근심은 모두 떨쳐 버리시오, 제인. 들리오? 바람 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이제는 멎었소. 여기 보시오.”
그는 커튼을 걷어 올렸다.
“참 아름다운 밤이오.”
정말 그랬다. 하늘의 절반은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바람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구름은 그 바람을 타고 긴 은빛 행렬을 이루며 동쪽 하늘로 흘러가고 있었다. 달은 평화로운 빛을 비추고 있었다.
“자.”
로체스터 씨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제 내 제인의 기분은 어떻소?”
“밤이 참 평온하네요, 로체스터 씨. 저도 그래요.”
“오늘 밤에는 이별이나 슬픔을 꿈꾸지 않을 거요. 행복한 사랑과 기쁜 결합만을 꿈꾸게 되겠지.”
그러나 그의 예언은 절반만 맞았다. 나는 정말 슬픈 꿈은 꾸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한 꿈도 꾸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날 밤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 아델을 품에 안고 아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아델의 잠은 너무도 평온했고, 아무런 열정도 없었으며, 티 없이 순수했다. 그렇게 나는 다가올 날을 기다렸다. 내 몸속의 모든 생명은 깨어 있었고, 모든 감각은 들떠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마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설 때 아델이 내게 꼭 매달렸던 것이 기억났다. 나는 아이의 작은 손을 목에서 조심스레 떼어 내며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혀 아이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혹시 흐느낌이 아이의 깊고 평화로운 잠을 깨울까 두려워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아델은 내 지나간 삶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내가 옷을 차려입고 만나러 가야 할 그 사람은, 두렵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직 알지 못하는 내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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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후기

 

밤에 제인의 방에 들어와 베일을 찢어 놓고 간 여자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오싹합니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진짜 그레이스 풀일까요? 이 부분을 번역할 때 정말 등에 소름이 돋았답니다. 다음날이 결혼식인데, 왜 하필 이런 일이....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곧 그 여자가 제 베일을 걸려 있던 자리에서 내려 들었어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더니 자기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거울 앞으로 갔어요.

▶ 처음에는 못 보았어요. 하지만 곧 그 여자가 걸려 있던 제 베일을 집어 들었어요. 베일을 들어 올려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자신의 머리 위로 쓰고 거울을 향해 돌아섰죠.

 

지나치게 흥분한 뇌가 만들어 낸 환영이었어.
▶ 뇌가 지나치게 흥분해서 만들어 낸 환영일 거요.

 

당신은 잠과 깨어 있음의 중간 상태에서 그녀가 들어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던 거요. 하지만 열이 나고 거의 헛것을 볼 지경이었던 탓에, 그녀를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괴물처럼 본 거지.

▶ 당신은 잠에 취한 상태에서 그녀가 들어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던 거요. 하지만 열이 나고 잠이 덜 깬 상태에 있어서 그녀를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괴물처럼 본 거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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