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 씨가 잉그램 양과 결혼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가문 때문이거나,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거나, 그녀의 신분과 인맥이 그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녀 또한 그 소중한 사랑을 받을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바로 그 지점이 내 마음의 가장 아픈 곳을 끊임없이 건드리고 괴롭혔다. 바로 그것이 내 가슴속 열병을 식지 않게 하고 더욱 타오르게 했다.
잉그램 양은 그를 매료시키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처음부터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가 그녀에게 굴복하여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바쳤더라면, 나는 얼굴을 가리고 벽을 향해 돌아누운 채 그들에게는 죽은 사람처럼 살아갔을 것이다.
만약 잉그램 양이 선하고 고결한 여인이었고, 강인함과 열정, 친절함과 분별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면, 나는 질투와 절망이라는 두 마리 호랑이와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리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삼켜진 뒤에는 그녀를 존경했을 것이고, 그녀의 뛰어남을 인정하며 남은 생을 평온하게 보냈을 것이다. 그녀의 우월함이 절대적일수록 내 존경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고, 내 마음의 평안 또한 더욱 진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잉그램 양이 로체스터 씨를 매혹하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 정작 그녀 자신은 그 실패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쏘아 보낸 화살마다 과녁을 맞혔다고 믿고 자만심에 빠져 성공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러나 사실은 그녀의 자존심과 자기만족이, 자신이 끌어당기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오히려 점점 더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은 끝없는 흥분과 가혹한 절제를 동시에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실패할 때마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계속해서 쏘아 보내는 화살은 로체스터 씨의 가슴을 스치기만 한 채 그의 발 아래 힘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더 능숙한 손이 그 화살을 쏘았다면, 그의 오만한 심장 깊숙이 박혔을 것이다. 그의 엄한 눈에는 사랑이 떠오르고, 비꼬는 듯한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깃들었을 것이다. 아니, 더 좋게는 애초에 어떤 무기도 필요 없이 조용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저토록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왜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분명 잉그램 양은 로체스터 씨를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저렇게 미소를 남발할 필요도 없고, 끊임없이 눈길을 보내거나, 그렇게 공들여 몸짓과 태도를 꾸며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그저 그의 곁에 조용히 앉아, 말도 적게 하고 시선을 덜 보내기만 했어도 그의 마음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로체스터 씨의 얼굴에서, 잉그램 양이 지나치게 활달하게 다가갈 때 굳어진 표정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그 표정은 저절로 나온 것이었다. 값싼 유혹이나 계산된 술수로 이끌어낸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가 묻는 말에 꾸밈없이 대답하며, 필요할 때 거리낌없이 말을 건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의 표정은 깊어지고 더욱 친절하고 정겨워지며, 마치 따뜻한 햇살처럼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잉그램 양은 결혼한 뒤에는 어떻게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녀가 해내지 못할 것을 알아.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그렇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의 아내가 되는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로체스터 씨가 이해관계와 집안의 연줄을 위해 결혼하려는 계획을 비난하지 않았다.
처음 그의 의도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놀랐다. 그가 아내를 선택하면서 그런 흔해 빠진 동기에 좌우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분과 교육, 성장 배경 등을 생각해 볼수록 그와 잉그램 양을 비난할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생각과 원칙을 배우며 자랐을 것이고, 그들이 속한 계층은 모두 그런 원칙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원칙을 고수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남자였다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만을 아내로 맞았을 것이다. 남편의 행복을 위한 분명한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는 내가 잘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 이유가 없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나는 점점 로체스터 씨에게 너그러워지고 있었다. 한때는 날카롭게 살펴보며 찾아내려 했던 그의 모든 결점을 이제는 잊어가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그의 성격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애썼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받아들이고, 둘을 공정하게 저울질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나쁜 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때 나를 밀어내던 빈정거림이나, 나를 놀라게 하던 그의 거친 태도는 이제 고급 요리에 더해진 강한 향신료처럼 느껴졌다. 있을 때는 자극적이지만, 막상 없으면 음식이 밍밍하게 느껴질 만큼 필요한 요소 말이다.
그의 눈에는, 가끔씩 떠올랐다가 그 신비로운 깊이를 미처 헤아리기도 전에 다시 사라지곤 하던 그 막연한 무엇이 있었다. 음산한 표정이었을까, 슬픔이었을까? 음모를 품은 기색이었을까, 절망에 잠긴 흔적이었을까? 그것은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 자취를 감춰버렸다. 화산 지대 같은 언덕 사이를 거닐다가 갑자기 땅이 떨리고 갈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처럼 나를 두렵게 하고 움츠러들게 했던 바로 그 무엇을 나는 지금도 간간이 목격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심장이 두근거릴 뿐, 신경이 마비될 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싶었고, 그 정체를 꿰뚫어 보고 싶었다.
언젠가는 잉그램 양이 마음껏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비밀을 탐구하며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직 로체스터 씨와 그의 미래의 신부 잉그램 양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심사와 즐거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린 부인과 잉그램 부인은 여전히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터번처럼 높이 장식한 머리를 서로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고, 이야기에 따라 놀람이나 신비함, 혹은 공포를 나타내려는 듯 네 손을 마주 들어 올리곤 했다. 마치 커다란 인형 두 개가 마주 서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온화한 덴트 부인은 인정 많은 에슈턴 부인과 담소를 나누었고, 두 사람은 때때로 나에게도 친절한 말 한마디나 미소를 건네주었다.
린 경과 덴트 대령, 에슈턴 씨는 정치 이야기나 지방 행정, 또는 치안과 사법 문제를 논했다. 잉그램 경은 에이미 에슈턴과 장난스럽게 구애를 주고받았고, 루이자는 린 씨 형제 가운데 한 사람과 함께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메리 잉그램은 다른 린 씨의 달콤한 말들을 시큰둥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가끔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자기들끼리의 대화를 멈추고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결국 이 모임의 활력과 중심은 로체스터 씨였고, 그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잉그램 양이었기 때문이다. 로체스터 씨가 한 시간 정도 방을 비우기만 해도 손님들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반대로 그가 다시 들어오면 대화는 금세 활기를 되찾곤 했다. 그의 생기 넘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어느 날 그가 볼일 때문에 밀코트로 불려 가 늦게야 돌아올 것 같았던 날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그날 오후에는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헤이 너머 황무지에 최근 들어선 집시 야영지를 구경하러 산책을 가기로 했지만, 비 때문에 그 계획은 미뤄졌다. 몇몇 신사들은 마구간으로 가 있었고, 젊은 남녀 손님들은 당구실에서 당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나이 많은 잉그램 부인과 린 부인은 조용히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덴트 부인과 에슈턴 부인은 블랜치 잉그램 양을 몇 차례 대화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잉그램 양은 거만한 침묵으로 그 시도를 모두 물리쳤다. 그러고는 피아노에서 감상적인 곡들을 몇 곡 연주한 뒤, 서재에서 소설 한 권을 가져와 소파에 도도하면서도 권태로운 자세로 앉아 허구의 세계가 지닌 마법으로 지루한 시간을 달래려 했다.
방 안도, 집안 전체도 정적에 싸였다. 가끔씩 위층 당구실에서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릴 뿐이었다.
황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울렸을 때, 응접실 창가에서 내 옆에 꿇어앉아 있던 어린 아델이 갑자기 외쳤다.
“보세요! 로체스터 씨가 돌아오세요!”
나는 몸을 돌렸고, 잉그램 양은 소파에서 재빨리 일어나 앞으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때 젖은 자갈길 위로 바퀴가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말발굽이 물을 튀기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마차 한 대가 저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저런 마차를 타고 돌아오는 걸까요?”
잉그램 양이 말했다.
“나갈 때는 메스루르(검은 말)를 타고 가지 않았나요? 파일럿도 함께 있었고요. 말과 개는 어떻게 한 거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키 큰 몸과 풍성한 치맛자락을 창가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 때문에 나는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몸을 뒤로 젖혀야 했다. 그녀는 너무 빨리 움직인 나머지 처음에는 내가 거기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를 발견하자 비웃듯 입술을 말아 올리고는 다른 창으로 옮겨 갔다.
교정 후기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까요? 처절한 심정입니다. 로체스터와 잉그램 양을 보면서 사랑의 감정을 눌러야 하는 제인 에어의 심정이 너무도 절절합니다. 작가는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기서도 장황한 표현을 줄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네요.
만약 잉그램 양이 선하고 고결한 여인이었고, 강인함과 열정, 친절함과 분별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면, 나는 질투와 절망이라는 두 마리 호랑이와 단 한 번 처절한 싸움을 치렀을 것이다.
▶ 만약 잉그램 양이 선하고 고결한 여인이었고, 강인함과 열정, 친절함과 분별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었다면, 나는 질투와 절망이라는 두 마리 호랑이와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지금 그녀가 지나치게 활달하게 말을 걸 때처럼 굳어 있는 표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 로체스터 씨의 얼굴에서, 잉그램 양이 지나치게 활달하게 다가갈 때 굳어진 표정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내게는, 만약 내가 그와 같은 신사였다면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여자만을 아내로 맞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남편 자신의 행복에 얼마나 분명한 이점을 주는지 너무도 자명했기 때문에, 그것이 세상에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 물론 내가 남자였다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만을 아내로 맞았을 것이다. 남편의 행복을 위한 분명한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는 내가 잘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화산 지대 같은 언덕 사이를 거닐다가 갑자기 땅이 떨리고 갈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처럼 두려움과 움츠러듦으로 몰아넣곤 했던 바로 그 무엇을, 나는 지금도 간간이 목격하곤 했다.
예전에는 그것을 볼 때마다 마치 화산처럼 험악한 산들 사이를 헤매다가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것을 목격한 사람처럼 두려움에 움츠러들곤 했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때때로 그 무엇을 보기는 했다.
▶ 화산 지대 같은 언덕 사이를 거닐다가 갑자기 땅이 떨리고 갈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처럼 나를 두렵게 하고 움츠려들게 했던 바로 그 무엇을 나는 지금도 간간이 목격하곤 했다. (이하 삭제)
한편 나는 그의 미래의 신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들만 보였고, 내 귀에는 그들의 대화만 들렸으며, 그들의 움직임만이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심사와 즐거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 내가 오직 로체스터 씨와 그의 미래의 신부 잉그램 양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심사와 즐거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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