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작 쉽게 읽기

제인 에어 5장

by 행만이99 2026. 7. 22.

<AI가 번역하고 교정 전문가가 다듬은 쉬운 고전 읽기 시리즈 1 제인 에어 5장>

 

4장 보기

 

로우드 학교

 

1월 19일, 아침 다섯 시를 알리는 종이 막 울렸을 무렵, 베시는 촛불을 들고 내가 쓰던 작은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일어나 거의 옷을 다 입고 있었다. 베시가 들어오기 30분 전에 일어나 있었다. 막 서쪽으로 기울어 사라지려는 반달이 좁은 창문을 통해 희미한 빛을 비추고 있을 때, 나는 그 달빛에 의지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날 나는 아침 여섯 시에 문지기의 오두막 앞을 지나가는 역마차를 타고 게이츠헤드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 시각 집에서 일어난 사람은 베시뿐이었다. 베시는 보육실에 불을 피워 놓고 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들뜬 아이치고 제대로 밥을 먹는 아이는 드물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베시는 끓인 우유와 빵을 조금이라도 내게 더 먹이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베시는 비스킷 몇 개를 종이에 싸서 내 가방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외투와 보닛★을 씌워 준 뒤, 자신도 숄을 두르고 나와 함께 보육실을 나섰다.

 

리드 부인의 침실 앞을 지나갈 때 베시가 물었다.
“부인께 작별 인사는 드리고 갈래요?”
“아니야, 베시. 어젯밤 베시가 저녁 먹으러 내려간 사이에 리드 부인이 내 침대에 왔었어. 그리고는 아침에 자기를 깨울 필요도 없고 사촌들도 깨우지 말라고 했어. 또 언제나 부인이 내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감사하라고 말씀하셨어.”
“아가씨는 뭐라고 대답했어요?”
“아무 말도 안 했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벽 쪽으로 돌아누워 버렸어.”
“그건 잘못한 거예요, 아가씨.”
“아니야, 베시. 그게 맞아. 리드 부인은 내 친구였던 적이 없어. 원수였지.”
“아이고, 아가씨!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안녕, 게이츠헤드!”
나는 현관을 지나 정문 밖으로 나오며 크게 외쳤다.
달은 이미 져 버렸고 사방은 몹시 어두웠다. 베시는 등불을 들고 있었다. 그 불빛은 얼마 전 눈이 녹아 축축해진 계단과 자갈길 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겨울 새벽 공기는 차갑고 매서웠다. 나는 진입로를 서둘러 걸으며 이를 딱딱 부딪칠 정도로 몸을 떨었다.
문지기의 오두막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문지기의 아내는 막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전날 저녁 미리 내려다 놓았던 내 여행용 트렁크는 끈으로 단단히 묶인 채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여섯 시까지는 몇 분밖에 남지 않았다. 곧 시계가 여섯 시를 알리자 멀리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마차가 오고 있었다. 나는 문 앞으로 나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등불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 혼자 가나요?”
문지기의 아내가 물었다.
“네.”
베시가 대답했다.
“얼마나 먼 곳인데요?”
“오십 마일쯤 돼요.”
“세상에, 정말 먼 길이네요! 리드 부인은 저렇게 어린아이를 혼자 멀리 보내도 걱정되지 않나 봐요.”

 

곧 역마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네 마리 말이 마차를 끌고 있었고, 지붕 위에는 짐들이 가득하고 승객들도 많이 타고 있었다. 안내원과 마부는 서둘러 달라고 큰 소리로 재촉했다.
내 트렁크가 지붕 위로 올려졌다. 나는 베시의 목을 꼭 끌어안고 여러 번 입을 맞추고 마침내 그녀의 품에서 떨어졌다. 안내원이 나를 마차 안으로 들어 올리자 베시가 외쳤다.
“이 아이를 꼭 잘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안내원이 대답했다. 문이 쾅 닫히고, “출발!” 하는 외침과 함께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베시와 헤어졌고, 게이츠헤드와도 작별했다.
나는 소용돌이치듯 달려 당시의 내게는 멀고도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 향하게 되었다.

 

나는 그 여행에 대해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 하루가 내게는 이상하리만치 길게 느껴졌고, 마치 수백 마일이나 되는 길을 달린 것만 같았다. 우리는 여러 도시를 지나갔다. 그중 아주 큰 도시에서 역마차가 멈추었다. 말들은 마차에서 풀려났고 승객들은 내려 식사를 했다.
안내원은 나를 여관 안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이려 했지만, 나는 전혀 먹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나를 아주 넓은 방에 혼자 남겨 두었다. 그 방은 양쪽 끝에 벽난로가 하나씩 있었고,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벽 높은 곳에는 붉은 난간이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악기가 놓여 있었다. 나는 방 안을 오랫동안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누군가 들어와 나를 납치해 갈까 봐 몹시 두려웠다. 나는 납치범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베시가 벽난로 앞에서 들려주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무시무시한 활약상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안내원이 돌아왔다. 그는 나를 다시 역마차 안에 태우고 자기 자리에 올라앉아 속이 빈 나팔을 크게 불었다. 그러자 마차는 L 읍의 돌길 위를 덜커덩거리며 다시 달려 나갔다.

 

오후가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안개도 조금씩 끼었다. 날이 저물어 황혼이 찾아오자 나는 우리가 정말 게이츠헤드에서 아주 멀리 떠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을도 지나지 않았다. 풍경도 달라졌다.
수평선 둘레에는 거대한 잿빛 언덕들이 우뚝 솟아 있었고, 어스름이 짙어질 무렵에는 우리는 숲으로 뒤덮인 어두운 골짜기로 내려갔다. 밤이 완전히 찾아온 뒤에도 한참 동안 나는 나무들 사이를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러나 오래 자지는 못했다.

 

갑자기 마차가 멈추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하녀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등불 불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과 옷차림이 보였다.
“여기에 제인 에어라는 어린아이가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네.”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나를 마차에서 내려 주었다. 곧 내 트렁크도 내려졌고, 역마차는 지체 없이 다시 떠나 버렸다.
나는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탓에 몸은 굳어 있었고, 마차의 흔들림과 소음 때문에 정신도 몹시 어지러웠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와 바람, 짙은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그래도 희미하게 앞쪽에 담장이 보였고, 그 담장에는 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따라 그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갔다.

 

그제야 집이 보였다. 아니, 건물이 워낙 길게 이어져 있어 여러 채의 집처럼 보였다. 창문도 많았고, 그중 몇 곳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넓은 자갈길을 따라 걸었다. 비에 젖은 자갈길에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이 튀었다.
곧 한쪽 문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나를 복도를 지나 벽난로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나를 혼자 남겨 둔 채 나가 버렸다. 나는 벽난로 앞에 서서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였다.

잠시 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촛불은 없었고, 벽난로의 흔들리는 불빛이 번쩍일 때마다 벽지와 카펫, 커튼, 윤이 나는 마호가니 가구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응접실이었다. 게이츠헤드의 응접실만큼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아늑한 방이었다. 나는 벽에 걸린 그림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보려 애쓰고 있었는데, 그때 문이 열렸다.

 

등불을 든 한 여자가 들어왔고, 다른 여자가 바로 뒤를 따라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키가 큰 숙녀였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 그리고 넓고 창백한 이마를 가지고 있었다. 숄을 반쯤 두르고 있었고, 표정은 엄숙했으며, 자세는 곧고 단정했다.
“이렇게 혼자 보내다니, 너무 어린데요.”
그녀는 촛불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1~2분 동안 나를 찬찬히 살펴본 뒤 다시 말했다.
“빨리 재우는 편이 좋겠어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요.”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물었다.
“피곤하니?”
“조금요, 선생님.”
“배도 고프겠지. 밀러 선생님, 이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저녁을 좀 먹이세요.”
그러고는 다시 나를 향해 부드럽게 물었다.
“작은 아가씨, 학교에 오려고 부모님 곁을 떠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니?”
나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 내가 몇 살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지, 바느질은 조금 할 수 있는지 차례차례 물었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착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밀러 선생님과 함께 나를 내보냈다. 내가 방금 헤어진 그 여자는 스물아홉 살쯤 되어 보였다. 나를 데리고 간 밀러 선생님은 그보다 몇 살 어려 보였다.

 

조금 전 만난 여자는 목소리와 눈빛, 품위 있는 태도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밀러 선생님은 훨씬 평범한 사람이었다. 피부는 붉은 기가 돌았지만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걸음걸이와 행동은 언제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사람처럼 몹시 바빴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실제로 보조 교사였다.

 

밀러 선생님을 따라 나는 크고 불규칙하게 이어진 건물 안을 지나갔다. 방에서 방으로, 복도에서 복도로 계속 걸었다. 우리가 지나온 곳은 온통 적막하고 음침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우리는 길고 넓은 방 하나로 들어갔다.
방 양쪽 끝에는 커다란 긴 탁자가 두 개씩 놓여 있었고, 탁자마다 촛불 두 자루가 켜져 있었다. 탁자를 둘러싼 긴 의자에는 아홉 살이나 열 살쯤 되는 아이부터 스무 살가량 되는 처녀들까지 다양한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희미한 양초 불빛 아래에서인지 그 아이들은 내게 셀 수 없이 많아 보였다. 실제로는 여든 명을 넘지 않았지만, 어린 내 눈에는 끝없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갈색 원피스와 오래된 스타일의 긴 리넨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때는 자습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다음 날 배울 내용을 작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외우고 있었다. 내가 들은 웅성거림은 그 수많은 속삭임이 한데 섞여 만들어 낸 소리였다. 밀러 선생님은 문 가까운 곳에 있는 긴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한 뒤 방의 맨 앞쪽으로 걸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반장들은 교과서를 모두 거두어 정리해라!”
그러자 키 큰 여자아이 네 명이 서로 다른 탁자에서 일어나 방을 돌며 책을 걷어 갔다. 잠시 뒤 밀러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반장들은 저녁 식사 쟁반을 가져오도록!”
그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가 곧 돌아왔다. 각자 쟁반 하나씩을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무엇인지 모를 음식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담겨 있었고, 가운데에는 물이 든 주전자와 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음식을 차례차례 돌렸다. 물을 마시고 싶은 아이는 모두 같은 컵으로 마셨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목이 말라 물은 마셨지만,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긴장과 피로 때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나는 그 음식이 얇은 귀리빵을 잘게 나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자 밀러 선생님이 기도문을 읽었다. 그 뒤 학생들은 둘씩 짝을 지어 줄을 맞춘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쯤 나는 너무 지쳐 침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 다만 교실처럼 그 방도 매우 길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날 밤 나는 밀러 선생님과 한 침대를 쓰게 되었다. 그녀는 내 옷을 벗겨 주었다. 침대에 누운 뒤 나는 길게 늘어선 침대들을 바라보았다. 각 침대에는 두 명씩 금세 자리를 잡았다. 십 분쯤 지나자 유일하게 켜져 있던 불도 꺼졌다. 완전한 어둠과 고요 속에서 나는 곧 잠이 들었다.

그날 밤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너무 피곤해서 꿈조차 꾸지 않았다.
단 한 번 잠에서 깨어, 거센 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밀러 선생님이 내 곁에 누워 있다는 것도 알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일어나 옷을 입고 있었다. 아직 날은 밝지 않았고 방 안에는 가는 심지의 촛불 몇 개만 희미하게 타고 있었다. 나도 마지못해 일어났다.
추위는 살을 에는 듯했다. 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겨우 옷을 입었다. 세수를 하려 했지만, 방 한가운데 있는 세면대는 여섯 명이 하나씩 함께 써야 했다. 차례가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다시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둘씩 줄을 맞추어 계단을 내려갔다. 우리도 그 대열을 따라 차갑고 희미한 불빛만 비치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밀러 선생님이 다시 기도문을 읽었다.
기도가 끝나자 그녀가 외쳤다.
“반별로 줄을 서라!”
잠시 교실은 몹시 소란스러워졌다. 밀러 선생님은 몇 번이고 “조용히!”, “질서를 지켜라!” 하고 외쳤다. 소란이 가라앉자 나는 아이들이 네 개의 반원형 줄을 이루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각 줄 앞에는 의자가 하나씩 놓여 있었고, 네 개의 탁자마다 큰 성경처럼 보이는 두꺼운 책이 한 권씩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손에 책을 들고 있었다.

 

몇 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낮고 희미한 목소리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밀러 선생님은 반과 반 사이를 오가며 그 웅성거림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작은 종이 딸랑딸랑 울렸다. 곧 세 사람의 여자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은 각자 탁자 하나씩을 맡아 자리에 앉았다. 밀러 선생님도 문 가까이에 있는 네 번째 의자에 앉았다. 그 의자 주변에는 가장 어린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나 역시 가장 낮은 반으로 불려가 맨 끝자리에 섰다.
이제 수업이 시작되었다. 먼저 그날의 기도문을 함께 암송했고, 이어 성경 구절을 외웠다. 그다음에는 성경 여러 장을 차례로 읽었는데, 그것만도 한 시간이 넘게 계속되었다. 그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날이 완전히 밝아 있었다.

 

지칠 줄 모르는 종이 네 번째로 울렸다. 학생들은 다시 줄을 맞추어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무언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전날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굶주림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식당은 천장이 낮고 넓으며 어둑한 방이었다. 긴 식탁 두 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음식이 담긴 큰 그릇들이 놓여 있었지만, 실망스럽게도 그 음식의 냄새를 맡는 순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그 냄새를 맡자 모두가 일제히 얼굴을 찌푸리며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줄의 맨 앞에 서 있던 상급반의 키 큰 여자아이들 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역겨워! 또 죽이 타 버렸어!”
“조용히!”
갑자기 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외쳤다. 그 목소리는 밀러 선생님의 것이 아니었다. 작고 검은 머리의 상급 교사였다. 그녀는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다소 음침하고 엄격해 보였다. 그녀는 한쪽 식탁의 맨 앞자리에 앉았고, 다른 식탁의 맨 앞에는 체격이 풍만한 다른 교사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전날 밤 처음 만났던 그 여자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앉은 식탁 끝에는 밀러 선생님이 있었고, 맞은편 식탁 끝에는 훗날 프랑스어 교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이 많은 외국인 여교사가 앉아 있었다. 긴 감사 기도를 드리고 찬송가를 한 곡 부른 뒤 하녀가 교사들에게 차를 가져다주었고, 비로소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몹시 배가 고프고 기운도 거의 없었던 터라 맛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죽을 몇 숟갈 떠먹었다. 하지만 허기가 조금 가시자 곧 내가 먹고 있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음식인지 깨달았다. 탄 귀리죽은 거의 썩은 감자만큼이나 형편없는 음식이었다. 아무리 굶주린 사람이라도 그런 음식은 금세 먹기 싫어질 정도였다.
아이들의 숟가락은 점점 느려졌다. 모두가 한 숟갈씩 떠먹고 억지로 삼키려 애썼지만,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아침 식사는 끝났지만, 정작 제대로 아침을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먹지도 못한 음식에 감사 기도를 드리고 다시 찬송가를 부른 뒤 모두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거의 마지막으로 식당을 나왔다. 식탁을 지나가다가 한 여교사가 죽을 한 숟갈 떠서 맛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다른 교사들을 바라보았고, 모두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중 체격이 풍만한 교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끔찍한 음식이군요. 이건 너무 심해요.”

 

수업이 다시 시작되기까지는 15분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교실은 마치 축제라도 열린 듯 몹시 소란스러웠다. 그 짧은 시간만큼은 큰 소리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허락되는 듯했고, 아이들은 그 기회를 마음껏 즐겼다.
대화의 주제는 하나뿐이었다. 아침 식사.
아이들은 하나같이 죽에 대해 불평을 쏟아냈다. 가엾은 아이들이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때 교실에는 밀러 선생님만 남아 있었다. 몇몇 큰 여자아이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심각하고도 언짢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몇 명이 브로클허스트 씨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들었다. 그 이름이 나오자 밀러 선생님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분노를 말리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 자신도 같은 감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실 시계가 아홉 시를 알렸다.
밀러 선생님은 아이들 곁을 떠나 교실 한가운데로 걸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모두 제자리로!”
곧 규율이 교실을 지배했다. 불과 5분 만에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질서정연해졌고, 바벨탑처럼 뒤섞여 울리던 목소리도 거의 모두 사라졌다. 상급 교사들도 제시간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모두가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방 양쪽 벽을 따라 놓인 긴 의자에는 여든 명의 여자아이들이 꼿꼿하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참으로 독특한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은 모두 얼굴 뒤로 단정하게 빗어 넘겼고, 곱슬머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갈색 원피스는 목까지 높게 올라왔으며, 목둘레에는 좁은 흰 깃이 둘러져 있었다. 앞치마 앞에는 하이랜드 사람들이 차는 작은 주머니처럼 생긴 리넨 주머니가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바느질 도구를 넣는 주머니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모두 모직 양말과 시골에서 만든 투박한 구두를 신고 있었고, 구두는 황동 버클로 여며져 있었다.

 

그 가운데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은 이미 다 자란 처녀들이었다. 그런 옷차림은 그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소녀조차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이따금 교사들에게도 시선을 돌렸지만, 어느 누구도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체격이 풍만한 교사는 다소 거칠어 보였고, 작고 검은 머리의 교사는 지나치게 엄격해 보였으며, 외국인 교사는 냉정하고 괴팍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불쌍한 밀러 선생님은 얼굴이 자줏빛으로 상기되어 있었고, 바람을 오래 맞아 거칠어진 얼굴에 과로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학교의 모든 학생이 마치 하나의 스프링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아무런 말도 못 들었는데….’
나는 어리둥절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아이들은 다시 모두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시선이 한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전날 밤 나를 맞아 주었던 바로 그 여자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긴 교실 맨 끝 벽난로 앞에 서 있었다. 교실 양쪽 끝에는 벽난로가 하나씩 있었다. 그녀는 두 줄로 앉은 아이들을 아무 말 없이 차분하고 엄숙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밀러 선생님이 그녀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물었다. 여자는 짧게 대답했고, 밀러 선생님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1반 반장! 지구본을 가져와!”
지시가 실행되는 동안, 그 여자는 천천히 교실 앞으로 걸어 올라갔다. 나는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남다른 편인 것 같다. 지금도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꼈던 경외심 어린 감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대낮에 다시 본 그녀는 키가 크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갈색 눈동자에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빛이 어려 있었고, 길고 섬세한 속눈썹이 커다랗고 흰 이마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은 당시 유행하던 방식대로 양쪽 관자놀이 근처에서 둥글게 말려 있었다.
그녀의 옷차림 역시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있었다. 짙은 자주색 모직 드레스에는 검은 벨벳으로 된 스페인풍 장식이 둘려 있었고, 허리에는 금시계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시계가 지금처럼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여기에 세련되고 단정한 이목구비와, 창백하지만 맑은 피부, 그리고 기품 있는 태도와 우아한 몸가짐까지 더한다면, 누구라도 그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교회에 가져가라고 내게 맡겼던 기도서에 적힌 이름을 보고 알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템플’이었다.
그녀가 바로 로우드 학교의 교장이었다. 그녀는 한쪽 탁자 위에 놓인 두 개의 지구본 앞에 자리를 잡고 제1반 학생들을 불러 모아 지리 수업을 시작했다. 다른 반 학생들은 각자의 교사에게 불려가 역사와 문법 등을 암송했고, 이런 수업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이어 글쓰기와 산수 시간도 있었다. 교장은 나이가 많은 학생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각 수업은 시계가 시간을 재듯 정확하게 진행되었고, 마침내 시계가 열두 시를 알렸다.
교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생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수업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 조용해졌다.
“오늘 아침 여러분은 먹을 수조차 없는 아침 식사를 받았습니다. 지금쯤 모두 배가 많이 고플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빵과 치즈를 간식으로 나누어 주도록 지시했습니다.”
교사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녀는 교사들을 안심시킨 뒤 곧 교실을 나갔다.
잠시 후 빵과 치즈가 들어와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졌다. 학교 전체가 기쁨에 들떴고, 모두가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곧 지시가 내렸다.
“정원으로!”
학생들은 모두 거친 밀짚모자를 썼다. 모자에는 색깔 있는 무명 끈이 달려 있었고, 그 위에 회색 프리즈 천으로 만든 망토를 걸쳤다. 나도 똑같이 차려입고 학생들의 무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정원은 넓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담이 너무 높아 바깥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쪽에는 지붕이 있는 긴 회랑이 이어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넓은 산책길과 수십 개의 작은 화단이 가지런히 나뉘어 있었다. 각 화단은 학생들에게 하나씩 맡겨져 있어 저마다 주인이 있었다. 꽃이 피는 계절이었다면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월 말이었다. 정원은 겨울에 시들어 갈색으로 변한 식물들만 가득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몸을 떨었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몹시 매서운 날씨였다.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누런 안개비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땅은 여전히 흠뻑 젖어 있었다.
건강한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지만, 창백하고 마른 아이들은 회랑 아래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짙은 안개가 그들의 떨리는 몸을 파고들 때마다 곳곳에서 메마르고 깊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직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홀로 서 있었다. 그런 외로움은 이미 익숙한 감정이어서 크게 괴롭지는 않았다.
나는 회랑의 기둥 하나에 몸을 기대고 회색 망토를 단단히 여몄다. 몸을 파고드는 추위와 속을 갉아먹는 허기를 잊어 보려 애쓰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직도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게이츠헤드와 그곳에서의 삶이 끝없이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현재는 낯설고 흐릿했으며, 미래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수도원처럼 적막한 정원을 둘러본 뒤 학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건물은 매우 컸다.
절반은 오래되고 회색빛을 띠고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새로 지은 듯 보였다. 교실과 기숙사가 있는 새 건물에는 돌기둥으로 구분된 격자창이 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교회를 연상시켰다. 출입문 위의 돌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로우드 교육원

이 건물은 브로클허스트 저택에 거주하는 나오미 브로클허스트가 서기 ○○○○년에 다시 지었습니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 마태복음 5장 16절

 

나는 그 글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분명 그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 거라고 느꼈지만,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나는 계속 ‘교육원’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첫 문장과 성경 구절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때 바로 등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 돌 벤치에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 소녀는 책 한 권에 깊이 몰두해 읽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도 책 제목이 보였다.
“라셀라스”
낯선 제목이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소녀가 책장을 넘기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고, 나는 곧바로 말을 걸었다.
“그 책 재미있어?”
나는 언젠가 그 책을 빌려 읽어 볼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난 재미있어.”
소녀는 잠시 나를 살펴본 뒤 조용히 대답했다.
“무슨 내용인데?”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먼저 말을 거는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원래 내 성격이나 습관과는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소녀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내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렸던 것 같다. 나 역시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좋아한 것은 동화나 모험담 같은 어린아이 취향의 책들이었다. 진지하거나 깊이 있는 책은 아직 이해하지도, 제대로 읽어 내지도 못했다.
“직접 한번 봐.”
소녀는 책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잠시 책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목만큼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셀라스》는 내 어린 취향에는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요정도 없고, 마법의 정령도 없었으며, 촘촘하게 인쇄된 페이지 어디에도 화려하고 신기한 모험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책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책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다시 독서에 몰두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말을 걸었다.
“문 위에 있는 돌판의 글은 무슨 뜻이야? 로우드 교육원이란 게 뭐지?”
“바로 네가 이제부터 살게 될 이곳이야.”
“그런데 왜 교육원이라고 불러? 다른 학교와는 다른 곳이야?”
“여기는 어느 정도는 자선 학교야. 너와 나, 그리고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자선 아동이야. 넌 고아겠지?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분이라도 살아 계시니?”
“두 분 다 내가 기억하기도 전에 돌아가셨어.”
“그래.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 가운데 한 분이나 두 분 모두를 잃은 아이들이야. 그래서 이곳을 고아들을 교육하는 교육원이라고 부르는 거지.”
“우리는 돈을 안 내는 거야? 아무 대가도 없이 우리를 돌봐 주는 건가?”
“아니, 우리나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한 사람당 1년에 15파운드씩 내.”
“그런데 왜 우리를 자선 아동이라고 불러?”
“15파운드만으로는 숙식과 교육비를 모두 감당할 수 없거든. 부족한 돈은 기부금으로 메우기 때문이야.”
“누가 기부하는데?”
“이 근처와 런던에 사는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나오미 브로클허스트는 누구야?”
“저 돌판에 적혀 있듯이 이 교육원의 새 건물을 지은 분이야. 그리고 그분의 아들이 지금 이곳의 모든 일을 감독하고 운영하고 있어.”
“왜?”
“브로클허스트 씨가 이 교육원의 회계 담당자이자 운영 책임자이기 때문이야.”
“그럼 시계를 차고 계셨고, 우리에게 빵과 치즈를 주라고 하신 키 큰 선생님이 이 학교 주인이 아니야?”
“템플 선생님 말이니? 아, 아니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템플 선생님은 모든 일을 브로클허스트 씨에게 보고해야 해. 우리가 먹을 음식도 입을 옷도 모두 브로클허스트 씨가 마련하지.”
브로클허스트 씨라는 그 분은 여기 살아?”
“아니. 여기서 2마일쯤 떨어진 큰 저택에 살아.”
“좋은 분이야?”
“목사님이야. 그리고 많은 선행을 하는 분이라고들 하지.”
“아까 그 키 큰 선생님 이름이 템플 선생님이라고 했지?”
“응.”
“다른 선생님들은 이름이 뭐야?”
“볼이 붉은 분은 스미스 선생님이야. 바느질을 맡아서 우리 옷을 재단해 주지. 우리는 원피스나 외투 같은 옷을 모두 직접 만들어 입거든. 검은 머리의 작은 체구 선생님은 스캐처드 선생님이야. 역사와 문법을 가르치고, 제2반 학생들의 암송을 들어 주셔. 그리고 숄을 걸치고 노란 리본으로 손수건을 허리에 묶고 다니는 분은 피에로 부인이야. 프랑스의 릴에서 오셨고, 프랑스어를 가르쳐.”
“선생님들이 좋아?”
“그럭저럭 괜찮아.”
“그 작은 검은 머리 선생님이랑 피에로 부인은? 그분들의 이름은 발음하기가 어려워.”
“스캐처드 선생님은 성격이 급해. 그러니까 그분을 화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피에로 부인은 나쁜 분은 아니야.”
“그래도 템플 선생님이 제일 좋지?”
“템플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시고 아주 똑똑하셔. 다른 선생님들보다 훨씬 많이 아시기 때문에 모두보다 뛰어난 분이야.”
“여기 온 지 오래됐어?”
“2년 됐어.”
“너도 고아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여기서 행복해?”
“질문이 너무 많네. 지금까지도 충분히 대답해 줬잖아. 이제 난 책을 읽고 싶어.”

 

바로 그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모두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 퍼져 있는 냄새도 아침 식사 때 맡았던 냄새만큼이나 식욕을 돋우지 못했다. 점심은 양철을 입힌 커다란 통 두 개에 담겨 나왔는데, 그 안에서는 쉰 기름 냄새가 진하게 섞인 김이 피어올랐다.
음식은 삶은 감자와 빛이 바랜 고기 조각들을 뒤섞어 함께 익힌 것이었다. 감자는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았고, 고기는 오래되어 색이 변한 듯했다. 학생들은 각자 꽤 넉넉한 양을 한 접시씩 받았다. 나는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으면서도, 매일 식사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속으로 걱정했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수업은 곧바로 시작되어 오후 다섯 시까지 계속되었다. 그날 오후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일은 하나뿐이었다. 회랑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소녀가 역사 수업 시간에 스캐처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벌을 받은 것이다.
그 소녀는 교실 한가운데에 서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에게 그 벌은 매우 굴욕적인 것이었다. 더구나 열세 살은 되어 보이는 큰 아이에게는 더욱 그랬다. 나는 그 아이가 몹시 부끄러워하거나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아이는 울지도 않았고,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 진지한 표정이기는 했지만, 침착한 모습으로 모든 학생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조용히 서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담담하고 의연할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차라리 땅이 갈라져 나를 삼켜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저 아이는 지금 벌이나 자기 처지만을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주변에도 눈앞에도 없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공상에 잠긴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저 아이도 그런 상태일까? 눈은 바닥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로 바닥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시선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 향한 것처럼 보여. 아마도 지금은 눈앞의 현실이 아니라 기억 속의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 착한 아이일까, 아니면 말썽꾸러기일까?’

 

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나자 우리는 다시 식사를 했다. 이번에는 작은 머그잔에 담긴 커피와 갈색 빵 반쪽이 전부였다. 나는 빵을 맛있게 먹고 커피도 남김없이 마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배가 여전히 고팠고, 같은 양을 한 번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에는 30분 동안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다시 공부를 했고, 이어서 물 한 잔과 귀리빵 한 조각을 먹은 뒤 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것이 로우드 학교에서 보낸 나의 첫날이었다.

 

 

★ 보닛: 여자나 어린아이들이 쓰는 모자의 하나. 턱 밑에서 끈을 매게 되어 있다.

 

 

6장 보기

 

1장부터 보기

 

 

교정 후기

 

제인 에어가 온 학교는 생활 환경이 외숙모님 댁보다 더 열악해 보입니다. 한참 부모님 보호 속에서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엄격한 규율이 통제하는 학교에서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춥게 느껴지는군요. 

다시 검토하면서 스미스 선생님의 말투를 바꾸었습니다. 저런 자선 학교라면 군대식 말투가 어울릴 것 같아서 명령조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베시와 게이츠헤드에서 떨어져 나왔다. 

▶ 그렇게 나는 베시와 헤어졌고, 게이츠헤드와도 작별했다.

 

 

감사합니다.

'명작 쉽게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인 에어 7장  (0) 2026.07.23
제인 에어 6장  (0) 2026.07.22
제인 에어 4장  (0) 2026.07.21
제인 에어 3장  (0) 2026.07.20
제인 에어 2장  (0) 2026.07.19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