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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쉽게 읽기

제인 에어 17-2장

by 행만이99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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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서는 즐거운 활기가 느껴졌다. 신사들의 낮고 중후한 목소리와 숙녀들의 은방울 같은 목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 모든 소리 가운데서도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비록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손필드 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 씨가 아름다운 숙녀들과 늠름한 신사들을 집으로 맞이하는 우렁우렁한 목소리였다.

 

곧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계단을 올라왔고, 복도에는 사뿐사뿐 걷는 발소리와 부드럽고 명랑한 웃음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잠시 조용해졌다.
“숙녀분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어요.”
귀를 기울여 모든 움직임 소리를 듣고 있던 아델이 한숨을 쉬며 프랑스어로 말했다.
“엄마 집에 있을 때는 손님이 오면 거실이든 방이든 어디든 따라다녔어요. 하녀들이 숙녀분들 머리를 만지고 옷을 입혀주는 걸 자주 보곤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배우는 거잖아요”
“배고프지 않니, 아델?”
“네, 선생님. 다섯 시간인지 여섯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럼 숙녀들이 방에 있는 동안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먹을 것을 좀 가져와 볼게.”


나는 은신처에서 조심스레 나와 곧장 주방으로 이어지는 뒷계단을 찾아갔다. 그곳은 온통 불의 열기와 소란으로 가득했다. 수프와 생선 요리는 거의 마지막 손질만 남겨 두고 있었다. 요리사는 커다란 냄비들 위에 몸을 숙인 채 금방이라도 몸과 마음이 불타 버릴 듯한 기세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인들의 식당에는 마부 두 사람과 남자 손님들의 시종 세 사람이 난롯가에 둘러앉거나 서 있었다. 여자 손님들의 시녀들은 아마 주인들을 따라 위층에 올라가 있었을 것이다. 밀코트에서 새로 불러온 하인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 혼란을 헤치고 마침내 식료품 저장실에 도착했다. 나는 차가운 닭고기 한 마리와 빵 한 덩이, 타르트 몇 개, 접시 두어 장, 나이프와 포크를 챙겨 들었다. 그 전리품을 들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복도까지 무사히 돌아와 막 뒷문을 닫으려는 순간, 갑자기 웅성거림이 더 크게 들려왔다. 숙녀들이 방에서 나오려는 모양이었다. 공부방으로 돌아가려면 그들의 방문 앞을 지나야 해서, 자칫 먹을 것을 잔뜩 들고 있는 모습을 들킬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창문 하나 없는 복도 끝에 그대로 멈춰 섰다. 해는 이미 졌고 황혼이 깔리고 있었으므로 그곳은 완전히 어두웠다.

잠시 뒤, 숙녀들이 하나둘씩 방에서 나왔다. 모두 밝고 우아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고, 그들의 옷은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그들은 잠시 복도 반대편 끝에 모여 서서 부드럽고 절제된 생기 어린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밝은 안개가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듯 거의 소리도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모습은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귀족들의 품격과 우아함으로 내 마음에 남았다.

 

공부방로 돌아오니 아델이 문을 살짝 열어 놓고 틈새로 밖을 엿보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숙녀들이에요! 아, 저도 저분들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녁 식사가 끝나면 로체스터 씨가 우리를 부르실까요?” 아델이 영어로 외쳤다.
“아니, 그럴 것 같지 않구나. 로체스터 씨는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을 생각하고 계실 테니까. 오늘 밤은 손님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내일이면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자, 여기 저녁이란다.”
아델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닭고기와 타르트를 보자 한동안 다른 생각은 잊고 열심히 먹었다.

내가 먹을 것을 미리 가져온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델과 나, 그리고 우리가 먹던 음식을 조금 나누어 주었던 소피까지 셋 다 저녁을 굶을 뻔했다. 아래층 사람들은 모두 너무 바빠 우리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후식이 나온 것은 아홉 시가 훨씬 지난 뒤였고, 열 시가 되어서도 하인들은 쟁반과 커피잔을 들고 이리저리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나는 그날만큼은 아델이 평소보다 훨씬 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내버려 두었다. 아델은 아래층 문을 계속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바람에 도저히 잠이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든 뒤에 혹시라도 로체스터 씨가 부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어요!” 아델이 프랑스어로 말했다.

나는 아델에게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다가 기분 전환도 시켜 줄 겸 해서 아델을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현관에는 이미 등이 켜져 있었고, 아델은 난간 너머로 몸을 내밀어 하인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무척 재미있어했다.
밤이 깊어지자 응접실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아노도 그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아델과 나는 계단 맨 위에 나란히 앉아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풍성한 피아노 선율에 한 여인의 노랫소리가 어우러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아름다웠다. 독창이 끝나자 이번에는 중창이 이어졌고, 다시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이 흘러나왔다. 노래가 끝나는 사이사이에는 흥겨운 대화 소리가 잔잔하게 방 안을 메웠다.

나는 오랫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귀가 음악보다는 뒤섞인 목소리 속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소리는 로체스터 씨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자마자, 이번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음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맞춰보고 있었다.

시계가 열한 시를 알렸다.
아델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자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그래서 아델을 안아 침실로 데려가 재웠다. 손님들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것은 거의 새벽 한 시가 되어서였다.

 

다음 날도 전날처럼 화창한 날씨였다. 손님들은 근처 경치를 구경하러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오전 일찍 출발했는데, 일부는 말을 타고, 나머지는 마차를 탔다. 나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과 돌아오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잉그램 양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말을 탄 숙녀였고, 로체스터 씨 역시 전날처럼 그녀의 곁에서 말을 달렸다. 두 사람은 다른 일행보다 조금 떨어져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함께 서 있던 페어팩스 부인에게 그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인께서는 두 사람이 결혼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씀하셨지만, 보세요. 로체스터 씨는 누구보다도 잉그램 양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죠.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좋아하는 것은 사실일 거예요.”
“잉그램 양도 마찬가지예요. 저렇게 머리를 기울여 비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세요. 잉그램 양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한 번도 똑똑히 본 적이 없거든요.” 내가 말했다.
“오늘 저녁이면 보게 될 거예요 내가 로체스터 씨께 아델이 손님들께 인사드리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녁 식사 후에 응접실로 데려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에어 양도 함께 오라고 하셨어요.”
페어팩스 부인이 대답했다.
“그건 예의상 하신 말씀일 뿐이에요. 저는 가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말씀드렸죠. 에어 양은 이런 사교 모임에 익숙하지 않아서 낯선 사람들뿐인 화려한 자리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그분이 특유의 빠른 말투로 그러시더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절하면 내 특별한 부탁이라고 전하세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내가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하세요.’라고요.”
부인이 로체스터 씨의 말투를 흉내내며 그의 말을 전했다.
“그런 수고는 끼쳐 드리지 않겠어요. 달리 방법이 없다면 가겠지만, 마음은 내키지 않네요. 페어팩스 부인도 함께 계시나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사양했더니 그분도 허락해 주셨어요. 대신 어색하지 않게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가장 불편한 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입장하는 순간이잖아요. 그러니 숙녀들이 아직 식탁에 있을 때, 응접실이 비어 있는 동안 먼저 들어가세요. 마음에 드는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앉아 있으면 돼요. 신사들이 들어온 뒤에도 오래 있을 필요는 없어요. 로체스터 씨가 당신이 와 있는 것만 확인하면 슬그머니 나오세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손님들은 오래 머물까요?”
“아마 2~3주 정도일 거예요. 그 이상은 아닐 거예요. 부활절 휴회가 끝나면 최근 밀코트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된 조지 린 경이 런던으로 올라가 의회에 참석해야 하거든요. 아마 로체스터 씨도 함께 갈 거예요. 그분이 그렇게 오래 손필드에 머무르신다니 의외예요.”

 

아델을 데리고 응접실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몹시 긴장되었다. 아델은 저녁에 손님들에게 정식으로 소개된다는 말을 들은 뒤 종일 들떠 있었다. 그러다가 소피가 옷을 입혀 주기 시작하자 비로소 차분해졌다. 몸단장을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델도 금세 실감한 모양이었다.
곱슬머리를 부드럽게 빗어 늘어뜨린 고리 모양으로 정돈하고, 분홍색 새틴 드레스를 입고, 긴 허리띠를 매고, 레이스 장갑까지 끼고 나자 아델는 판사처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옷을 흐트러뜨리지 말라고 따로 일러 줄 필요도 없었다. 옷을 다 입은 뒤에는 새틴 치마에 주름이 생길까 봐 먼저 치맛자락을 살며시 들어 올린 다음 작은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될 때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나 역시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가장 좋은 옷이 연회색 드레스인데, 그 옷은 템플 선생님의 결혼식 때 사서 그 뒤로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나는 그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머리도 단정히 빗어 넘기고, 유일한 장신구인 진주 브로치도 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손님들이 모두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을 거치지 않고도 응접실로 갈 수 있는 다른 출입구가 있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응접실은 비어 있었다. 대리석 벽난로에서는 커다란 불이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었고, 탁자마다 장식된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서 밀랍초만이 밝은 빛을 홀로 발하고 있었다.
식당과 응접실을 잇는 아치 앞에는 진홍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겨우 그 커튼 하나로 두 공간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매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부드러운 웅성거림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아델은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없이 내가 가리킨 발받침 위에 앉았다. 나는 창가의 긴 의자에 앉아 가까운 탁자 위에 놓인 책을 집어 들고 읽으려 애썼다. 아델은 발받침을 내 발 곁으로 끌고 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무릎을 살며시 건드렸다.
“왜 그러니, 아델?”
“선생님, 저 아름다운 꽃들 가운데 하나만 가져도 될까요? 꽃을 들면 제 옷이 예뻐보일 것 같아서요.”
“너는 ‘뚜왈렛(옷차림)’에 무척 신경을 쓰는구나, 아델. 그래도 꽃 하나는 가져도 좋단다.”
나는 꽃병에서 장미 한 송이를 꺼내 그녀의 허리띠에 꽂아 주었다. 아델은 그제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해 얼굴을 돌렸다. 그 작은 파리 아가씨가 타고난 본성처럼 옷차림에 그토록 진지하게 집착하는 모습은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잠시 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치 앞의 커튼이 젖혀지자 식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샹들리에의 불빛이 긴 식탁 위에 차려진 화려한 후식 그릇인 은식기와 유리잔 위로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입구에는 숙녀들이 한 무리 서 있다가 곧 응접실로 들어왔다. 그러자 커튼이 다시 내려졌다.
숙녀들은 모두 여덟 명뿐이었다. 그런데도 한꺼번에 들어오니 그 수가 훨씬 많아 보였다. 몇몇은 키가 매우 컸다. 흰 드레스를 차려 입은 숙녀들이 유독 많았다. 모두 풍성하게 퍼지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마치 안개가 달을 더 크게 보이게 하듯 그들의 모습도 실제보다 훨씬 커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인사했다. 한두 사람은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했지만, 나머지는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은 가볍고 우아한 몸놀림으로 방 안에 흩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흰 깃털을 가진 새 떼를 연상시켰다.
어떤 이들은 소파나 오토만에 반쯤 기대어 앉았고, 어떤 이들은 탁자 위의 꽃과 책을 들여다보았다. 나머지는 벽난로 둘레에 모여 서 있었다. 모두가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는데, 그런 차분한 말투는 그들의 몸에 밴 습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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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부터 보기

 

교정 후기

 

언뜻 보면 틀리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의미 전달이 바로바로 되지 않는 곳들이 있어서 수정해본 것들입니다. 외국어 표현대로 곧이곧대로 번역했을 때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그 문장이 표현하려는 의도를 파악하여 적절한 우리말로 윤문해주어야 하지요.

 

갑자기 커지는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 갑자기 웅성거림이 더 크게 들려왔다.

 

나는 오랫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귀가 음악 자체보다도 뒤섞인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가려 들으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많은 목소리 속에서 로체스터 씨의 목소리만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자마자,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문장으로 맞춰 보려는 새로운 일을 하고 있었다.

▶ 나는 오랫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귀가 음악보다는 뒤섞인 목소리 속에서 누군가의 소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소리는 로체스터 씨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자마자, 이번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음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맞춰보고 있었다.

 

식당과 응접실을 잇는 아치 앞에는 진홍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겨우 그 커튼 하나만으로도 두 공간은 겨우 구분될 뿐이었지만,
▶ 식당과 응접실을 잇는 아치 앞에는 진홍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겨우 그 커튼 하나로 두 공간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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