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작 쉽게 읽기

제인 에어 24-1장

by 행만이99 2026. 8. 20.

 

<AI가 번역하고 교정 전문가가 다듬은 쉬운 고전 시리즈 1 제인 에어 24장>

 

 

바로 앞 장(23-2장) 보기

 

 

행복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으며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보았다. 혹시 꿈이 아니었을까? 로체스터 씨를 만나 그가 사랑과 약속의 말을 다시 들려주기 전까지는 그것이 현실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머리를 손질하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니 더 이상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희망이 어려 있었고, 생기가 돌았다. 내 두 눈은 마치 행복의 샘에서 반짝이는 물결에서 빛을 빌려 온 듯했다. 그가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두려워 종종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 모습 때문에 그의 애정이 식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랍에서 수수하지만 깨끗하고 가벼운 여름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그 어떤 옷도 이처럼 나에게 잘 어울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입어 본 옷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현관으로 뛰어 내려갔을 때, 밤사이의 폭풍이 지나가고 눈부신 6월의 아침이 찾아와 있었다. 유리문이 활짝 열린 틈으로는 싱그럽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자연 또한 기뻐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때 한 거지 여인과 어린 아들이 오솔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둘 다 창백하고 남루한 모습이었다. 나는 달려 내려가 지갑 속에 있던 돈, 서너 실링쯤 되는 전부를 그들에게 주었다. 선하든 악하든 그들도 내 기쁨의 잔치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떼까마귀들은 울어 대고, 다른 새들은 더없이 경쾌하게 노래했다. 그러나 그 어떤 소리도 기쁨으로 넘치는 내 마음만큼 즐겁고 아름답지는 않았다. 

페어팩스 부인은 슬픈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다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어 양, 아침 식사하러 오겠어요?”
식사하는 동안 부인은 조용하고 차가웠다. 그때는 그녀의 오해를 풀어 줄 수 없었다. 설명은 로체스터 씨가 해야 했고, 부인도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고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침 아델이 공부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니? 이제 공부할 시간이잖아.”
“로체스터 씨가 보육실로 가라고 하셨어요.”
“로체스터 씨는 어디 계시니?”
“저기요.”
아델이 막 나온 방을 가리켰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로체스터 씨가 서 있었다.

“이리 와서 아침 인사를 해주시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차가운 인사말 한마디나 악수만이 아니었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에게 그렇게 사랑받는 것이 너무도 따뜻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제인, 오늘은 얼굴에 생기가 돌고, 미소도 아름답고, 정말 예뻐 보이는군. 이 아이가 내가 알던 창백한 작은 요정이 맞소? 내 겨자씨가 맞아? 볼에는 보조개가 패이고 입술은 장밋빛인 햇살 같은 얼굴의 작은 아가씨.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과 빛나는 녹색 눈을 가진 이 아이가?” 그가 말했다. 
“저는 제인 에어입니다, 로체스터 씨.”
“곧 제인 로체스터가 될 사람이기도 하지. 4주 후면 말이오, 단 하루도 더 미루지 않을 거요. 들었소?”

나는 들었다. 그러나 그 말이 완전히 실감나지는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선언이 내 마음에 일으킨 감정은 기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를 세차게 내리치고 얼어붙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아마도 거의 두려움에 가까웠을 것이다.
“방금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제는 새하얗게 질렸군. 왜 그러오, 제인?”
“제게 새로운 이름을 주셨잖아요. 제인 로체스터라는 이름이요. 너무 낯설게 들려서요.”
“젊은 로체스터 부인, 페어팩스 로체스터의 어린 신부.” 그가 말했다.
“그건 너무 현실 같지 않아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완전한 행복을 누리며 살지는 못하죠.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고요. 제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건 동화나 백일몽을 꾸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그 꿈을 나는 현실로 만들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할 거요. 오늘부터 시작하겠소. 오늘 아침 런던의 거래 은행에 편지를 보내, 그곳에 맡겨 둔 보석들을 보내 달라고 했소. 그것들은 대대로 손필드의 안주인들에게 전해 내려온 가보요. 하루이틀 안이면 그것들을 당신 무릎 위에 가득 쏟아 놓을 수 있을 거요. 공작의 딸과 결혼한다 해도 베풀었을 모든 특권과 배려를 당신에게 아낌없이 주겠소.”
“아, 제발 보석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제인 에어의 보석이라니, 너무 어색하고 낯설게 들려요. 저는 그런 것들을 갖고 싶지 않아요.”
“내 손으로 직접 당신 목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어 주고, 이마에는 관을 씌워 주겠소. 당신에게 아주 잘 어울릴 거요. 하늘은 이미 이 이마에 귀족의 증표를 새겨 두었으니까, 제인. 그리고 이 아름다운 손목에는 팔찌를 채우고, 요정 같은 손가락마다 반지를 가득 끼워 주겠소.”
“잠깐만요, 로체스터 씨! 다른 이야기를 해 주세요. 그리고 다른 말투로요. 마치 제가 미인인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퀘이커교도★ 같은 수수한 가정 교사일 뿐입니다.”
“내 눈에는 당신이 아름답소. 게다가 내 마음이 가장 바라는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움이지. 섬세하고, 공기처럼 가볍고 우아한 아름다움이오.”
“왜소하고 보잘것없다는 말씀이시겠죠. 로체스터 씨는 지금 꿈을 꾸고 계시거나 아니면 저를 놀리시는 거예요. 제발, 그만 하세요!”
“세상 사람들도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겠소.” 그는 말을 이었다.
그가 그런 말을 계속할수록 나는 정말 불안해졌다. 그의 말투를 듣고 있자니, 그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거나 나를 속이려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제인에게 비단과 레이스를 입히고, 머리에는 장미를 꽂아 줄 거요.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머리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면사포로 덮어 주겠소.”
“그러면 로체스터 씨는 더 이상 저를 알아보지 못하실 거예요. 저는 더 이상 당신의 제인 에어가 아니라 어릿광대의 웃옷을 걸친 원숭이나 남의 깃털을 빌려 단 어치새가 되어 버릴 테니까요. 제가 궁중 숙녀의 화려한 예복을 입는 것보다 로체스터 씨가 무대 의상을 잔뜩 걸치고 꾸민 모습을 보는 것이 낫겠어요. 저는 누구보다 깊이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생겼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러니 저를 그렇게 띄우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말려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같은 이야기를 했다.
“오늘 당장 마차를 타고 밀코트에 갑시다. 당신이 입을 드레스를 몇 벌 고르도록 하지. 내가 말했잖소? 우리는 4주 안에 결혼할 거요. 결혼식은 저 아래 마을의 교회에서 조용히 올릴 거고, 그 뒤에는 곧바로 당신을 데리고 런던으로 갈 거요. 거기서 잠시 머문 뒤에는 내 보물을 더 따뜻한 나라들로 데려갈 거요. 프랑스의 포도밭과 이탈리아의 평원으로. 그리고 당신은 옛 역사와 현대의 기록 속에서 이름난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오. 도시의 삶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올바르게 비교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될 거요.”
“제가 여행을 한다고요? 당신과 함께요?”
“그렇고말고. 당신은 파리와 로마, 나폴리에 머물게 될 거요. 피렌체와 베네치아, 빈에도 가게 될 거고. 내가 걸어 다녔던 모든 땅을 당신도 다시 밟게 될 거요. 내가 발자국을 남긴 곳마다 당신의 요정 같은 발도 함께 디디게 될 거요. 10년 전의 나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유럽을 떠돌아다녔소. 혐오와 증오, 분노를 벗 삼아서 말이지. 하지만 이제는 치유되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그곳들을 다시 찾게 될 것이오. 나를 위로해 주는 천사와 함께 말이오.”
“저는 천사가 아니에요. 죽기 전까지는 천사가 되지도 않을 거고요. 저는 저 자신으로 살겠어요. 로체스터 씨, 제게 천사 같은 모습을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마세요. 저 역시 당신에게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게서 무엇을 기대하지?”
“한동안은 아마 지금처럼 대해 주시겠죠. 아주 잠깐 동안만요. 그러다가 점점 차가워지실 거예요. 그다음에는 변덕을 부리시겠죠. 또 그러다가 엄격해지실 거고요. 저는 당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무척 애를 써야 할 거예요. 하지만 저에게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아마 다시 저를 좋아하게 되시겠지요. 좋아하게 된다고 했지 사랑하게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사랑은 길어야 6개월,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식어 버릴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이 쓴 책을 보면 남편의 열정이 가장 오래 지속되는 기간이 그 정도라고들 하더군요. 그래도 결국에는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사랑하는 당신께 아주 싫은 존재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싫은 존재라고? 다시 당신을 좋아하게 된다고? 나는 당신을 다시, 또다시 좋아하게 될 거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단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임을, 그것도 진실하고 뜨겁고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겠소.”
“하지만 당신은 변덕스러우시잖아요.”
“얼굴만으로 나를 즐겁게 하는 여자들에게는 그렇소. 그들에게 영혼도 마음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이 내게 따분함과 천박함, 어리석음, 고약한 성미를 보여 줄 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악마처럼 변하지. 하지만 맑은 눈과 표현력 있는 말, 불꽃 같은 영혼, 굽힐 줄은 알아도 꺾이지 않는 성품, 부드러우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온순하면서도 한결같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다정하고 진실하오.”
“당신은 그런 사람을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사람을 사랑해 보신 적은요?”
“지금 사랑하고 있잖소.”
“하지만 저를 만나기 전에는요? 정말 제가 당신의 까다로운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는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소. 제인, 당신은 나를 기쁘게 하고, 또 나를 사로잡소. 순순히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그 유연함으로 나를 매혹시키지. 내가 그 부드럽고 비단 같은 실타래를 손가락에 감고 있으면, 그 감촉이 팔을 타고 심장까지 전율을 일으키오. 나는 당신의 영향을 받고, 정복당하고 있소. 그런데 그 영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내가 당하는 그 정복은 내가 어떤 승리를 거두었을 때보다도 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지. 왜 웃는 거요, 제인? 그 알 수 없고 신비한 표정은 무슨 뜻이오?”
“로체스터 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용서해 주세요. 저도 모르게 든 생각이에요. 헤라클레스와 삼손, 그리고 그들을 홀린 여인들이 생각났어요.”
“이 장난꾸러기 요정 같으니….”
“쉿! 지금은 당신도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는 않아요. 그들도 행동은 썩 현명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만약 그들이 결혼했다면, 구혼할 때의 그 다정함은 남편이 된 뒤 엄격함으로 변했을 거예요. 당신도 그러실 것 같아 걱정이에요. 일 년쯤 뒤에 제가 당신께 부탁 하나를 드렸는데, 당신의 형편이나 기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들어주기 싫을 때, 그때는 제게 어떻게 대답하실지 궁금하네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하나 부탁해 보시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소. 나는 당신이 내게 부탁해 주기를 바라고 있소.”
“사실 부탁드릴 것이 이미 하나 있어요.”
“말해 보시오! 하지만 그런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웃는다면, 무슨 부탁인지 듣기도 전에 허락부터 해 버릴 것 같군. 그럼 나는 완전히 바보가 되는 거요.”
“보석은 가져오지 말아 주세요. 제가 바라는 건 이것뿐입니다. 그리고 제 머리에 장미 화관도 씌우지 말아 주세요. 그건 당신 주머니에 있는 그 수수한 손수건 가장자리에 금실 장식을 두르는 것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일이에요.”
“그야말로 순금을 다시 도금하는 일이나 다름없군.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 부탁은 들어주지. 당분간은 말이오. 은행가에게 보낸 주문은 취소하도록 하겠소.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부탁한 건 아니오. 오히려 선물을 거두어 달라고 한 셈이지. 다시 한번 부탁해 보시오.”
“그렇다면 로체스터 씨, 제 호기심 하나만 풀어 주세요. 한 가지가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뭐요? 뭘 묻고 싶은 거지?” 그가 급히 말했다.
“호기심은 위험한 부탁이오. 모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군.”
“하지만 이건 전혀 위험한 부탁이 아니에요, 로체스터 씨.”
“말해 보시오, 제인. 혹시 비밀일지도 모르는 것을 캐묻는 대신, 내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하는 것이 나을 텐데….”
“이제는 아하수에로왕★이라도 되신 건가요? 제가 당신의 재산 절반을 받아서 뭘 하겠어요? 제가 땅에 투자하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차라리 당신의 모든 신뢰를 갖고 싶어요. 제 마음을 받아들이신다면 저에게까지 속마음을 숨기시지는 않으시겠죠?”
“나는 당신을 전적으로 믿소, 제인. 하지만 제발 쓸데없는 짐까지 지려고 하지는 마시오! 독을 마시려고도 하지 말고! 내 앞에서는 그렇게 호기심 많은 하와가 되지 말아 주시오!”
“왜 안 되나요? 방금 전에는 정복당하는 것과 설득당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저는 그 고백을 잘 이용해서 조르고, 애원하고, 필요하다면 울고 토라지기까지 하면서 제 힘이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해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어디 한번 그렇게 해 보시오. 선을 넘고 제멋대로 굴기 시작하면 그 순간 게임은 끝이오.”
“그런가요? 당신은 참 쉽게 돌변하시는군요. 그런데 지금은 또 얼마나 무서운 표정인지! 눈썹은 제 손가락만큼이나 굵어졌고, 이마는 예전에 아주 기상천외한 시에서 본 표현대로라면 ‘푸른 먹구름이 드리운 천둥의 하늘’ 같아요. 아마 그게 결혼 후 당신의 표정이겠죠?”
“만약 그게 당신의 결혼 후 모습이라면, 나는 기독교인답게 요정이나 불의 정령 같은 존재와 함께 살겠다는 생각은 얼른 접어야겠군. 그런데 대체 뭘 묻고 싶었던 거지? 이 녀석, 어서 말해 봐.”
“거봐요. 이제 정중하지 않네요. 그런데 저는 아첨보다는 무례한 편이 훨씬 좋아요. 천사보다는 차라리 이 녀석이라고 불리는 편이 낫고요.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당신은 잉그램 양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제가 믿게 만들려고 그렇게까지 애쓰셨느냐는 거예요.”
“그게 전부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보다 더한 질문은 아니었군!”
그는 잔뜩 찌푸렸던 눈썹을 펴고, 안도한 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큰 위험을 피한 사람처럼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제는 고백해도 될 것 같군. 비록 그 말이 당신을 조금 화나게 할지라도, 제인. 당신이 화가 나면 얼마나 불같은 사람인지 나는 이미 보았지. 어젯밤 달빛 아래에서 운명에 맞서 반항하며, 내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자리를 요구하던 당신은 정말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소. 그런데 말이오, 제인, 생각해 보면 먼저 청혼한 건 오히려 당신이었소.” 그가 말했다.
“물론 그랬죠. 하지만 본론으로 돌아가 주세요, 로체스터 씨. 잉그램 양 이야기를요.”
“맞소. 나는 일부러 잉그램 양에게 구애하는 척했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도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거든.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는 데는 질투만큼 좋은 조력자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
“훌륭하시네요! 이제 당신은 제 새끼손가락 끝보다도 더 작아지셨어요. 그런 행동은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었어요. 당신은 잉그램 양의 마음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그 여자의 감정은 오직 하나, 자만심에만 집중되어 있소. 그리고 그 자만심은 한 번쯤 꺾일 필요가 있었지. 그런데 제인, 혹시 질투했소?”
“그건 됐어요, 로체스터 씨. 그걸 아는 건 당신에게 전혀 흥미로운 일이 아니니까요. 대신 이번에는 정말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당신의 정직하지 못한 구애 때문에 잉그램 양이 상처받지는 않을까요? 버림받았다고 느끼지는 않을까요?”
“그럴 리가 없지! 오히려 나를 버린 건 그녀였다는 이야기를 내가 했잖소. 내 재산이 거의 없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그녀의 사랑은 식은 정도가 아니라 순식간에 완전히 꺼져 버렸으니까.”
“당신은 참 기이하고 계산적인 분이네요. 어떤 면에서는 도덕 관념도 조금은 남다르신 것 같아요.”
“나는 도덕 원칙을 제대로 교육받아 본 적이 없소, 제인. 돌봄을 받지 못한 탓에 조금 비뚤게 자랐을지도 모르지.”
“그럼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묻겠어요. 제가 얼마 전 겪었던 쓰라린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겪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 제게 허락된 이 큰 행복을 걱정 없이 누려도 되는 걸까요?”
“물론이오, 착한 내 작은 아가씨. 세상에는 당신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제인, 당신의 애정이 내 영혼에는 참 달콤한 위안이 되는구려.”
나는 내 어깨 위에 놓인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 퀘이커교도: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기독교의 한 교파. 말투가 차분하고 검소하며 허영을 멀리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나타냄

아하수에로왕(Ahasuerus): 성경 《에스더》에 나오는 페르시아의 왕. 에스더 왕비가 아하수에로왕 앞에 나아갔을 때, 왕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왕비 에스더여, 그대의 소원이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

 

다음 장(24-2장) 보기

 

1장부터 보기

 

 

교정 후기

 

이 장에서는 제인과 로체스터 사이의 티격태격하는 사랑 싸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소 오글거리기는 분위기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 보려는 제인의 눈물겨운 노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눈치 없는 로체스터는 저돌적으로 제인을 몰아붙이는 부분이 설레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제인의 대사에서 비유하는 부분이 많아 번역했을 때 어색하거나 입에 붙지 않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문구나 표현을 삭제한 부분이 있고, 좀더 간결하게 입에 붙는 말로 수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로체스터의 대사에서 어느 순간부터 제인을 ‘제닛’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나타납니다. 제닛은 제인의 애칭입니다. 에어 양이나 제인이라고 부르다가 ‘제닛’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갑작스럽고 익숙하지 않게 느껴져서 ‘제닛’이라고 부른 부분은 모두 ‘제인’으로 수정했습니다. 본문 여기저기에서 제인과 제닛이 오락가락한 부분도 있고, 필자가 보기에 ‘제닛’이라는 이름이 더 다정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그렇게 수정했습니다. 

 

저도 궁중 숙녀의 화려한 예복을 입는 것만큼이나, 선생님께서 무대 의상을 잔뜩 걸치고 꾸민 모습을 보는 것도 싫어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을 잘생겼다고 말하지도 않잖아요. 선생님을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하지만, 아첨할 만큼은 아니에요. 그러니 저에게도 아첨하지 말아 주세요.

▶ 제가 궁중 숙녀의 화려한 예복을 입는 것보다 로체스터 씨가 무대 의상을 잔뜩 걸치고 꾸민 모습을 보는 것이 낫겠어요. 저는 누구보다 깊이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생겼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러니 저를 그렇게 띄우지 말아 주세요.

 

쉿, 로체스터 씨! 지금은 로체스터 씨도 그다지 현명한 말씀을 하고 계신 건 아니에요. 그분들도 행동은 썩 현명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만약 그들이 결혼했다면, 구혼할 때의 그 다정함은 남편이 된 뒤의 엄격함으로 충분히 만회했을 거예요. 당신도 아마 그러실 것 같아 걱정이에요.

  지금은 당신도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는 않아요. 그분들도 행동은 썩 현명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만약 그들이 결혼했다면, 구혼할 때의 그 다정함은 남편이 된 뒤 엄격함으로 변했을 거예요. 당신도 그러실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제 마음을 받아들이신다면 저를 당신의 신뢰에서도 제외하지는 않으시겠죠?

  제 마음을 받아들이신다면 저에게까지 속마음을 숨기시지는 않으시겠죠?

 

그래요, 로체스터 씨? 당신은 참 쉽게 항복하시네요.
  그런가요? 당신은 참 쉽게 돌변하시는군요.

 

이번에는 정말 무례하시네요.
  거봐요. 이제 정중하지 않네요.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과 빛나는 갈색 눈을 가진 이 아이가?" 그가 말했다.(내 눈은 녹색이었지만, 그는 착각하고 있었다. 아마 그의 눈에는 내 눈빛이 새롭게 물든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과 빛나는 녹색 눈을 가진 이 아이가?" 그가 말했다.

♣ 괄호 속 내용이 꼭 필요할까, 왜 굳이 이렇게 표현해 놓았을까 고민하다가 눈 색깔을 녹색으로 바꾸고 괄호를 없앴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작 쉽게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인 에어 24-3장  (1) 2026.08.21
제인 에어 24-2장  (0) 2026.08.20
제인 에어 23-2장  (0) 2026.08.18
제인 에어 23-1장  (0) 2026.08.17
제인 에어 22장  (0) 2026.08.16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